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벌써 퇴임할 相 아니다 전화위복 될 수도…” (채동욱 前 검찰총장에 대해)

영화 ‘관상’ 자문 맡은 관상가 김용남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입력2013-10-22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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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관상’이 올 하반기 대표 히트작이 될 전망이다. 10월 중순 관객수 900만을 돌파했고, TV 드라마 제작설도 나온다. 조선 최고 관상쟁이 김내경의 활약을 다룬 이 영화 덕분에 관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화에서처럼 관상으로 살인범을 잡아내고 얼굴에 점 하나 그려 넣어 팔자를 고칠 수 있을까.
    •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관상가 김용남 씨는 “타고난 관상을 거스르며 사는 사람은 없지만, 수행과 자선을 통해 운명을 개선해나갈 수는 있다”고 말한다.
    “벌써 퇴임할 相 아니다 전화위복 될 수도…” (채동욱 前 검찰총장에 대해)
    관상가라고 하면 나이 지긋하고 얼굴엔 위엄 가득한 어른일 것 같다. 하지만 일중(日中) 김용남(45) 씨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안(童顔)에 목소리는 20대 청년처럼 낭랑했다. 그는 허영만 만화 ‘꼴’의 실제 모델이자 감수를 맡은 국내 관상 대가 신기원에게서 20여 년을 사사한 수제자. 1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며 서울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근처 대한형공풍수지리학회에서 관상학 강의를 하고 있다.

    처자 잃을 운명도 드러나

    김 씨는 시나리오상의 관상 관련 내용의 자문에 응하면서 제작진이 가져온 5명의 배우 중 이정재를 ‘왕이 될 상’으로 꼽아,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의 관상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 어떤 점에서 이정재가 ‘왕이 될 상’인가요.

    “수양대군은 왕권을 찬탈한 자로, 훌륭한 왕으로서의 관상을 가진 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강한 상을 가진 배우를 골랐어요. 이정재 씨는 눈에서 강한 기운이 나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찍은 20대 때는 그 기운이 너무 강했는데, 30대를 지나 40대에 들어서자 절제된 카리스마가 보여요. 앞으로 10년간 배우로서의 기운이 넘쳐날 겁니다.”



    ▼ 나머지 배우는 누구였습니까.

    “공유·정우성·현빈·장동건이었는데 공유와 정우성 씨는 순한 상이고, 현빈 씨는 아직 젊어서 기운이 지나치게 강해요. 장동건 씨는 눈이 너무 커서 강한 상이 아니고요.”

    김 씨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내경(송강호 분)이 관상으로 살인범을 잡아내는 장면을,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내경의 아들이 수양대군이 쏜 화살에 맞아 죽는 장면을 꼽았다. 내경 정도라면 ‘신의 눈’을 가진 관상가였어야 했는데, 아들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 관상을 보고 살인범을 잡아내는 건 비현실적인 것 같은데….

    “가능해요. 형극처자(刑剋妻子), 자범지살(自犯之殺)이란 게 있습니다. 형극처자 관상을 가진 이는 자녀나 아내를 잃을 수 있고, 자범지살 관상을 가진 이는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거나 자살할 수 있는 운명입니다. 이 둘은 얼굴에 거의 비슷한 형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아내를 죽인 자가 남편임을 꿰뚫어볼 수도 있지요.”

    영화에서 내경과 연홍(김혜수 분)은 잠든 수양대군의 이마에 역모를 꾀할 자를 뜻하는 3개의 점을 몰래 그려 넣어 단종으로 하여금 수양대군의 진의를 눈치 채도록 한다. 하지만 이는 허구다. 김 씨는 제작진에게 이마에 2개의 점이 나란히 있으면 성폭방부(性暴防父)라 하여 성격이 포악해 아버지의 뜻에 반하는 상을 뜻하고, 양쪽 광대뼈 위에 대칭으로 점이 있으면 대권쌍악(大權雙握)이라고 하여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강한 상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이마와 양쪽 광대뼈 위에 점 4개를 그려 넣는 것이 카메라 각도상 안 좋았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생김새보다 목소리

    관상이란 무엇일까. 얼굴 생김새에서 성격과 미래, 운명을 읽는 것? 김 씨는 “겉으로 표현한 적 없고, 본인도 모르는 그 사람의 내면 세계를 보는 것이 관상”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소우주며 사람의 얼굴과 몸과 목소리에 음양오행의 기운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얼굴 생김새는 관상의 일부일 뿐이다. 그는 “첫째로 꼽는 것이 음성”이라며 “허스키한 부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귀인이나 부자는 얼굴을 보기 전에 목소리만 들어도 압니다. 예전에 어떤 분과 술자리를 했는데, 목소리가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방바닥을 통해 진동으로 다가왔어요. 알고 보니 세도가 집안의 자손이었지요. 목소리의 여운이 얼마나 길게 퍼지느냐, 목소리 톤이 높으냐 낮으냐, 목소리가 머리 목 가슴 배 중에서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벌써 퇴임할 相 아니다 전화위복 될 수도…” (채동욱 前 검찰총장에 대해)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 김용남 씨는 “눈빛에서 절제된 카리스마가 느껴져 수양대군 역에 가장 어울린다고 봤다”고 말했다.

    ▼ 그럼 두 번째로 꼽는 것은 뭔가요.

    “몸, 즉 풍채가 탄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얼굴인데, 얼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눈입니다. 눈빛은 원천지기(源泉之氣)라고 해서 타고나는 것입니다. 타고난 눈빛은 달라지지 않아요. 기운이 좋을 때 눈빛이 좀 더 살아나 보일 뿐이에요.”

    ▼ 결국 ‘관상 성형’이란 건 말이 안 되는 거네요.

    “성형으로는 인상을 바꿀 뿐이고, 인상을 바꾼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아요. 관상 성형의 예로 현영 씨가 자주 거론되는데, 성형 전 얼굴을 보면 이목구비에서 출세하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많이 드러나요. 여러 번의 성형으로 예뻐지고 인기를 얻어 결국 관상대로 출세했지요.”

    관상은 단순히 생김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도 관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씨는 지난해 5월에 찾아온 일란성 쌍둥이 자매를 예로 들었다. 한 딸은 대학에 합격했는데, 다른 딸은 재수를 하게 돼 골치 아픈 쌍둥이 엄마에게 그는 “닦달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할 상”이라며 “여름부터 공부에 집중해 좋은 대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봄 쌍둥이 엄마는 “딸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며 감사 전화를 해왔다고 한다.

    ▼ 공부 잘할 상도 따로 있나요.

    “물론입니다. 얼굴에 12학당(學堂)이 골고루 갖춰진 사람이 공부를 잘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율곡 이이 선생이에요. 12학당 중 광대학당(光大學堂)에 해당하는 눈썹 사이(인당·印堂)가 넓고 두툼해야 모든 학문에 통하는 능력이 있어요. 반순(班筍·12학당 중 눈썹을 의미)도 수려하게 길어야 하고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율곡과 닮은 상입니다.”

    ▼ 관상을 거스르는 인생을 사는 경우는 없나요.

    “없어요. 자기 관상대로 사는 것이 진리예요. 하지만 운명이란 그릇입니다. 타고난 그릇을 얼마나 채우느냐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달린 일입니다. 귀인이나 부자 관상을 타고났는데도 그리 안 되는 건 자기 노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김 씨는 피흉추길(避凶趨吉)하며 운명을 바꾸는 방법 중 으뜸으로 수행과 명상을 꼽았다. ‘책을 만 권 읽느니 만 리 밖을 여행하라’는 중국 속담처럼 수행과 명상으로 수신(修身)하면 타고난 눈빛도 달라진다고 한다.

    “명상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자선입니다. 가수 김장훈 씨는 의협심이 매우 강한 상이지, 100억 원 이상을 벌 부자의 상은 아니에요. 그런데 버는 대로 기부하다보니 100억 원을 기부하게 됐죠. 베푼 만큼 들어오는 법입니다.”

    관상가를 만났으니 나라의 ‘기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법. 김 씨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관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풍채에서 나오는 기세(氣勢)가 강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의 貴格 반기문”

    ▼ 체격이 자그마하고 극히 여성스러운 것 같은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풍채가 작고 말랐지만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기세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아버지의 풍채를 많이 닮아 기세가 매우 강해요. 음성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포인트가 있고요. 지도자의 상입니다.”

    ▼ 그렇다면 지난해 대선 때 박 대통령이 당선될 거라고 짐작했나요.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얼굴에 쓰여 있진 않습니다. 몸에서 나오는 힘을 뜻하는 기세와 얼굴의 색을 뜻하는 기색(氣色)을 살펴야 하는데, 지난 대선은 기세론과 기색론이 부닥친 형국이었습니다. 기세는 박 대통령이 좋았지만, 기색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더 좋다고 봤습니다.”

    “벌써 퇴임할 相 아니다 전화위복 될 수도…” (채동욱 前 검찰총장에 대해)

    김용남 씨는 반기문 총장은 “최고의 귀격”,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관운이 매우 좋은 상”,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아랫사람을 다스릴 능력이 부족한 상”이라고 평가했다.

    ▼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는 누가 유력하다고 봅니까.

    “누가 된다고 지금 언급하긴 어렵습니다. 대선 직전에 기세와 기색을 잘 타고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질문을 바꿔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의 전반적인 관상에 대해 물었다. 우선 안철수 의원에 대해 그는 “복상(福相)으로 인생 전체에 큰 굴곡이 없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귀인의 상으로 초년보다 중년과 말년의 운세가 훨씬 더 좋다”고 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지금이 가장 전성기”라고 봤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생각이 혼자 앞서나가는 편이라 아랫사람들이 잘 따라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추석 때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 반기문 총장에 대해서는 “귀(貴)에도 등급이 있는데, 최고의 귀격”이라고 평가했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관상은 어떤가요.

    “1959년생이면 50대 중반인데…. 관운이 매우 좋은 상이고 현재 나이는 운세가 더 좋아지는 때라서 지금 관직에서 퇴임할 운명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기색도 나쁘지 않아요.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돼 더 좋은 결과가 될 수 있겠어요. 올해가 다 간 것도 아니니 때를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어떤가요.

    “아버지 김정일은 복을 굉장히 많이 받은 상인데, 김정은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머리는 똑똑한 편이지만, 아랫사람을 다스릴 능력이 부족해 보여요. 앞으로 4~5년은 불안한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나 이산가족 상봉 취소 등에서 보듯 남북 관계에도 불안한 요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김 씨는 스물네 살 때 부친의 서재에서 우연히 ‘관상보감(觀相寶鑑)’이라는 책을 읽고 관상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1년간 부친에게서 배운 뒤 신기원 선생을 찾아갔다. 작은 방에서 책가방을 책상 삼아 펼쳐놓고 강의하는 신 선생 앞에서 그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얼마 뒤 신 선생이 그를 가리키며 “오늘 이 자리에 동자(童子)와 같은, 기이한 사람 한 명이 왔다”고 했다. 김 씨는 “권위나 욕심은 찾아볼 수 없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생을 평생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신 선생을 찾아간다.

    “100억 이하 부자는 누구나 가능”

    ▼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 선생이 자신은 관상가로서 신안(神眼)은 아니고 개안(開眼)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본인은 어느 수준이라고 봅니까.

    “선생이 개안한 수준이라고 한 건 겸손의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높은 단계의 능력을 가진 분이에요. 제 수준은 모르겠습니다만, 선생의 수제자라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 어떤 이들이 관상을 배우러 오나요.

    “직장인, 주부, 풍수 공부하는 분 등 다양합니다. 기업 CEO도 옵니다. 직접 관상을 배워 직원들 뽑을 때 참고하려는 거지요.”

    ▼ 관상 봐달라고 오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궁금해합니까.

    “사업, 직업, 결혼, 공부, 건강 등 다양한데, 공통적으로는 부자가 되길 원합니다. 하지만 부자는 타고나는 거지요. 요즘 세상에선 재산이 조 단위면 대부(大富), 1000억 원 이상이면 중부(中富), 100억 이상이면 소부(小富)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관상에서 말하는 ‘부귀를 누릴 상’입니다. 100억 원 이하는 요부(饒富)라 할 텐데, 이 정도는 누구나 노력하면 될 수 있습니다. 노력해서 잘 먹고 잘사는 정도가 되는 것은 관상이나 사주와 상관없으니, ‘내가 부자가 될 운명인가’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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