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능(Inactive Account Manager)은 계정 설정 화면에서 3, 6, 9, 12개월 등 기간 지정 후 모든 데이터를 없애거나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구글 서비스로 지정해 데이터 접근 권한을 넘겨주게 하는 것이다. 10명까지 지정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능은 구글플러스나 블로거, 서클, 드라이브, 지메일, 프로필이나 피카사 웹앨범, 구글 보이스와 유튜브 데이터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일정 기간 후 상대방이 넘겨받는 건 데이터뿐이다. 암호까지 받는 건 아니다. 양도받은 사람이 사망자 계정을 이용해 e메일을 보내거나 할 수는 없다.
구글의 이런 서비스 진행의 이면엔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을 통해 사회활동은 물론 개인사가 모두 이뤄지는 시대인 만큼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이미 클라우드를 통해 수없이 많은 개인사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모든 것이 디지털 자산화되고 있다. 사망 후 누구에게 땅을 물려줄지 정하는 것만큼이나 디지털 자산, 콘텐츠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의 디지털 자산이라면 어떨까.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론 굳이 유명 인사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 개개인의 디지털 자산이 그 나름의 가치는 물론 시대상을 담고 이들을 모은 빅데이터가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게 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 관리 역시 미래엔 중요한 기술적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디지털 자산 관리에 관심을 둔 건 기업이다.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애써왔다.
미래엔 개인도 이런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디지털화라는 당연한 틀 안에서 개인화를 병행하게 되는 시대다. 구글 글래스 같은 안경형이나 아이워치 같은 시계형 등 모양새를 떠나 웨어러블 컴퓨터는 모두 개인의 일상 전체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런 데이터는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될 것이다. 사진을 예로 들면 흔히 사진을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기록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사진 자체는 ‘순간의 기록’일 뿐이다. 단편적인 조각만을 기록하던 시대가 아니라 미래는 일상사의 모든 걸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이제껏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역사를 써왔지만 미래엔 인류를 구성하는 구성원 하나하나의 기록을 묶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개인의 취향을 종합해 시대를 평가하고 개인의 기록을 역사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인물이라면 그에게 더 이상 숨겨진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일상이 역사가 될 수 있다.
◎ 김미래 씨 노트
“가만있자. 내 구글 계정 정보는 큰아이에게 물려주고, 작은 아이에게는 디지털 집필 원고에 대한 권리를 넘기면 되겠네.”
김미래 씨는 오늘 자신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 관리를 위한 설계사를 만났다. 매일 안경형 컴퓨터로 기록한 자신의 라이프로그, 일상 기록은 그냥 사후에 삭제하고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계정 정보는 큰아이에게, 디지털 집필 원고는 작은아이에게 권리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설계사는 디지털 자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장시간 떠들면서 한껏 신이 났다. “사모님. 이게 예전으로 따지면 누구한테 땅을 물려줄까, 아파트를 물려줄까 이런 것처럼 중요한 겁니다.” 김 씨는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래. 이젠 유서에 디지털 자산을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지 이런 것도 적어야 하는 시대구나” 싶어 씁쓸해하면서….
관점 디자인 토크 ● 당신이 유서에 써야 할 항목이 늘어났다. 디지털 자산,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