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고위직 96% ‘소진’ 경험 리더도 힐링이 필요해!

  • 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kjeon@lgeri.com

고위직 96% ‘소진’ 경험 리더도 힐링이 필요해!

2/3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지속적인 의사결정 이후에 한 개인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질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조너선 르베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법정에서 판사들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 가석방 판결을 내리는 빈도는 오전에 가장 높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비중이 점차 감소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가석방 판결을 유보함으로써 되도록 현재 상태를 유지해 잘못된 가석방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반복되는 의사결정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될수록 위험을 무릅쓰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더 이상의 부담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다. 미국 플로리다대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지적하듯, 제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의사결정은 리더가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지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담감과 피로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의사결정의 질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까지 고갈돼 소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의사결정을 피하기는 어렵기에 적절한 휴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 외로운 리더 /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외로워진다는 말은 낯선 얘기가 아니다. 임원이라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경쟁에서 탈락했기에 곁에 있는 사람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주변 경영진과도 진솔한 고민을 나누기 어렵다. 부하들도 자신에 대한 평가권을 가진 상사에게 속마음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리더가 조직에서 갖는 권력(Power)이 리더를 외롭게 만든다. 런던대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서로 호의를 주고받으며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지만, 권력이 개입되는 관계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행위 이면에 ‘무언가 달리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다. 이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리더는 외롭다(Lonely at the top)’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사용된다.



고인 물이 썩어가듯이 내적으로 쌓인 고민이나 어려움은 자신의 마음을 좀먹는 독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주변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상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INSEAD 경영대학원 교수 만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도 “고위 경영진은 자신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가슴속에 담아놓은 문제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우자, 동료 등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나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코칭(coaching) 사업이 그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평소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자기 과신 /

기업의 리더는 기업 내에서 성공가도를 걸어온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리더는 자신의 사고방식과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일반인에 비해 강하게 마련이다. 역경을 극복해온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어려운 상황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감이 지나쳐 과신으로 이어지면 자신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소진이 발생할 수 있다.

본인의 육체적·정신적 역량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떠한 인간도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정신의학 교수 제럴드 크레인스는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현재 처한 곤경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자기 역량을 과신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혼자 힘으로 극복하려고 하다가 제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소진에 빠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집단주의적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동양 문화권의 리더들은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게만 평가하지 않는 경향으로 인해 자신의 어려움을 어떻게든 스스로 극복하려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 UCLA 셸리 E 테일러 교수의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비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크레인스 교수도 미국의 경영진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실패를 쉽게 인정하며 다시 도전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덜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 일본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거나 실패하는 일에 대해 체면이 깎이거나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개인적인 어려움을 드러내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리더들도 상황은 유사할 것이다. ‘극기’라는 가치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을 통해 위로받으며 힘을 얻겠다는 생각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하기 어려우며, 특히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른 리더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촌각에 쫓기는 리더들에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존 데이비스 교수도 “많은 리더는 자신의 피로 수준을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도 리더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3
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kjeon@lgeri.com
목록 닫기

고위직 96% ‘소진’ 경험 리더도 힐링이 필요해!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