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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전문건설

“불공정 하도급 근절책은 분리발주 법제화”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불공정 하도급 근절책은 분리발주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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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하도급 근절책은 분리발주 법제화”
9월 11일에는 국회에서 민주당 이미경, 김현미 의원 주최로 ‘공공건설공사 분할, 분리발주 제도화를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분리발주의 즉각 시행’을 주장했다. 다만 민주노총 등에서는 분리발주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건설노동자 보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건설 관계자는 “노동단체들은 분리발주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 취약계층인 건설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은 수평적 생산방식인 분리발주가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국내 공공공사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에 따라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등 일부 공사만 예외로 하고 원칙적으로 분리발주를 금지하고 있어 통합발주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발주는 중소 건설업체를 대부분 하도급사로 전락시켜 저가 하도급은 물론 불법, 불공정 하도급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2011년 실시한 건설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업체 수는 총 4만9494개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의 전문건설업체가 3만9012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건설업체의 78.8%를 차지하는 전문건설사들이 통합발주에 따라 대부분 하도급사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통합발주에 따른 불이익이 ‘을’의 처지에 놓인 하도급사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에 참여한 한 종합건설사는 원도급 공사를 2890억 원에 수주한 뒤 17개 하도급업체에 원도급 공사비의 43.6%에 불과한 1260억 원에 하도급 공사를 실시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공구에 원도급사로 참여한 또 다른 종합건설사도 32개 전문건설업체에 원도급 공사비의 45.4% 수준에서 하도급 공사를 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업계 합의 필요”



하도급사에 공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6%를 감액하는 등 원도급사가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것이 건설업계에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발주에 따른 불이익을 대부분 하도급사인 전문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불법,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근절하겠다면서 하도급법과 각종 하도급 보호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왔다. 그럼에도 일선 건설 현장에서 불공정 하도급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수직적이고 계층적인 통합발주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9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분리발주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분리발주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권오인 경실련 국책사업팀장은 “분리발주는 건설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의 고리를 끊어 발주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분리발주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호선 숭실대 교수도 “통합발주 자체가 불공정의 시작”이라며 “분리발주 법제화는 한국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의 현실적 대안이자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최소한 공공공사만이라도 분리발주 의무화를 도입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준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통합발주제에서는 원도급사가 공사비의 30~40% 이상, 어떤 경우는 50~60 % 이상을 일반관리비와 이윤 명목으로 공제하고 하도급을 주는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건설 근로자의 임금이나 자재, 장비 대금도 제때 주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건설업계가 한목소리로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주무 부처에서는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호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은 “분할, 분리발주를 하는 경우 발주처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하므로 최저가 낙찰제 개선대책에 분리발주 방안도 반영할 계획”이라면서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만큼 업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정부는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 간 이해가 상충된다는 이유로 분리발주 법제화를 머뭇거리고 있지만, 분리발주를 연구한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분리발주를 시행할 경우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은 물론 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홍성호 연구원이 작성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의 효과 및 도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발주 방식에 비해 분리발주를 했을 때 공사비의 약 5%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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