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민낯 드러낸 ‘내로남불’
사회가 청년에게 꿈꿀 여유 허락 안 해
3월 14일 ‘신동아’와 만난 김근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는 한국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홍중식 기자]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발판 삼아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보수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부푼 기대와 함께 한껏 지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해 지지율은 내내 70%를 웃돌았다. 2018년 9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공언한 ‘민주정부 20년 집권’ 포부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3월 14일 ‘신동아’와 만난 김근태(32)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2019년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권 균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대 대학원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에 있던 2019년 9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청년 집회를 주도했다. 조 전 장관 사퇴 후에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느껴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20년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대표적 청년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유능하지도 않은데 부패하기까지
2019년 9월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치부로 인해 들어섰다. 국민은 투명하고 깨끗한 나라가 되길 바랐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보수는 유능하지만 부패하고, 진보는 능력은 좀 떨어져도 도덕적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조국 사태가 주는 의의는 이러한 인식을 깬 데 있다. 진보가 유능하지도 않으면서 부패하기까지 했다는, ‘진보의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SNS 등을 통해 투명, 공정, 도덕을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잘못을 저질렀는데 반성도 없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게 됐고, 국민이 진보 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정권주기설’이 깨진 이유이기도 하다.”
입시 비리의 경우 당시 상류층에서 행해지던 관행이라는 말도 있다. 진보 진영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
“진영은 상관없다. 진보 진영은 ‘억울하다’고 하는데,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처벌 받는 게 맞지 않나.”
조 전 장관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를 ‘검찰개혁의 희생양’으로 여긴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정권 입맛에 맞는 검찰로 만듦을 의미한다. 그래서 반대 진영을 탄압하려 하는 거다. 자신들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안 그렇지 않나. 조 전 장관이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다. 더러운 때가 묻은 몸으로 깨끗함을 주장해 봐야 설득력이 생길 리 없다.”
‘조국 사태’는 지지율 이반을 불러왔다. 2019년 한국갤럽이 10월 15~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취임 후 첫 30%대 추락이었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같은 해 7월 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52%를 기록했던 20대 지지율은 조국 사태가 본격화한 8월 중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8월 30일 발표)에서 42%로 떨어졌다. 30대의 부정 평가도 31%에서 38%로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청년세대의 분노가 컸다. 당시 20대였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흔히 젊을수록 진보성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보수성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젊을수록 더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살아가면서 이상이 현실과는 다른 부분을 맞닥뜨리며 보수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청년에게 꿈을 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다. 현실이 피부에 와닿는 시기가 빨라졌고, 그만큼 일찍 보수화된다. 조국 사태는 이를 가속화했다. 청년이 냉정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청년세대의 특징이 있을까.
“특정 사상이나 이념에 매몰되지도,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는다.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 욕구를 표출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발전 속도가 둔화된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내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쉽지 않다.”
“조국 정계 복귀? 좋을 것 하나 없어”
조국 사태 여파는 대선 국면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에 ‘조국의 강’은 보수 진영 ‘탄핵의 강’처럼 ‘주홍글씨’가 됐다. 지난해 11월 23일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조국의 강’을 건너지 않고 중도층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은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조국의 강을) 건너보려고 하는데 상당히 강폭이 넓은 것 같다. (조국 사태를) 계속 사과드리고 있는데 아직도 (국민이) 못 받아들인 것 같다. 안타깝지만 (조 전 장관의) 잘못은 잘못이고, 검찰 수사 문제는 그것대로 또 잘못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결이 다소 달랐다. 지난해 12월 10일 페이스북에 “‘조국의 강’은 바닥까지 긁어내고 다 파내도 표창장 한 장 남았지만 ‘쥴리의 강’은 파도파도 끝이 안 보이고 그 무엇으로도 덮어질 것 같지 않다”고 썼다.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보나.
“‘탄핵의 강’의 경우 보수 진영 내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강성 ‘친박’이 주류에서 밀려났다.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근래 ‘586 용퇴론’이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가 되면 민주당도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 전 장관의 정계 복귀는 가능할까.
“상식적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이 항상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웃음). 만일 복귀하더라도 민주당에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거다. 한국 ‘흑역사’로 남을 일이다. 빨리 극복할수록 민주당에도, 한국 사회 전체에도 좋다. 보수가 어찌어찌 ‘탄핵의 강’을 건넜듯 민주당도 ‘조국의 강’을 건너야 다시 지지받을 수 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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