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지원 들통날까봐…”
이처럼 다운사이징 일변도의 한국 정부 국방계획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군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할 수도 없고 한반도 통일을 수행할 수도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병력 부분을 차치하고, 지정학적으로도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 전역을 안정화하고 200여 개로 추산되는 대량살상무기 현장(WMD sites)과 1만여 개의 지하시설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북한 핵 시설의 대부분은 평양 이북에 위치해 있다. 휴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는 약 320km인데 북한군 병력의 70%가 평양과 휴전선 사이에 주둔해 있다. 따라서 한국군이 북한군 밀집지역인 휴전선~평양 지역을 넘어 대량살상무기 현장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군이 평양 이북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대량살상무기의 행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면, 또한 이러한 대량살상무기가 반란세력이나 테러리스트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장기간 전쟁을 수행하면서 얻은 뼈아픈 교훈은 ‘전쟁 시 적국 영토 전역으로 병력을 빠르게 전개하지 않으면 테러집단과 반란세력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육군 병력 부족 문제는 급변사태 시 한국군 주도의 개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은 북중 접경지대를 통한 대규모 탈북을 일차적으로 우려한다고 예상한다. 그리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자국을 향해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만큼이나 북한에 개입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본다. 흥미롭게도 보고서는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을 장악하는 데 성공해 과거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한 흔적을 발견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따르기 때문에 중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북한에 개입함으로써 미군이 중국 국경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막는 것도 중국의 또 다른 전략적 목표라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개입하기 전에 한국군이 단독으로 북한을 장악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상황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군 병력의 한계 때문에 단시간 내 북한 전역을 장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개입을 반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북·중 국경에서 평양까지는 130km밖에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평양 이북 지역은 북한엔 후방에 해당되어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중국은 북한 영토를 장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중국이 개입 결정을 수월하게 내릴 수 있게 하는 요인들이다.
“한국, 단호하게 북진 결정해야”

보고서 저자인 브루스 베넷 박사.
한국군과는 달리 중국군은 3개 사단 규모의 공수부대를 곧바로 북한에 투입해 평양에 누구보다도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이들 부대 외에도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지상 병력은 상당하다. 선양, 베이징, 지난, 난징 등 4개 군구에서 100만여 명의 병력이 유사시 동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본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지리적 이점과 군사적 우위를 최대한 살려 북한 전역을 신속하게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것.
따라서 한국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한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 먼저 개입해 친중 정권을 세우면 제2의 분단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한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가 먼저 평양에 도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군이 북한 영토에 주둔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중국이 친중 정권을 세우거나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기보다는 중국군과 한미 연합군 간의 충돌을 막는 군사적 영역을 나누는 경계선에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