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의 널뛰기 안보의식으로 시작된 스텔스기 사업
- 록히드마틴 제시價보다 높게 책정된 3차 FX 사업비
- 美, 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조 내걸고 록히드마틴 지원
한국 3차 FX사업에서 기사회생한 F-35A. 한국 공군에게 필요한 적정 스텔스기는 몇 대인가.
다시 추진되는 FX사업은 스텔스기 도입을 전제로 할 가능성이 높아 록히드마틴은 ‘위대한 역전승’을 보장받은 셈이 되었다. FX사업을 이렇게 일관성 없이 해도 되는 것일까.
F-35A를 위한 사업?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스텔스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록히드마틴에 끌려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방추위의 부결로 스텔스기 도입이 분명해지면, 3차 FX사업은 유일하게 스텔스기를 내놓은 록히드마틴과 그 뒤에 있는 미국 주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파는 쪽이 힘을 쓰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돼 대한민국은 F-35A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비싸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FX사업을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부결된 3차 FX사업도 당초 F-35A를 위해 판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3차 FX는 ‘록히드마틴을 위한, 록히드마틴에 의한, 록히드마틴의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록히드마틴은 승리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널뛰기 안보의식’ 때문에 정치적으로 추진된 측면도 있다. 새로 하는 FX사업은 이러한 우(愚)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종종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123층의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다. 이 건물은 공군 성남기지의 주활주로 접근 항로 옆에 건설될 예정이기에 공군이 유사시 작전에 애로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MB는 공군총장을 교체하면서까지 건설 허가를 내주게 했다.
그는 미국에 기대어 ‘안보 무임승차’를 하려는 경향도 드러냈다.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고고도 무인기 도입에 대해 그는 “전시(戰時)가 되면 미국이 수많은 정찰자산을 보내줄 터인데 왜 사야 하나”라고 반대했다.
그랬던 MB가 180도 달라진 것은 연평도 포격전을 당한 뒤였다. 천안함 사건은 기습이었으니 손쓸 틈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전은 대낮에,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다음에 일어났으니 얼마든지 보복할 수 있었다.
보복전은 새로운 공격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대통령의 결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MB는 결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인들만 보면 “연평도 포격전 때 왜 공군기를 동원해 보복하지 않았느냐?”고 야단을 쳤다. 군 수뇌부는 말은 안 했어도 ‘대통령이 자기 면피성 발언을 한다’ 여기고 혀를 찼다.
대통령이 역정을 내자 상당수 군 수뇌는 “확전을 막고 우리 군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보복이나 억제를 하려면 스텔스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보고가 거듭되자 MB는 지론이던 ‘안보 무임 편승론’을 버리고 스텔스기 도입을 목표로 3차 FX사업을 추진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 중 3차 FX사업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이는 3차 FX사업이 스텔스기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을 의식한, 또 다른 정치적 결정으로 비쳤다.
제시價보다 높았던 사업비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려면 먼저 합참이 ‘이러이러한 성능을 갖춘 무기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작전요구성능(ROC)을 만들어야 한다. 스텔스기를 도입하고 싶다면 ROC에 스텔스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합참이 그런 식으로 ROC를 만들자 일부 국방전문가들과 경쟁사들이 역풍을 만들어냈다. “F-35A는 개발 중인 전투기이고, 완벽한 스텔스기도 아니며, 값도 너무 비싸다”는 등의 반(反)스텔스론을 제기한 것.
반발이 만만찮았기에 합참은 두 차례나 ROC에서 스텔스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것도 안보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으로 무기를 도입하게 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세미 스텔스기인 보잉의 F-15SE는 물론 비(非)스텔스기인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ROC를 만족시켜 경쟁하게 되었다. 이는 경쟁을 유도해 F-35A의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였으니 무조건 잘못된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하게 ROC를 낮춰 결과적으로 스텔스기 탈락을 초래했다면 잘못이다.
한국은 스텔스기를 운영해본 적이 없어 스텔스기의 가격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참여 예상 회사에 가격을 포함한 정보를 보내달라고 요청(RFI)했다. 그리고 답변서를 받아 비교해보니 예상을 깨고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가격이 가장 낮았다. 방사청은 3개사가 보내온 가격의 평균치를 내고, 협상 시 우리가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덜어낸 후 8조3000억 원을 예상 사업비로 결정했다.
8조3000억 원은 3개사가 제시한 평균가보다는 낮지만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것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공군과 방사청은 충분히 MB 지시대로 F-35A를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항공기를 제작하려면 4대 이상의 시제기를 만들어 수년간 1000여 회 이상 다양한 시험비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 해결책을 찾아 양산기 설계에 반영한다.
F-35는 복잡한 개념으로 만든 전투기다. 기본모델을 만들어놓고, 육상 기지에서 사용할 공군형(A형)과 단거리 이륙을 하고 수직 착륙을 할 해병대형(B형), 항모에서 이·착함할 해군형(C형)을 파생시키기로 했다. 기본모델에서 3개 파생형을 만든다는 것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3개의 다른 전투기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3개 기종에 모두 쓰일 수 있는 기본모델을 만들려다보니 기본형 개발부터 늦어졌다.
록히드마틴은 공군형인 F-35A를 제일 먼저 개발해 시험비행한 후 2012년 양산하기로 했는데, 개발이 늦어져 2017년으로 양산 시점이 연기됐다. 이 시기도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개발기간이 늘어나면 개발비는 당연히 증가한다. 개발비는, N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양산기 대수로 나눠(N분의 1) 각각의 양산기에 부과한다. 따라서 개발비 부담을 상쇄하려면 양산기 대수를 늘리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값도 모르고 산다?
미 공군은 본래 소련 등 초강대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스텔스기 제작을 추진했다. 그런데 소련과 동유럽 국가의 붕괴로 냉전이 막을 내리자, 스텔스기를 사용할 기회도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F-35A의 가장 큰 구매자인 미 공군이 애초 거론된 구매 대수를 대폭 축소해갔다. 미국은 영국 등 8개국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아 F-35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8개국도 냉전 종식을 이유로 구매 대수를 줄여갔다. 이렇게 되면 N값이 작아져 양산기 가격이 올라간다.
이는 F-35A를 사야 하는 미 공군은 물론 F-35A를 팔아야 하는 록히드마틴에도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은 당초 F-35를 미국과 8개 투자국에만 우선 판매(1차 양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계획을 바꿔 투자하지 않은 나라에도 1차 양산기를 판매하기로 하고 대상국 물색에 나섰다.
그런데 F-35A는 개발 중인 전투기인지라 가격을 확정할 수 없었다. 가격은, 록히드마틴에 이 전투기 개발을 의뢰한 미국 정부(공군)가 개발 완료를 인정하 고 1차 양산 대수가 결정돼야 확정된다. 그전까지 구매국들은 대수만 결정해놓고 기다려야 한다. 대수만 확정해놓고 금액은 나중에 결정하는 식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미국은, ‘대외군사판매’로 번역되는 FMS(Foreign Military Sales)로 부른다. FMS는 새로 개발하는 무기를 판매할 때 주로 쓰인다.
미국(공군)과 록히드마틴은 추가 구매국으로 일본 이스라엘 한국을 지목하고 집중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일본이 구입을 결정하고 계약을 맺었다(도입 대수 결정).
그런데 공동 투자국인 캐나다와 호주가 F-35A가 1차 양산되는 2017년 이후 도입을 결정하겠다며 물러났다. 개발비는 1차 양산기에 부과되기에 2차 양산기는 상대적으로 값이 내려간다. 2차 양산에서는 1차 양산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개선될 수도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F-35A의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2차 양산 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 미국으로선 산토끼를 잡아온 대신 집토끼를 놓쳐버린 셈이 되었다.
이러니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한국이 F-35A로 결정하면 FX사업비가 1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자 얼마 후 12조 원대로 내려왔다가 최종 가격협상을 할 때는 10조 원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F-35A는 FMS로 거래되니 10조 원도 추정 가격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왜 록히드마틴은 애초에 8조3000억 원 이하로 F-35A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록히드마틴이 한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잔꾀’를 부렸다고 의심했다.
환율 덫에 걸린 유로파이터
록히드마틴은 3차 FX사업에 참여해야 F-35A를 한국에 홍보할 수 있다. 한국에는 미 7공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7공군은 F-35A를 비싼 값에 구입해야 하는 미 공군본부의 영향을 받는다. 때마침 미 국방부는 예산 자동 삭감제 ‘시퀘스터’가 발동돼 고통을 받았다. 예산 압박을 받게 된 미 국방부와 공군은 한국 공군과 방사청에 F-35A 도입을 요청했다.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재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었다. 그러한 때 록히드마틴은 미국 국무부에서 동아시아를 담당한 차관보가 퇴직해서 만든 싱크탱크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한국 문제를 담당했기에 한국 요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적잖은 사람은 “3차 FX사업은 미국 정부(F-35A) 대 미국 기업(F-15SE를 내놓은 보잉) 간의 경쟁이 됐다”고 말한다.
F-15SE를 선정한 방사청 결정을 부결하고 3차 FX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한 9월 24일의 방추위.
그러나 한국은 복지예산을 줄여야 할 정도로 예산 압박을 받고 있었기에 3차 FX사업비를 늘릴 수 없었다. 양측은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 들어간 것인데, 결정권은 한국이 쥐고 있었다. 방사청은 공언을 뒤집을 수 없었기에 유일하게 가격을 맞춘(예상 사업비보다 50억 원 적었다) 보잉의 손을 들어줬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정부에 기대려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만 것이다.
이러한 록히드마틴과 비교되는 것이 EADS다. EADS도 가격을 8조3000억 원에 맞추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측면이 있다. EADS의 유로파이터는 2002년 1차 FX사업에서 보잉의 F-15K에 패했기에, 11년 후 재개된 리턴매치(3차 FX)에서 이기려면 보잉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2002년 유럽은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 단일 화폐 ‘유로’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10여 년 사이 달러에 대한 유로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2010년에는 60% 정도 비싸졌다가 최근 좀 내려가 40%쯤 비싼 수준에 있다(1유로=약 1.4달러). 한국 원화는 달러에 연동돼 있어 원화에 대한 유로 가치도 똑같이 올라갔다. 이러니 같은 조건으로 내놓아도 유로파이터가 40% 정도 비쌀 수밖에 없다.
‘느림보’ 보잉의 한계
유로파이터는 40%를 떼어내는 ‘감량’은 할 수 없었다. 9부 능선까지는 올라왔지만 마지막 1부를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EADS도 록히드마틴처럼 양산 대수를 늘려야 하는 처지라서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을 확보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한 것이다. 유로파이터는 영국 등 네 나라가 만든 것이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않았다. 록히드마틴이 EADS만큼만 노력했다면 3차 FX사업은 그들 몫이 됐을 것이다.
F-35A와 유로파이터가 새로 개발됐다는 점 때문에 압박을 받았다면 반대로 F-15는 구식 전투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F-15는 오래전에 개발됐기에 개발비를 다 뽑아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면 그에 필요한 개량만 하면서 제작할 수 있었다.
2002년 한국이 펼친 1차 FX사업에 참여한 4개 기종 중 F-15를 제외한 3개 기종이 새로 만든 것이었다. 3 기종은 가격경쟁에서 개발비 부담이 없는 F-15를 앞서기 어려웠다. F-15는 서방 진영에서 나온 현존 전투기 가운데 가장 크다. 보잉은 F-15E를 약간 개량한 F-15K를 제시해 1차 FX에서 승리했다. 이어 2차 FX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그리고 F-15K를 약간 개량한 F-15SG를 제시해 싱가포르 FX에서 승리하고, F-15SG를 개량한 F-15SA를 내놓아 사우디아라비아의 FX사업도 거머쥐었다. 그리고 F-15SA를 개량한 세미 스텔스기 F-15SE를 들고 한국의 3차 FX에 도전했다.
보잉은 한국에서는 미국 정부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국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려고 했다. 세미 스텔스기와 구식 전투기를 거부하는 정서를 고려해 F-15SE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 가격조건을 맞추는 데 주력한 것. 이 때문에 3차 FX사업은 F-35A와 유로파이터 양자대결로 보였으나 두 기종은 가격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고 보잉만 합격점을 받았다.
보잉은 느림보 거북이처럼 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느림보’는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데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상황은 전직 공군참모총장단이 ‘3차 FX사업은 스텔스기를 도입하는 것이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확 뒤집혔다. 제 눈을 찔렀던 록히드마틴은 구세주를 만났고, 희희낙락하던 보잉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그러자 방추위는 방사청의 F-15SE 선정이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는데도 부결하고 원점에서부터 새로 FX사업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로 인해 새 FX사업은 ‘무조건’ 스텔스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것도 한국의 무기 도입이 전략적인 판단보다 여론에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3차 FX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면 정치와 여론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적정 스텔스기는 몇 대?
북한군이 방사포나 미사일로 선제 공격할 경우 한국군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복전은 스텔스기를 동원한 폭격이다. 그렇다고 스텔스기를 무작정 많이 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작전을 고려해 그에 맞는 대수를 도입해야 한다.
3차 FX사업에서 세미 스텔스기를 선정했던 것은, 보복전은 세미 스텔스기로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니 FX 사업을 원점에서 시작하면서 전량 스텔스기 도입으로 가닥을 잡을 필요가 없다.
전쟁도 ‘비용 대 효과’를 따져가며 해야 한다. 일본과 이스라엘은 F-35A 도입을 결정했지만 대수는 각각 42대, 19대에 불과했다. 대수가 너무 적어 미국의 부탁을 들어주는 생색용 구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보복전을 위해 출격한 스텔스기들은 휴전선을 넘어가 몇 개의 핵심 표적을 파괴해야 한다. 파괴할 표적 수가 적다면 출격하는 스텔스기 대수도 적어야 한다. 우리는 보복전이라는 제한전뿐만 아니라 전면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의 방공망을 초전에 파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작전은 스텔스기 이외의 무기로도 할 수 있다.
HARM은 적 레이더에서 나온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 적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는 공대지 미사일이다. HARM을 장착한 비스텔스기는 적 방공망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무기다. 초정밀 사격이 가능한 육군의 현무-3 순항 미사일, 해군의 해성-2 순항미사일도 북한군 방공망을 정확히 격파할 수 있다. 육군의 ATACMS 와 현무-1, 2 탄도미사일은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역시 방공망을 부수는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
KFX와 연결된 비스텔스기 도입
이러한 공격으로 북한군 방공망이 궤멸되면 모든 전투기가 북한 상공으로 진입할 수 있으니 스텔스기를 출격시킬 이유가 사라진다. 독도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대립이 벌어져도 스텔스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일본이 쉽게 공격에 나서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제한전과 전면전을 모두 고려해도, 스텔스기는 ‘닌자(忍者)’처럼 조용히 북한군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는 데 필요하니, 1개 대대인 20대 안팎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들은 3차 FX사업은 스텔스기 20~30대, 비스텔스기 30~4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나눠 추진할 것을 권한다. 세미 스텔스기를 배제하고 비스텔스기를 도입하는 것은 스텔스기 도입으로 가중된 FX 사업비를 경감하기 위해서다.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을 수 없다면 3차와 4차 FX사업으로 구분해 동시 혹은 거의 동시에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이 도입하는 비스텔스기 후보로는 보잉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급했던 F-15SA가 유력하다. 유로화 환율이 떨어진다면 EADS의 유로파이터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비스텔스기 도입은 한국형 중형 전투기 KFX를 개발하는 것과 연계해야 한다. KFX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비스텔스기 분야의 승자로 낙점하는 것도 괜찮다. 공군은 노후 전투기 문제로 고통받고 있으니 당장 제작이 가능한 비스텔스기 도입은 서둘러야 한다.
스텔스기 경쟁은 F-35A 수의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여기에서는 가격 협상이 쟁점이 된다. 한국이 예산 압박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FX사업에서는 60대 전량을 스텔스기로 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벌써 “한국이 적은 수를 주문하면 그만큼 F-35A의 단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이 반론을 무너뜨리려면, 공동 투자국인 호주와 캐나다가 2017년 이후 F-35A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사례를 참고해 2차 양산 때 F-35A를 도입하는 안도 검토해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3차 FX사업은 정치적 필요나 여론에 휘둘려 즉흥적으로 계획을 짜지 말고 록히드마틴의 콧대를 꺾어가면서 냉철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