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상담하는 최정근 원장.
남 씨는 동네병원에서 “퇴행성 관절염이 심하니 전문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는 말을 듣고 고민하다 전문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을 받기엔 나이가 젊고 통증에 비해 연골 손상이 적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이후 3~4주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져 그동안 제대로 못했던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우리 몸은 수많은 관절로 연결돼 있다. 관절과 관절 사이엔 연골이 있어 관절 간 완충 기능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거나 찢어지면서 손상되거나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한국인에게 높은 발병률
퇴행성 관절염은 척추를 비롯해 발목, 손목 등 관절 부위 어디에나 발생하지만 가장 흔한 곳은 무릎이다. 무릎 관절은 체중을 지탱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십, 수백 차례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니 마모되기 쉽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일하거나 양반다리로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긴 한국인은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강해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이 높다.
퇴행성 관절염이 발병하면 무릎이 뻣뻣해지고 욱신거리거나 쑤시는 증상으로 인해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평범한 동작에도 무릎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활동을 줄이고 쉬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고, 날씨가 흐릴 때나 겨울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낮아지면증상이 더 심해진다.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무릎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무릎이 붓고 열이 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무릎관절의 연골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볼 수 있다.
증상이 악화돼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지면 관절의 뼈끼리 맞닿으면서 통증은 더욱 심해진다. 움직임이 없을 때에도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밤엔 증세가 심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통증 외에 무릎관절의 변형으로 ‘O’자형 다리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발표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은 환자의 87.5%가 50세 이상이라고 보고될 정도로 노년층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염은 나이 먹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무릎 연골이 손상되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므로 젊을 때부터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좌식생활을 주로 하는 생활양식 때문에 어릴 때부터 무릎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연골 손상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전방 십자인대 파열, 연골 연화증, 반월상연골 파열 등과 같이 젊은 층에게 자주 발생하는 무릎관절 질환의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 손상된 연골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다보면 이른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이유 없이 무릎 통증이 지속되면 전문의의 정밀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문제
정상적인 무릎 연골(왼쪽)과 관절염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
하지만 그간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절염 원인과 증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손상된 연골이 다시 원상태로 회복돼야 하는데,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해 손상된 연골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방식의 치료가 시행돼왔다.
가장 근래 개발된 인공관절 치환술이 현재까지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적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수술은 연골이 닳아 없어진 상태에서 택하는 마지막 단계의 치료법이다. 인공관절은 사람에 따라 10~20년의 수명을 지니므로 젊은 사람에겐 사용하기 어렵다. 또한 아주 심하게 손상된 관절염에만 시술되므로 그 이전 단계에서 고생하는 환자들에겐 적용할 수 없는 단점을 지녔다.
약물이나 물리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 연골 손상이 심하지만 수술을 하기엔 이른 중등도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위해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치료가 효과를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절염의 근본적 치료라기보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 관절염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줄기세포 치료 안전성 입증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해 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자는 목적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는데, 최근의 성과가 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이다.
지난해 1월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 치료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줄기세포 치료술은 크게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과 제대혈을 이용한 타가줄기세포 치료법이 있다.
자가줄기세포 치료는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채취한 후 줄기세포를 분리, 무릎에 주입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이라 출혈이 적고 시술도 30~40분이면 끝난다. 입원 기간도 이틀 정도면 된다. 또 시술 후 2~4주에 걸쳐 통증이 완화되기 시작해 3~4개월이면 실제 연골 재생률도 80% 수준으로 효과가 높다. 다만 15~50세 환자 중 2~10cm의 연골 손상 환자에게 우선 적용토록 하고 있어 아직 중증의 관절염 환자나 고령 환자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줄기세포 치료 과정.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이라 통증이 곧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고 통상 2~4주의 통증 완화 시기와 3~6개월의 연골 재생 시기가 필요하다. 이 기간엔 음주, 사우나,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 하고,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증상에 맞게 적절한 재활운동을 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뼈끼리 맞닿으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뿐 아니라 활동량 저하로 다른 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동반 질환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대개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고통을 참으며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은 줄기세포 치료술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조기에 환자의 관절 상황을 세밀히 살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상의한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고도 길어진 노후를 무릎 통증 없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