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생물체 분석, 보존, 생산의 기초

차세대 게놈

  •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Perspective Designer)

    입력2013-10-24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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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체 분석, 보존, 생산의 기초

    9월 국내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 등 10개국 연구팀과 공동으로 호랑이 유전 정보를 해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0년 11월 에버랜드 동물원의 한국 호랑이 ‘태극’의 혈액을 채취하는 광경. 채취한 혈액은 DNA를 추출하는 데 사용됐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해 만든 말로 유전체라고도 한다.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 정보의 집합체라고 생각하면 쉽다. 게놈이 주목받는 것은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통해 맞춤형 의학은 물론 질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인지 미국에선 2007년 제임스 왓슨이 인간 게놈 정보 지도를 완성하는 한편, 관련 법안을 제정한 상태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12년 영국에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게놈 지도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억 파운드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환자 10만 명의 게놈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

    인간을 구성하는 게놈은 모든 유전자와 바깥 부분을 포함해 30억 쌍에 달하는 DNA 염기 서열로 이뤄져 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런 노력을 통해 “한 세대 안에 암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미래는 게놈 정보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생명공학 자체가 본질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개인 유전자 정보를 모두 분석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이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릴지, 이에 맞춘 치료 방법으론 어떤 게 있을지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이런 개인 맞춤형 정보는 의료 분야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나 식품, 심지어 대체에너지 분야까지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

    게놈 분석은 생명체가 지닌 모든 유전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 9월 국내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 등 10개국 연구팀과 공동으로 호랑이 유전 정보를 해독했다고 밝혔다. 야생 호랑이는 전 세계에 40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게놈 분석 결과를 보니 고양이와 염기 서열이 98.3% 같았다고 한다. 게놈 분석을 통해 호랑이와 고양이는 108만 년 전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 호랑이에서만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 1376개도 찾아냈다. 게놈 분석은 이렇게 멸종위기종 보존 연구에 쓰일 수 있다.

    호랑이 게놈 분석이 보존을 위한 것이라면 생산을 위한 분석도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은 올해 넙치 게놈을 해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3년 만에 5억4000만 개에 달하는 염기쌍을 해독해 염색체별 게놈 지도를 만들어낸 것. 넙치는 광어라고도 불리는데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이번 게놈 분석 덕에 맛이나 육질 등에 대해 분석할 수 있게 되어 맞춤형 넙치 양식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 중국 등은 대구나 참굴 등 수산생물 19종에 대한 게놈 분석을 마쳤고 17종에 대해서는 진행 중이라고 한다. 게놈 분석은 신품종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작물이나 가축 등도 마찬가지다.

    ◎ 김미래 씨 노트

    “어머, 이건 참 맛있게 생겼네.” “엄마. 여기에 있는 건 다 맛있어. 요즘엔 게놈 분석해서 맛이나 육질, 색상까지 우성 형질만 가져다 양식한다는 거 몰라?”

    식탁에 오르는 농작물이나 육류, 수산물까지 요즘엔 맛없는 게 없다. 게놈 분석으로 아예 입맛에 맞는 것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인 김미래 씨 걱정이 태산이다. “이거 입맛 없다는 말도 이젠 못하게 됐잖아. 돌리도, 내 날씬했던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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