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긴축 경영으로 ‘무차입 원년’ 눈앞에
- 일자리 늘리고, 지역과 이익 공유하는 투자유치 박차
- 영어교육도시 덕분에 빈집 사라지고 외화 절감
김 이사장은 제주에서만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행정 전문가요, JDC 출범에 산파 노릇을 한 주인공이다. 이러한 이력과 경험을 살려 취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불필요한 관행을 척결해 예산 낭비의 싹을 도려냈다. 이와 함께 긴축 경영을 통한 경비 절감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영어교육도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주요 사업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도민이 공감하는 ‘참여형’ 개발정책과 도내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채비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단기간에 많은 일을 해낸 것은 ‘발품’ 덕이다. 탁상공론을 지양하고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는 흔치 않은 수장인지라 일과가 공식 일정의 연속이다. 10월 10일 오전, 여의도에 있는 JDC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생각과 논리가 정연한 달변가였다.
▼ JDC 출범의 주역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주도청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으면서 21세기 제주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구상했어요. ‘앞으로 동북아지역에 자유지대가 필요하겠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자리한 제주도에 사람·상품·자원의 이동이 자유로운 세계적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면 제주는 물론 국가 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 제주산업의 80%가 관광이니 관광에 의료·첨단·교육·청정까지 5가지를 기본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생각이었죠.
그 무렵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를 순시할 때 이런 구상을 보고했더니 ‘청와대에 와서 구체적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어요. 그 일로 청와대에 가서 ‘전담 기구로 제3의 단체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 JDC 출범의 계기가 됐죠. JDC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나 이사장을 맡고보니 할 일도 많고 어깨도 무겁습니다.”
자연 보존하는 개발
▼ 취임 직후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고 들었습니다.
“공기업들이 방만하게 운영돼 지탄받고 있는데 우리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JDC가 존재하기 힘듭니다. 그게 취임 이틀 후 초긴축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유죠. 조직 슬림화와 그에 따른 인사, 예산 문제를 푸는 일이 시급했으니까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만큼 사업과 재정자립도를 어느 단계까지 올려놓으려고 다들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껏 매년 경상비를 200억~300억 원씩 은행에서 빌려다 집행하고 있었어요.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돈을 안 빌린다고 못 박았어요. 초긴축 경영을 한 지 석 달이 좀 지났는데, 내부 예산을 아껴서 176억 원까지 절감했습니다. 남은 석 달간 24억 원 정도를 더 줄이는 건 어렵지 않으니 올해가 JDC의 ‘무차입 경영 원년’이 될 겁니다. JDC가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공기업, 국민과 도민이 지지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공기업이 되도록 이끄는 게 제 목표이자 의무죠.”
▼ 제주는 지리적, 환경적 특수성이 강해 지역의 장단점에 맞는 발전계획이 중요할 텐데요.
“제주의 산업구조는 1차 산업이 15~16%로 전국 평균보다 높고, 2차 산업은 4% 내외예요. 관광 등 3차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요. 산업구조의 큰 틀은 바꾸기 힘듭니다. 워낙 면적이 작아 한라산 지역, 중산간 지역 등 녹초지를 제외하곤 개발하기 힘들죠. 사람이 사는 곳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농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판매해야 하는데 그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첨단 3차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관광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교육, 의료, 첨단 분야에 초점을 두고 지역을 발전시켜나갈 생각입니다.”
▼ 사업 방향은 잡았습니까.
“지금은 사업 방향을 단지개발 중심에 둬선 안 됩니다.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관광미항개발 등 6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모두 대규모 단지를 만들어 택지를 분양하는 쪽에 초점을 둬왔어요. 이제는 그 사업을 이어가면서 기업 투자 유치로 자본을 끌어들이고, 일자리를 만들고, 개발이익을 기업과 지역이 공유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개발정책도 자연환경 보존이 전제돼야 해요. 천혜의 자연이야말로 제주의 핵심 경쟁력이니까요.”
경제 발전, 인구 유입 기대
▼ 최우선순위에 둔 사업은 뭔가요.
“현재 첨단, 의료, 영어교육도시가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인데, 그중에서도 영어교육도시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행정부지사로 일할 때 직접 끌어온 사업이기도 해서 애착이 많이 가요. 영어교육도시는 ‘국고 유출을 막자, 인근 비영어권 학생들을 끌어들여 교육을 산업화해가자, 장기적으로 국내외 학생들 간에 유대관계를 맺게 하자’는 차원에서 출범시켰어요. 2011년 영국 명문인 ‘노스 런던 칼리지에이트 스쿨 제주(NLCS)’와 시사영어사가 운영하는 ‘한국국제학교 제주(KIS Jeju) ’에 이어 지난해 캐나다 명문인 ‘브랭섬홀 아시아(BHA)’가 개교했고, 올해 KIS 고등학교가 문을 열었으며, 미국 명문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는 2016년에 개교합니다.
앞으로는 운영방식을 바꿔 학교를 3개 정도 더 유치할 계획이에요. 지금처럼 JDC가 출자한 ‘해울’이 해외에서 유치한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JDC의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해외 학교가 들어와서 직접 운영하겠다면 땅을 팔고 행정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 주변에 내년 4월 항공우주박물관이 문을 열고 생태공원을 만들어 지역에 환원할 거라서 영어교육도시가 활성화할 거예요. 제주공항에서 35분 만에 갈 수 있는 도로 건설 공사가 90% 끝나 그쪽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 영어교육도시의 학업 만족도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흡족해합니다. 최근 영국에서 수학올림피아드대회를 했는데, 1등 에튼칼리지, 2등 맨체스터에 이어 NLCS 제주가 공동 3위를 했어요. 영국 본교는 떨어졌고요. NLCS 본교는 여학교인데 제주 분교는 남녀공학이에요. 브랭섬홀 아시아는 본교처럼 여학교고요. 아직 내국인이 다수지만 외국인 유학생 수도 갈수록 늘고 있어요. 영어교육도시 학생이 약 1700명인데 이 중 외국인이 111명이죠. 지난 석 달간 지켜보니 영어가 딸려서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 중 중국인이 가장 많았어요.
그런 학생들을 위해 브랭섬홀 아시아 안에 영어 실력을 키워주는 ‘ESL’ 과정을 만들도록 학교와 협의를 했어요. 중국 언론인 팸투어를 두 차례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 중국에서 학교설명회를 하려고 대사관과 협의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올해만 2014~2015학년도 학생모집 설명회를 14회 열었는데 조기 유학이나 기러기아빠, 유학생 탈선 같은 문제를 우려해선지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9월 6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 지역발전정책 제주설명회’에서 이원종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좋은 사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 얘기를 꺼내자 김 위원장은 환히 웃으며 “영어교육도시가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내고 있어 이 사업을 따온 당사자로서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미분양주택 다 팔려
“영어교육도시가 본격화한 뒤 반경 15km 이내에 빈집이 없다고 해요. 오랜 골칫거리였던 미분양주택도 모두 팔렸고요. 실제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제주의 순유입 인구증가율이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제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해외유학 수요 흡수와 유학 수지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요. 2013~2014 학년도 학생 수 약 1700명 기준으로 산정하면 외화 절감액이 1180여억 원에 달해요. 영어교육도시에 학생 유치 목표인 9000명이 다 차면 연간 6300억 원의 외화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요. 영어교육도시는 앞으로 헬스케어타운과 함께 국내외 기업 유치를 위한 국제자유도시 인프라로서 국제적 수준의 교육 환경을 제공해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