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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본 中의 對韓 ‘능욕외교’

“文정부 對中 저자세 외교는 토착병인가”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한국인을 위한 미중 관계사’ 저자 jwc@khu.ac.kr

코로나 사태로 본 中의 對韓 ‘능욕외교’

  • ● ‘코로나19 진원지’ 中에 상식 밖 관대함 보인 文
    ● 싱하이밍 대사, 조선 조정 간섭한 위안스카이 행실
    ● 靑 ‘중국 눈치 보기’에 굴욕감 맛본 국민들
    ● 한국 안보주권, 이익 철저 무시한 중국
    ● 盧 ‘사스 방중’→동북공정, 李 ‘쓰촨 조문’→북한편
    ● 對韓 외교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전화배은(轉禍背恩)’
    ● 이타적 외교행위는 주종관계, 오늘날 韓中 자화상
    ● 지혜와 전략 결정체, 한국 외교 어디 갔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절반이 넘는 국가가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면서 한국의 ‘고립’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여러 차례 대한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 건의를 묵살하더니, 2월 22일이 돼서야 ‘여론에 떠밀려’ 코로나19 사태 위기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됐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코로나19 발생국이 됐다. 

전염병 진원지와의 격리는 상식적인 초기 대응 조치다. 무증상 보균자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진원지 중국에 대해서는 상식 밖의 관대함을 보였다. 앞서 문 대통령이 “한중(韓中)은 운명공동체”라며 ‘저자세 외교’에 임할 결의를 표출하더니, 여당과 장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 눈치 보기’ 발언을 이어갔다. 


2월 23일 ‘코로나19’ 대책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2월 23일 ‘코로나19’ 대책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 감염 확산자”로 정의했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중국인 유학생도 우리 학생”이라며 중국인 격리를 요구하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미국의 중국인 입국 금지는 정치적 대응”이라며 중국을 감쌌다.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중국을 바라보며 국민 화병을 돋우는 발언이었다.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는 우리 외교의 토착병일까.


국가적 위기에도 ‘中 눈치 보기’ 외교

중국 안후이성 허베이시 한국인 거주 아파트 현관문이 각목으로 가로막혀 있다. [한국 교민 제공]

중국 안후이성 허베이시 한국인 거주 아파트 현관문이 각목으로 가로막혀 있다. [한국 교민 제공]

문 대통령은 2월 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며 중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때 한 ‘한중 운명공동체’ 발언에 기반한 것으로, 결국 우리나라의 위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통령의 뜻이 의도대로 중국에 전해진 것도 아니다. 대통령 발언 다음 날인 2월 4일 당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의 신임장이 제정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공식행사’를 가진 것이다. 그는 이날 정부가 자체적으로 취한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방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과학적이고 권위 있는 기구에 ‘근거’하는 조치를 취하면 되는데, 너무 오버했다는 게 골자였다. 100여 년 전 청나라의 조선전권대신 리훙장(李鴻章)에게 전권을 이양받기 전에 조선 조정을 간섭한 윈안스카이(袁世凱)의 행실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싱 대사가 이날 “한중 양국이 공동운명체의 관점에서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했으면”하는 발언에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은 장단을 맞추느라 바빴다. 문 대통령은 2월 7일 싱 신임 대사와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으면서 “가까운 이웃 사이에 어려움을 돕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맞장구쳤다. 혹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위안한다. 4·15 총선 전에 중국 시진핑(習近)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려는 대통령의 염원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부터 추진한 시 주석의 방한이 행여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대통령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대(對)한국 외교에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없고, ‘감탄고토(甘呑苦吐)’ 외교가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중국발(發) 역공이 날아들었다. 인천시에서 방역 마스크 2만 장을 받아간 웨이하이(威海)시 공항 당국은 인천발 승객 167명을 격리 조치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각지에서는 모멸적인 한국인 차별이 이어졌다. 중국인들이 한국인이 거주하는 집 현관문에 대못을 박거나 아파트 출입을 막는 ‘위협’도 있었다. 


2월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국제공항에서 경찰과 공항 관계자들이 한국발 입국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2월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국제공항에서 경찰과 공항 관계자들이 한국발 입국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조롱 섞인 중국 언론의 한국 보도도 잇따랐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일이 “중앙 정부 의지와는 관계없다”고 말하지만, 중국의 권력 특성을 감안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나아가 중국은 우리 방역체계를 불신하는 언사로 우리를 ‘2차 코로나 발생지’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 중국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결국 국민은 또 한 번 굴욕감을 맛봐야 했다. 

이러한 중국의 ‘감탄고토’ 외교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우리의 ‘중국 눈치 보기’ ‘저자세 외교’로 대한민국은 사실상 중국의 호구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對中 외교

1992년 9월 28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왼쪽)이 한국 국가 원수로는 처음 중국을 공식 방문해 양상쿤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1992년 9월 28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왼쪽)이 한국 국가 원수로는 처음 중국을 공식 방문해 양상쿤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우선 1990년대 초 시작된 수교 협상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중국의 6·25전쟁 발발 개입과 책임에 대한 사과를 받기는커녕 문제 자체를 청산하지 못했다. 임기 2년 남짓 남은 노태우 정부가 한중수교라는 ‘과업’을 위해 이 문제를 덮으면서 중국은 6·25전쟁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탈북자 문제는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가 한층 심화하는 계기였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중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귀순하는 것과 이들이 국제법적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데 지금도 결사반대한다. 따라서 당시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과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선택했다. 대중 외교에서 우리가 견지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투영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탈북자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확보하지 못했다. 오히려 탈북자 귀순을 도와준 우리 국민들이 중국 당국에 체포돼도 우리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눈치 보기’는 2003년 ‘재외동포법’ 집행 과정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 법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가 해외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국내 호적을 입증하는 동포에게는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고, 영구 귀환도 허용한다. 그런데 중국은 이중국적을 불허했고,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로 중국동포를 재외동포에서 우선 제외했다.


잃어버린 고구려, 연평도 포격에 ‘북한편’

2003년 7월 8일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2003년 7월 8일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우리 정부는 중국이 화(禍)를 겪을 때마다 이를 한중 관계의 발전 기회로 활용하려는, 일종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을 노렸다. 이웃 국가로서 배려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반대였다. 한국이 화(禍)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중국은 ‘복(福)’ 대신 ‘배은(背恩)’이라는 카드를 보였다. 한국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도 잠시, 중국은 다시 정상적인 외교 행보를 이어가며 뒤통수를 쳤다. 

2003년 7월 7일 중국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되던 시기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위기를 국익 극대화로 이용하는 외교’의 마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사스 사태 이후 중국을 예방한 첫 외국인 지도자로 기록됐고, 사스에 대한 공포감에도 우리 대통령의 ‘용단’에 중국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잠시뿐, 이듬해 중국은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행태에 분노해 전국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분노하는 국민의 정서와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 개발 문제로 불거진 제2차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6자회담 의장국(중국)으로서의 위상과 우리 경제의 높은 대중 의존도 등을 이유로 ‘조용한 외교’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당시 중국 특사 우다웨이 외교부부장은 2004년 8월 23일 열린 한중 외교차관회담에서 ‘5개의 양해사항 구두합의’를 담은 ‘쪽지’를 우리 정부에 내비쳤다. 쪽지 내용에 후진타오 당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라는 ‘기가 막힌 설명’도 곁들였다. 양해사항은 “중국 측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4항)는 내용이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교과서 내용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합의는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동북공정 사업은 2008년 종결됐고, 고구려는 이후 중국 역사교과서에 중국의 역사로 편입됐다. 정부의 저자세 외교로 길거리에 나선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치욕과 굴욕이었다. 고구려를 영원히 잃었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안양외고 학생들이 중국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2015년 9월 3일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동아DB]

2012년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안양외고 학생들이 중국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2015년 9월 3일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동아DB]

2008년 5월 12일 발생한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중국인 7만여 명이 사망했을 때에도 그랬다. 우리 정부는 구호물자, 의료약품과 현금 100만 달러 등 총 500만 달러를 지원했고, 44명의 구조인력도 파견했다. 5월 27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이른바 ‘경조사외교’ ‘조문외교’를 감행, 대지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한중 기업인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양국 간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해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어가자”고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이 발언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됐다. 

‘조문외교’에도 중국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편을 들었다. 국제공동조사위원의 참여 요청도 거부하고 조사결과보고서도 부정했다. 중국은 이를 ‘미제 사건’으로 덮었다. 폭침으로 사상(死傷)한 우리 장병에 대한 애도 메시지는 사건 발생 46일 만에야 전달했다. 그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중국관영매체가 생중계하는 등 사건 전말을 목격했음에도 중국은 다시 북한 편에 섰다. 북한의 주장대로 우리 군이 북한의 경고를 무시해 포격이 자행된 사건으로 치부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서해에서 한미연합해상훈련은 단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한 서해는 한중의 ‘내해’가 아닌 중국의 ‘내해’로 둔갑됐다. 우리의 서해 주권은 유명무실해졌다. 이후에도 중국의 ‘전화배은(轉禍背恩)’ 외교는 계속됐다. 

2015년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우방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석했다. 천안문광장 망루에 올라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면서 이른바 ‘망루외교’가 연출됐다. 박근혜 정부의 한중관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핫라인 전화 통화를 거부했다. 한 달 뒤(2월 7일)에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나서야 두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다.


시진핑 방한이라는 허상

그해 7월 우리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주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암묵적으로 불허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의 안보주권과 이익은 철저히 무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중국은 대북 핵제재에 동참하면서 한국을 제재하는, 결국 남북한 모두를 통제하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반도가 통째로 중국의 영향력에 귀속되는 ‘과거로의 회귀’를 알렸다. 

이러한 현대 중국의 ‘능욕외교’ 기억에도 문재인 정부는 교훈을 찾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한 수모를 당하면서도 ‘수모를 당한 게 아니다’는 일종의 ‘정신승리법’을 연마한다. 오늘날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외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중국의 사드 제재와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2017년 10월 ‘모든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한다’는 발표 이후 사드 갈등을 ‘봉인’한 상태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듯,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중협력은 외부(미국)의 압력을 받아서 안 되며 한국이 양국 간 문제(사드)를 ‘타당하게’ 처리할 것을 지적했다. 사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국을 방문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사드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2017년에 사드 문제 해결 원칙으로 우리가 중국에 제시한 사드 ‘3불(不) 원칙(추가배치 없음, 미국 MD편입 없음, 한미일 군사관계 강화 없음)’ 약속이 지켜졌다는 게 그 이유다. 이의 징표로 정부는 사드의 전력화와 배치를 허용하는 일반환경평가보고서 결과 공표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중국의 눈에는 꼼수로 비친다. 여기에 최근 미 국방부는 사드 추가배치 가능성을 암시했다. 시 주석 방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대에 미국이 초를 친 셈이다. 또한 미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의 통합으로 실질적인 한미일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 가능성을 알렸다. 시 주석 방한 결정을 유보시키기에 충분한 이유들이다. 

또한 청와대는 우리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하지만 중국의 사드 제재에도 우리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증가(2016년 374억, 2017년 442억, 2018년 556억 달러)했다. 2019년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대중무역흑자(230억 달러)는 우리 경제가 4차 산업과 5G경제로 전환하는 중국 경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바람 또한 말 그대로 바람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각종 협상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역할이라는 게 매우 제한적이고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2월 15일 독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20일 한중 정상 간 통화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확인하려고 했다. 지극정성이 따로 없다. 한중 정상 간 통화 이후 청와대는 “두 정상은 변함없이 금년 상반기 방한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는 외교 당국 간에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문건이나 언론보도에는 통화 내용과 관련한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우리나라 최대 외교 미스터리는 “중국 앞에서 왜 우리 국익과 주권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가”이다. 외교는 주권국가가 국익 극대화를 정당하게 구현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외교 지상과제는 최상의 국익 추구다. 국익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추구되는데, 하나는 국가의 기본권 수호이고, 다른 하나는 국력 신장이다.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이 나타난 이익을 확보·확대하는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외교란 무엇인가

외교는 이런 권리와 국익을 평화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따라서 그 속성상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다. 그리고 외교는 이타적일 수 없다. 특히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소한 나라에 이타적인 외교는 굴복을 의미한다. 굴복이 아니라면 일정 정도의 국익과 권한을 양도한다는 뜻이다. 이를 양도할 정도의 관계를 가진 나라라면 훗날의 보상을 위해 한시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 먹이사슬 논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만큼 이타적 외교는 국익은 물론 권리와 권한의 포기를 의미한다. 더욱이 상대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이타적 외교 행위가 비롯된다면, 두 나라는 주종관계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대중국 ‘저자세 외교’가 낳은 오늘날 한중관계의 자화상이다. 

이제 문 대통령은 시 주석 방한에 목매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의 안위와 기본권, 그리고 우리나라 국익을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한다. 자국민과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은 나라가 주변 강국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중국 ‘눈치 보기’와 ‘저자세 외교’ 문제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의 결과는 본전도 못 뽑고 ‘감탄고토’가 되기 일쑤였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의 말대로 우리 외교가 대등하고 평등한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의 총동원령이 내려져야 한다. 국제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소한 나라는 지혜와 전략의 결정체라는 외교로 현실적 난관을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신동아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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