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사람과의 퀴즈 대결에서 이긴 슈퍼컴퓨터 왓슨.
실제로 8월 독일과 일본 연구팀은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일본(RIKEN Advanced Institute for Computational Science)의 슈퍼컴퓨터인 K컴퓨터(K computer)를 이용해 실제 사람 뇌의 1%에 해당하는 시뮬레이션에 성공한 것. 연구 결과, 사람의 두뇌 1%를 사용하는 데 17억3000만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와 10조4000억 개의 시냅스가 필요했다. 이는 생물학적으론 1초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K컴퓨터를 이용해 8만2944개에 달하는 CPU와 메모리 14PB(페타바이트)의 힘을 빌려 40분 만에 두뇌가 1초간 활동하는 데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해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사람의 뇌 1%에 해당할 뿐이지만 원숭이 뇌 전체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10년 안에 페타 규모 슈퍼컴퓨터 성능이 1000배까지 올라가면 뇌 전체의 신경세포와 시냅스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PU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사람의 뇌 세포 수를 넘어서는 미래엔 컴퓨터가 사람 두뇌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2011년 2월 미국 ABC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선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퀴즈쇼 챔피언이 상금 100만 달러를 놓고 IBM 슈퍼컴퓨터 왓슨(WATSON)과 퀴즈 대결을 펼친 것. 3판 2선승제로 열린 이 퀴즈쇼에서 1라운드는 사람이 이겼지만 나머지 두 경기는 왓슨의 차지였다.
컴퓨터와 인간이 경합을 벌인 건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인간과 상대한 최초의 컴퓨터는 1967년 등장한 맥핵(MacHack)이다. 1989년 IBM은 슈퍼컴퓨터 딥소트(Deep Thought)로 체스 세계 챔피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처참하게 패했다.
왓슨이 놀라운 건 퀴즈쇼에서 사람에게 물어보듯 그냥 물어보면 이를 분석해 답을 내놨다는 점이다.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갖춘 덕이다. 물론 이런 방대한 처리를 위한 왓슨의 덩치는 냉장고 10대 크기에 달했다.
하지만 미래엔 현재의 데스크톱PC만한 컴퓨터가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손정의 회장의 예상처럼 CPU의 트랜지스터 수가 사람의 뇌세포 수를 넘어서고 그보다 몇 배 이상 많아지게 되면 사람 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얘기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넘어오면서 지식 노동이 단순 노동을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었지만, 미래엔 지식 노동을 넘어선 ‘상상 노동’ 시대가 열릴 것이다.
◎ 김미래 씨 노트
“컴퓨터에 도전하세요.” 인기 TV프로그램 1:100(일대백)이 1만 회를 맞았다. 김미래 씨도 우연찮은 기회에 퀴즈쇼에 참여할 수 있었다. 김 씨를 비롯한 참여자 100명이 상대해야 할 1인은 연예인이 아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컴퓨터다. 심지어 간단한 농담도 주고받는다.
인간과 컴퓨터가 벌이는 퀴즈 대결이 쉽지만은 않지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로또 수준이라 인기가 높다. 이 컴퓨터의 CPU엔 사람 뇌세포 수보다 많은 1조1억 개에 달하는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 퀴즈를 풀던 김 씨는 좌절했다. “내 뇌 속 세포가 300억 개라는데 이걸 어떻게….”
관점 디자인 토크 ● 미래 인류는 두뇌가 멈추게 될까. 틀을 벗어나는 두뇌 활용을 상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