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학사 교과서, 자유민주주의 구현한 유일한 교과서”
- “좌파 교과서, 집필 기준이나 지켜라”
- 러시아 독립국가연합이 CSI?…“기존 교과서 오류가 더 심각”
- “낡아빠진 민중사관, 교과서에서 퇴출돼야”
‘신동아’는 역사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학사 교과서 공동집필자인 권희영(57)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보 역사학계의 역사관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권 교수는 기존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역사학자나 이를 옹호하는 학계를 ‘좌파, 좌익’이라고 표현했다.
▼ 일부 진보진영의 공격이 대단한데요.
“공격은 괜찮아요. 왜곡하고 거짓말하는 게 더 문제죠.”
▼ 교학사 교과서에 298개의 오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팩트(사실) 틀린 건 일부 있습니다. 한 20% 정도. 그건 고쳐야죠. 하지만 그 외의 것은 단 하나도 받아들일 게 없어요.”
▼ 논조나 집필 방향 말씀인가요.
“좌파들은 ‘공산주의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건 안 되죠. 헌법정신에도 안 맞고.”
“좌파들이 역사학계 장악”
▼ 헌법정신에 안 맞는다는 건 무슨 말씀인지.
“하나만 예로 들게요.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밝히고 있어요. 교과서 집필 기준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돼 있고요. 그런데 좌파들은 이걸 부인하는 내용의 교과서를 버젓이 써왔어요. 대부분 ‘선거가 가능했던 38선 이남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되어 있어요. 남한에서만 합법정부다 이거죠. 이런 교과서가 버젓이 검정을 통과하고 있단 말입니다.”
▼ 집필 기준을 어긴 교과서가 어떻게 나올 수 있다는 겁니까.
“교육과정을 만든 사람도 좌파, 집필 기준을 만든 사람도 좌파, 집필자도 좌파, 검정을 맡은 사람도 좌파니까 그렇죠. 그들이 역사학계를 다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광복 이후 현대사의 정통성이 공산주의운동에 있다고 믿거든요.”
▼ 현대사 부분이 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핵심 논리는 뭔가요.
“남한과 북한이 동등하게 합법성을 가진 정부라는 논리죠. 오히려 공산주의 운동에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해요.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는 참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합니다. 인민민주주의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북한식 민주주의, 북한식 통일운동을 긍정적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역사라는 겁니다. 그런 주장을 노골적으로 해요.”
▼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는 어떻게 다릅니까.
“자유민주주의는 자유, 인권, 시장경제를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합니다. 인민민주주의는 노동자, 농민이 이 사회의 주도세력이고 자본가는 적대세력이라는 식으로 개념을 구분하는 논리죠.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입니다. 우리 헌법에는 분명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구절이 들어 있어요. 그러나 좌파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인민민주주의가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하죠.”
권 교수는 진보 역사학계의 역사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한국역사연구회의 창립취지문을 제시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7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역사단체다. 취지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실현시켜 나가는 주체가 민중임을 자각하고 민중의 의지와 세계관에 들어맞는 역사학을 추구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변혁주체임을 확신하고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 역사학의 과학성은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만 검증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권 교수는 “이건 완전히 북한식 역사관이자 마르크스 역사관이다. 친공, 친소, 친북, 반미 정신이 녹아 있다. 1970~80년대부터 이어져온 민중사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보지도 않고 매도”
▼ 민중사관은 어떤 역사관인가요.
“계급투쟁을 강조하고 노동자·농민이 지배계급을 타도하고 민중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는 사관입니다. 결국 대한민국이 끊임없는 계급투쟁 사회로 가야 한다는 논리죠. 그런데 어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사관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칩니까. 공산주의 사회가 아닌 다음에야. 물론 학자가 개인적인 소신을 갖는 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건 교과서입니다.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지배계급은 인민의 적이니 편을 갈라 싸워야 한다’고 가르쳐요? 이게 말이 됩니까.”
▼ 민중사관을 반영한 교과서는 절대 집필해선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그리고 민중사학은 이미 동유럽 사회주의가 멸망하면서 용도 폐기된 역사관입니다.”
▼ 기존의 교과서들이 모두 비슷한 사정인가요.
“대동소이합니다. 모두 좌파 정권 10년간 벌어진 일입니다.”
▼ 다른 나라에서는 현대사 교육을 어떻게 합니까.
“좌파들은 종종 교학사 교과서가 미국식 역사관에 바탕을 두고 씌어졌다고 주장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프랑스 교과서만 봐도 그래요.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에게 현대사를 가르치면서 공산주의를 파시즘, 나치즘 등의 전체주의와 같다고 가르쳐요. 같은 논리로 비판하죠. 이게 역사교육의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 중 상당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우리 책을 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요. 일종의 선전전이죠. 좌파들은 일단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교과서, 독재 미화 교과서’다, 이런 식으로 매도하고 낙인을 찍어요. 지난 5월 말 저희 교과서가 1차 검정을 통과했을 때 일부 언론은 ‘교학사 교과서에 유관순은 여자깡패,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이라고 쓰여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잖아요. 다 오보로 밝혀졌죠.”
▼ 그런 식의 표현이 없었나요.
“전혀 없죠. 언론중재위 결정 때문에 정정보도를 하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지는 않아요. 정말 뻔뻔한 사람들입니다. 일단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부분만 보세요. 우리 교과서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였다’고 돼 있어요. 얼마 전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TV 토론회에 나와서 ‘교학사 교과서에는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정말 황당한 일이죠. 저희 교과서는 3·15 부정선거에 대해 소제목까지 붙여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 교과서를 읽지도 않고 비판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그냥 자기들이 프레임을 하나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춰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겁니다.”
“DJ만 찬양하는 기존 교과서”
진보진영 일각에선 교학사 교과서 내용 중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문제 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어 논란을 불렀던 역사 다큐멘터리 ‘100년 전쟁’의 영향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이 전 대통령을 미화하면서 독재와 부정선거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권 교수는 이런 비판에 이의를 제기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교학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3·15 부정선거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1960년 정·부통령 선거에서 정부는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하였다. 야당은 선거 무효를 선언했고,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4월 11일에는 시위로 숨진 학생 김주열의 시체가 바다에서 인양되었고 또다시 마산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4월 18일에는 서울에서도 학생 시위가 일어났는데 정치 깡패들에 의한 폭행사고가 일어났다. 4월 19일에는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시위를 벌여 경무대 앞까지 진출하였다. 이에 경찰의 발포로 학생들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4월 26일까지 계속되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하였고, 5월 29일 하와이로 망명의 길을 떠났다.
▼ 일부 진보진영의 지적 중 사실과 다른 것으로는 또 어떤 게 있습니까.
“일단 현대사 부분에서 어떤 걸 시비 거는지 보세요. 좌파들은 우리 교과서가 타 교과서에 비해 타율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요. ‘우리 민족의 해방을 연합군의 승리와 일본의 패전에서 찾고 있다’거나 ‘독립운동 등 자주적인 노력을 함께 서술하는 다른 교과서에 비해 타율적이다’라는 겁니다. 자, 그럼 우리 교과서를 한번 보세요, 뭐라고 되어 있는지.”
교학사 교과서에는 1945년 해방 과정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독립을 위한 오랜 노력과 투쟁끝에 수립되었다. 제2차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자주독립 국가로 출발하게 되었다.
권 교수는 “이게 왜 잘못된 표현이고 타율적인 서술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주적인 노력을 기술한 것 아닌가. 좌파들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교학사 교과서가 안중근 의사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사진도 싣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너무 많다고도 비판하던데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좌파 교과서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나쁜 독재자로 만들어놓고, 임기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상에 없는 영웅으로 만들어 놨어요. 한 교과서엔 김 전 대통령 사진이 4장이나 실려 있어요. 내용도 거의 찬양 수준입니다. 이런 건 왜 문제를 안 삼는지 모르겠어요.”
“8쪽에서 15개 오류 발견”
▼ 기존 교과서에도 문제가 많다는 말씀인데….
“좌파들이 하도 난리를 쳐서 제가 기존 교과서를 분석해봤어요. 사실관계 오류가 없는지 보려고. 깜짝 놀랐습니다. 천재교육 교과서의 경우 8개 연속되는 쪽에서 총 15개의 사실 오류가 발견됐어요. 예를 들어 1997년 시작된 IMF 외환위기가 1998년 시작됐다고 돼 있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독립국가연합(CIS· Common wealth of Independent States)이 CSI로 표기되어 있더군요. CSI는 유명한 미국 범죄 드라마 제목이죠. 1989년 발생한 천안문사태 당시 천안문광장에 100만 명이 모였다는 것도 아무 근거가 없는 표현입니다. 가장 많이 모였을 때가 10만 명 정도라는 기록이 있을 뿐이죠. 그런데도 좌파들은 본인들 교과서에는 아무 오류가 없다고 주장해요. 황당한 사람들입니다.”
▼ 교학사 교과서 필자들이 일본의 논리인 ‘내재적 발전론’을 추종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내재적 발전론은 ‘일제시기에도 일정한 수준의 사회경제적 발전이 있었다’는 논리다. 일본은 이 논리로 한반도와 중국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저는 일제시대의 경우 양적인 성장은 있었지만 질적 성장은 없는 시대였다고 봅니다. 한국의 사회구조가 근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걸 일제가 저해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대로 된 근대화였다면 농업혁명, 토지혁명이 있었어야 한다는 거죠.”
▼ 얼마 전 진보역사단체가 만든 역사 다큐 ‘100년 전쟁’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완전히 날조였죠. 처음엔 역사 다큐라고 주장하다가 반박이 심해지니까 요즘에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 역사 다큐라고 주장하지 않아요. 창작물이니까 다소 사실이 틀린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죠.”
▼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기존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첫 작품이 나왔으니 더 열심히 검토하고 다듬어서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좌편향 교과서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