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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통업계 온라인大戰 불붙었다

누가 재난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코로나19, 유통업계 온라인大戰 불붙었다

  • ● 코로나19 확산 후 SNS서 오픈마켓 언급량 ↑
    ● 신세계·롯데·홈플러스 온라인몰에도 호재
    ● 일부 업체, 역마진 감수하고 위생용품 물량 공급
    ●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고공행진
[GettyImage]

[GettyImage]

지난 2015년 말 한국체인스토어협회라는 단체가 ‘유통업계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그해 국내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었다. 협회 역시 가장 중요한 뉴스로 ‘메르스에 따른 소비 침체’를 꼽았다. 메르스 공포가 극에 달했던 같은 해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줄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12% 급감하면서 메르스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협회가 꼽은 세 번째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했다는 소식이다. 한쪽에서는 매출에 직격타를 맞은 업체들이 있던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존재감이 커진 업체도 있었던 셈이다. 

실제 같은 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은 급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쿠팡의 경우 2014년 매출액이 3485억 원이었는데 이듬해 1조 133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쿠팡은 2018년에 매출액을 4조4228억 원으로 키우며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의 대표 격으로 성장했다. 

물론 쿠팡은 당시 쿠팡맨과 로켓배송 등으로 기존 배송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덕분에 티몬이나 위메프 등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오직 메르스 덕에 쿠팡이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로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으로 쏠린 덕에 쿠팡이 성장의 기폭제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오픈마켓 관련 SNS 정보량 80.22%↑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나 천재지변이 산업 판도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창궐했을 때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크게 성장했다. 당시에도 많은 이가 집 밖에 나가기를 꺼려 온라인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 주목받은 업체가 알리바바다. 알리바바의 매출 역시 급증했고 중국에서는 “사스와의 전쟁에서 승자는 알리바바”라는 말까지 돌았다. 



일본에서 ‘라인’이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주로 사용했다. 지진을 계기로 열악한 통신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라인이 지진 발생 3개월 만에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런 산업의 판도 변화는 자칫 감염병이나 천재지변에 ‘기생’해 성장한 듯한 오해를 주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쿠팡의 성장 사례처럼 대체적으로 그전부터 이어지던 성장세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더욱 빨라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유통시장에 또다시 이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분위기는 일단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하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이하 연구소)에 따르면 쿠팡과 옥션, G마켓, 위메프 등 오픈마켓 업체 7곳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거론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오픈마켓과 관련한 SNS 정보량은 2월에만 9만3426건으로 전년 동기(5만1840건) 대비 80.22% 급증했다. 이 중 쿠팡이 25%가량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2월 말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과 생필품 주문이 전국적으로 급증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실제 쿠팡의 ‘로켓배송’ 일일 평균 배송량은 180만 건가량이었는데 지난 2월 28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쿠팡 측은 “주문량 폭증에 따른 품절과 배송 지연을 막기 위해 재고 확보와 배송 인력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형 유통업체 온라인몰 주문 급증

대형 유통업체에서 신생 배달 서비스 업체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신생 배달 서비스 업체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빠르게 몸집을 키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서비스가 더욱 각광받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확진자가 나오기 전날인 1월 19일 SNS에서 배달을 키워드로 한 정보량은 하루 3879건이었는데, 2월 23일을 기점으로 7000건대를 넘기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편의점업계 역시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CU의 경우 지난 2015년 요기요와 제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네이버와 손잡으며 눈길을 끌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평소보다 70%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역시 지난해 4월 요기요·부릉과 제휴해 배달 서비스 테스트를 해오다가 이번에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타격을 받은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에는 그때와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업체들이 최근 들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오고 있던 만큼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계 SSG닷컴은 최근 온라인 주문 배송(쓱배송) 처리 물량을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지역 대상 새벽 배송의 경우 기존보다 50% 확대한다. SSG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1월 28일 이후 쓱배송 주문 마감률(준비된 물량 중 주문 비율)은 전국적으로 평균 93% 선까지 올랐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주말 이후에는 전국 평균 주문 마감률이 99.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쓱배송 마감률이 전국 평균 80%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최근 온라인에 공을 들이는 롯데마트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월 27일부터 2월 3일까지 롯데마트몰을 방문한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고, 배송 주문 건수 역시 5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각 점포 배송 인력을 모두 가동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 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대비 162% 급증했다.


쿠팡 “마스크 매입가 올라도 판매가 동결”

쿠팡은 손실을 감수하고 마스크 물량 공급에 공을 들였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은 손실을 감수하고 마스크 물량 공급에 공을 들였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근래 이들 업체가 기존 오프라인 위주 조직을 온라인 중심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점포를 30% 줄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마트 역시 실적이 저조한 전문점을 구조 조정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앞선 대형업체들의 경우 아직 온라인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매출의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이번 사태로 타격이 불가피하긴 하다. 다만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대형 유통업체의 온라인 사업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대형업체들이 본격적인 ‘머니게임’을 시작할 경우 기존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대형마트의 실적 전망을 낙관하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 같은 경우 온라인 매출 확대와 재고 역량으로 1~2월 합산 기존점 성장률이 회복 중”이라면서 “온라인 매출 비중 확대와 막강한 재고 역량이 중장기 사업과 실적 회복의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메르스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쿠팡은 물론 많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배송 접수를 조기 마감하거나 중단하는 등 물량을 소화하는 데 한계에 부닥친 모습이 연출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체 유통산업의 흐름 변화는 물론 온라인 유통시장 내부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강기능식 시장 크는 기폭제

일부 유통업체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생용품 물량 공급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쿠팡의 경우 마스크 매입가가 오르고 있지만 판매가는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가격 동결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이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를 통해 쿠팡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경우 그 가치는 수십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염병이나 천재지변은 유통 채널의 판도 변화뿐 아니라 식품업계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이다. 신종플루나 메르스 등 전염병이 도는 시기 소비자의 면역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기식 구매가 빠르게 늘어난다. 이는 이후 건기식 시장 자체를 키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케팅 리서치 기업인 칸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 신종플루 발생 이후 6개월간 홍삼 제품 구매액은 이전 6개월보다 57% 늘었다. 또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가 본격 발병한 뒤 7개월간 건기식 구매액은 이전 7개월보다 15% 성장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3.5% 커진 4조 6000억 원가량이었다. 칸타는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등 외생 변수를 배제해도 성장률이 5~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를 더하면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거보다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커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한 달간(1월 20일~2월 16일) 건기식 매출은 과거 메르스가 발병한 뒤 한 달간(2015년 5월 20일~6월 16일)보다 무려 864.7%나 높았다. 같은 호흡기 감염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건기식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drug store)인 롭스의 온라인몰에서도 1월 27일부터 2월 11일까지 건강기능식품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9% 신장하며 고공행진했다.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한뿌리’의 경우 1월 28일부터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1% 늘었다. 

이에 국내 유통·식품업체들은 건기식 신제품을 내놓거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소비자의 불안감에 기대기보다는 시장의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건기식에 대한 지식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며 “공포 마케팅에 기대기보다는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브랜드별로 마케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동아 2020년 4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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