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케냐 쇼핑몰 테러의 진실

  • 김영미 │프리랜서 PD

    입력2013-10-22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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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케냐 쇼핑몰 테러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프리카 이슬람 무장단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사건을 벌인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전투원만 7000명에 달하고 대담하게도 미국 본토에서 전사를 모집한다. 미국의 테러 억제 능력은 한계에 이른 것일까.
    영국의 의대생 줄리아(23)는 케냐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9월 21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가장 크다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들렀다. 2층에서 물건을 사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던 그녀의 눈에 낯선 복장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줄리아는 “그들을 보는 순간, 나를 공격할 것이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곧 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쇼핑객들 사이로 뛰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을 못 찾아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다. 밖은 총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으로 아비규환이 됐다. 그러던 중 평생 잊지 못할 소리를 듣게 된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심하게 우는데 총소리가 났어요. 그러더니 울음소리가 멈췄어요. 아마 아이를 죽인 것 같아요.”

    줄리아는 화장실 옆으로 난 창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탈출했다. 줄리아는 귀국한 지금도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더니 필자에게 “케냐가 그런 테러가 일어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나”라고 새삼스럽게 물었다.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은 케냐의 부유층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주로 찾는 쇼핑 명소다. 쇼핑객으로 붐비던 이곳에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들어와 총격을 시작했다. 쇼핑객을 한 명씩 처형하듯 사살했다. 한국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적어도 63명이 숨지고 170명 이상이 다쳤다. 아직도 40여 명이 실종 상태다.



    사건을 벌인 주범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al-Shabaab)’ 조직원들이었다. 알샤바브는 아랍어로 ‘젊은이’라는 뜻이다. 소말리아 젊은이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만들어보겠다고 조직한 단체다. 알샤바브는 최근 2년간 아프간, 파키스탄, 이라크 등에서 전투 경험을 갖춘 외국 출신 전사(戰士) 인력을 충원하며 전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샤바브의 전투인력이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들은 왜 본거지 소말리아가 아닌 케냐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을 벌인 것일까.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한 미군 특수부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블랙호크 다운’.

    블랙호크 다운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앞서 줄리아가 필자에게 던진 질문의 답과 같다. ‘케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웃나라 소말리아가 위험해져 케냐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케냐는 소말리아와 붙어 있기 때문에 싫든 좋든 소말리아 치안 상황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91년. 인구 1000만 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밖에 안 되던 가난한 나라 소말리아에 설상가상 대기근이 덮쳤다.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20만 명이 기아 상태에 놓였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정권을 잡기 위한 세력 다툼이 벌어졌다.

    소말리아 밀림지대에서 활동하던 부족들이 너나없이 쏟아져 나와 정권을 잡겠다고 아우성쳤다. 서로 죽고 죽이는 부족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무장 군벌이 우후죽순처럼 불거졌고 이들 사이에 국지전이 이어지면서 소말리아는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국제사회는 미군 주도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소말리아 사태에 개입했다.

    1993년 미국인 18명이 죽고 80명이 부상한 이른바 ‘블랙호크 다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소말리아 반군에 격추당했는데, 반군 병사들은 수도 모가디슈 거리에서 미군 병사들의 시신을 질질 끌고 다녔다. 이 장면은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고 아직도 많은 미국인에게 그 장면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당시 미군은 충분한 준비 없이 소말리아 군벌 지도자를 체포하겠다고 성급하게 군사작전을 펼쳤다가 병사들만 희생시켰다. 이 이야기는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건 후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소말리아 개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 소말리아는 그 후 오랜 기간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이들을 모두 평정한 세력이 나왔는데,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인 이슬람 법정연대(ICU)였다. ICU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을 두고 다툼을 중재하는 이슬람 법정을 통해 소말리아 무슬림들에게 영향력을 키우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2006년 6월, 그들은 군벌들을 모두 몰아내고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모가디슈 중심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15년 만에 새 정권으로 출범한 ICU를 환영했다. 필자는 당시 현장을 취재했다. ICU 대변인 아흐무드 파라가 “너희들에게 소말리아는 이슬람 국가임을 선포하니 이제 15년간의 혼란은 사라졌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ICU 대표 하산 아위드는 “이제 소말리아는 하나가 되어 재건 체제로 간다. 소말리아인 스스로 이 길을 갈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말리아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강경 이슬람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ICU를 지지하지 않았다. 불과 몇 달 후 ICU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군, 케냐군 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의 공격을 받게 됐다. ICU는 쫓기다시피 모가디슈를 버리고 소말리아 북부 엘부르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ICU에 소속돼 있던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ICU를 버리고 자신들만의 무장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알샤바브였다.

    미국에서 전투병 모집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 알샤바브의 지도자

    알샤바브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지향하며 한때 수도를 비롯한 주요 요충지를 장악하는 등 무섭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도 곧 미국의 지원을 받은 케냐군의 공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알샤바브는 케냐를 적으로 간주했다. 케냐 쇼핑몰 테러는 그런 배경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4000여 명의 케냐군이 주둔하고 있다.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는 알샤바브는 기존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다. 여느 이슬람 무장단체의 경우 주로 아랍 사회에서 전사를 모집한다. 대개 가난하면서 이슬람 사상이 강한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알샤바브는 2007년부터 대담하게 미국 본토에서 전사를 모집해왔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에서 소말리아계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산하 기구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소말리아계 인구는 약 8만5700명이다. 그 가운데 30%가량이 미네소타 주에 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난민, 친인척의 초청, 혹은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이주했다.

    알샤바브는 초기에 이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전사를 모집했다. 9월 24일자 ‘시카고 선타임스’는 “미네소타 주는 알샤바브 무장요원 모집과 관련해 최근 수년 동안 연방수사국(FBI)의 집중 수사 대상이다. 이들(알샤바브)은 일리노이 주 시카고를 거쳐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까지 모집망을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2010년, 알샤바브를 지원한 혐의로 미네소타,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14명을 기소했다. 에릭 홀더 당시 법무장관은 “미국 시민권자 14명이 테러단체에 대한 자금과 인력지원 등의 혐의로 기소되거나 체포됐다”면서 “미국 시민을 포함해 갈수록 많은 사람이 급진단체의 이데올로기에 젖어 국내외에서 테러세력을 지원하거나 테러공격을 자행하려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FBI가 미네소타 주에서 체포한 2명의 미국인 여성은 소말리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테러범들에게 각종 물적 지원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케냐 테러범 중에도 미국인이 포함돼 있다.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외무장관은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적의 용의자들은 18~19세로 소말리아 또는 아랍계이지만 미네소타 주 등에 살았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 소말리아계 이민단체 대표는 “이번 케냐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미니애폴리스에 가족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1명은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소타 주의 소말리아계 이민자인 알리(16)는 고등학생이다. 그의 부모는 삼촌의 초청으로 15년 전 미국으로 이민했다. 소말리아 내전으로 먹을 것은 물론 목숨도 위험해지자 이주를 결심한 것이다. 알리의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했다. 소말리아에서 대학교수를 했던 그에게는 고된 노동이었다. 이슬람 가정인 알리네는 다른 미국 가정들과는 눈에 띄게 달랐다. 알리의 어머니는 물론 4명의 누나와 여동생은 머리에서 어깨까지 모두 덮는 히잡을 써야 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고,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다. 몸은 소말리아를 떠났지만 생각은 여전히 소말리아에 머물러 있었다.

    소말리아로 간 미국 청년들

    알리는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했다. 그는 “친구들과 나는 갈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갈 형편도 안 되고, 나 같은 소말리아 이민자들은 아무리 영어가 유창해도 원하는 사무직에 취직하기 힘들다”고 불평했다. 필자가 “네게 가장 큰 고민은 뭐냐”고 묻자 지체 없이 “불평등한 미국 사회”라고 답했다. 소말리아계 이민 가정 출신들 중에는 알리처럼 미국 사회에 불만을 가진 청년이 많다.

    알샤바브는 이렇게 불만에 차 있는 젊은이들을 집중 공략한다. 그들에게 다가가 감싸주고 다독이며 친분을 쌓는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반미, 반서방 감정을 심어주고 지하드(聖戰)에 대해 세뇌시킨다. 미니애폴리스 주민 오마 자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말리아계 젊은이들이 더 이상 알샤바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말리아계 주민인 압디 비히는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알샤바브의 먹이가 된다.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세뇌해 테러 활동에 투입한다”고 지적했다.

    알샤바브는 백인들에게도 손을 뻗었다. 2007년 이후 미국인 40명, 캐나다인 20명이 알샤바브의 전사로 영입돼 소말리아로 떠났다. 그중 일부가 이번 케냐 쇼핑몰 테러에 가담했다. 알샤바브가 백인들을 전사로 끌어들이는 것은 지하드의 확대와 선전전을 겨냥해서다. 이슬람 급진세력은 으레 중동이나 아랍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형성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서방 국적, 혹은 백인들이 이슬람 전사가 되면 선전효과가 크다. 알샤바브는 이런 전략 아래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슬람 전사를 모집하고 백인 이슬람 전사를 선호한다.

    케냐 정부는 이번 테러 용의자 중 미국인 2~3명과 영국 여성이 있으며 2005년 발생한 런던 지하철 자폭 테러범의 아내인 영국인 사만다 루스웨이트(29)가 주범이라고 밝혔다. ‘화이트 위도(백인 미망인)’라는 별명을 가진 사만다는 남편이 죽은 뒤 알샤바브 캠프에서 군사훈련을 받았고, 가명으로 수년간 케냐에서 은신하며 테러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알샤바브가 미국인을 소말리아로 징집하려는 움직임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국 국적의 지하디스트들이 알카에다 본부와 연결고리 구실을 하고 있고, 알샤바브가 자행한 대부분의 잔혹한 테러 공격에서 주요 임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아흐메디 압디 고다네.내전을 피해 에티오피아로 넘어온 소말리아 난민 어린이들.

    소말리아 알샤바브로 포섭된 미국인 가운데 유명한 인물이 있다. 지난해 온라인에 ‘미국인 지하드 전사 이야기’라는 자서전을 공개해 주목을 받은 아부 만수르 알 암리키(미국명 오마르 하마미·29)다. 그는 자서전에서 미국인인 자신이 어떻게 소말리아 알샤바브의 전사로 살게 됐는지를 자세하게 밝혔다. 127쪽의 자서전에는 평범한 미국 청년 하마미가 이슬람에 귀의한 사연부터 FBI가 주목하는 테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실려 있다.

    죽음의 內分

    하마미는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시리아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매주 교회에 간 침례교도였으며 학업과 운동 모두 뛰어나 학교 최고의 인기 학생이었다. 그러나 청년으로 성장한 뒤 아버지의 고향 시리아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무슬림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을 적대시하며 스스로 소말리아로 건너가 알샤바브에 가입했다. 고통스러운 훈련을 마치고 전사가 되어 전투에도 참가했다.

    하마미는 자서전에 “(지하드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앞으로 계속 도망자로 살아야 할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고 썼다. 결국 그는 알샤바브의 간부로 성장했고, 미국 정부는 유명세를 탄 하마미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3월 500만 달러(약 55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유튜브에 알샤바브의 내부 갈등을 폭로하는 동영상을 올려 논란을 불렀다. 그리고 알샤바브 지도자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와 불화를 겪은 뒤 지난 6월 조직을 이탈했다. 지난 9월, 하마미는 소말리아 남부 바데레에서 알샤바브 이슬람 전사들과 벌인 총격전에서 사망했다. 알샤바브 내 조직 갈등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현재 알샤바브는 부족이나 이념적 문제로 인해 크게 두 파로 나누어져 있다. 소말리아 내부 문제에만 집중해 소말리아의 외국군을 몰아내자는 국내파, 이슬람 지하드를 강조해 소말리아뿐만 아니라 반서방 투쟁으로 가자는 국제적 이슬람 지하드파다. 두 파의 갈등은 지난 6월부터 심각한 폭력사태를 불렀다. 연일 계속된 총격전으로 알샤바브의 유력 지도자가 여럿 사망했다. 6월 소말리아 남부 바라웨에서 벌어진 전투로 최고 지휘관급 지도자 4명이 사망했는데, 2명은 2006년 알샤바브를 창설한 인물이었다.

    이런 죽음의 전투 끝에 승기를 잡고 알샤바브 수장에 오른 인물은 이슬람 성전을 주장하는 강경세력 지도자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 ‘무크타르 아부 주바이르’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알카에다와의 연계에 앞장서는 과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던 주민 70여 명을 사망케 한 자살폭탄 테러를 기획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그 사건 이후 고다네는 알샤바브 내분을 폭력으로 진압하며 수장에 올랐다. 미국은 그에게 7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극단 강경파가 지휘권 장악

    케냐 쇼핑몰 테러는 수장에 오른 그가 기획한 첫 번째 사업 중 하나다. 테러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알샤바브 내 위상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케냐 아프리카안보연구소(AISS)의 에마누엘 키시앙가니 선임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 훈련을 받은 극단주의 성향의 강경파가 알샤바브 지휘권을 장악했다”며 “이번 테러는 성전을 국외로 확대하려는 이들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테러를 통해 알샤바브가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했다. 서방에 대한 적대적 공격과 소말리아에 파병한 외국군에 대한 복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민주정치 수호재단의 알샤바브 전문가 다비이드 가르텐슈타인-로스는 “알샤바브는 케냐 국민에게 소말리아 파병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하려고 작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케냐 다다브 난민 캠프.

    알샤바브가 소말리아 국경을 넘어 케냐로까지 진출해 테러를 일으키자 미국은 당황하고 있다. 미국은 블랙호크 다운 사건을 계기로 소말리아 문제에서 손을 뗀 상황이지만, 그동안 아프리카연합이나 케냐, 에티오피아 등을 통해 소말리아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걸 막아왔다. 알샤바브에 의한 테러 위험이 제기될 때마다 미국은 알샤바브를 그저 소말리아 내부의 작은 이슬람 무장단체로 격하시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분석이 틀렸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바마 빈 라덴만 죽이면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미국의 대(對)알카에다 정책이 빗나갔음이 확인된 것이다.

    알카에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더 많은 국가에 점조직으로 흩어져 프랜차이즈화하면서 계속 번성하고 있다. 알샤바브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 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대사관 테러 이후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의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비행장과 항만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 병참망을 구축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에는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서부 니제르에 미군 무인기(드론) 기지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알샤바브처럼 알카에다와 연대한 점조직이 신흥 테러집단으로 발호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성장하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 테러 조직은 점점 세를 키우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엔 동부의 알샤바브 외에도 서부 나이지리아의 자생 이슬람 무장 조직인 ‘보코하람’, 아프리카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등이 번성하고 있다.

    케냐 쇼핑몰 테러는 미국 정치판에 여러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알카에다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그들의 힘과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의 테러 억제 노력이 근본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미국의 대테러 분야 관리들은 소말리아 반군을 직접 공격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2012년 초 얄샤바브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알카에다와 통합했을 때 미국은 이미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포스트 알카에다

    그러나 블랙호크 다운의 트라우마가 여전한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알카에다의 특별한 표적이 나타났을 때만 드론 공격이나 특수작전을 하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알샤바브를 직접 공격할 경우 공연히 벌집을 건드린 격이 되어 이들이 미국의 해외 공관을 공격하거나 미국 내 소말리아 교민들을 선동해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때는 알샤바브가 소말리아 정부나 아프리카연합의 평화유지군만을 표적으로 삼을 때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알샤바브가 국경을 넘어 미국 국민도 죽일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피터 킹은 “이번 공격의 규모나 기술적 세련도를 볼 때 알샤바브의 의도가 바뀌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을 증대시키려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케냐 동북부에선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이 마주하고 있다. 이곳에는 40만여 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난민 캠프 다다브가 있다. 지금도 매일 수백 명의 소말리아 국민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다다브 캠프로 몰려든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은 물론 마실 물도 부족해 기아 현상이 심각해지자 케냐 국경을 넘어오는 것이다. 난민 모함마드(21)는 “알샤바브는 소말리아 사람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그들은 소말리아 사람들을 죽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부디 우리와 알샤바브를 하나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냐 관리들의 생각은 다르다. 케냐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다다브 캠프의 난민들 중에 알샤바브 조직원이 없다는 보장이 있나. 이 난민촌이 존재하는 한 케냐는 늘 알샤바브의 테러 공포에 떨어야 한다. 난민촌을 폐쇄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다”고 했다. 그러나 케냐가 다다브 캠프를 일방적으로 폐쇄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케냐 쇼핑몰 테러는 아프리카에서 알카에다 및 그와 연계된 조직이 얼마나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자 서방 세계와 미국에 대테러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논란을 부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 굶주리고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한 아프리카의 평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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