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의원은 이명박 정권 초반 이 대통령의 형이자 실세인 이상득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영포(영일·포항)라인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도 껄끄러운 관계였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사찰을 받기도 했다. 국회에서 직권상정과 몸싸움을 못하게 한 ‘국회선진화법’도 남 의원의 손을 거친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남 의원(경기 수원병)은 여권 내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 중 여론조사 선호도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일베’ 등 보수층 일각은 “남경필의 스탠스가 마음에 안 든다. 너무 왼쪽”이라며 탐탁지 않게 보기도 한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 의원과 만나 1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지사 출마 질문하실 건지…”
▼ 종이매체와 이렇게 터놓고 인터뷰하는 게 오랜만이지 않나요.
“거의 몇 년 만에. 가급적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 ‘원조 소장파’…(이 말이 나오자마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했다)의 시각으로 보기에 요즘 새누리당이 어떤가요. 옛날의 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같은 의원들이 이젠 안 보인다는 얘기도 있고….
“그 점이 아쉽지만, 이제 (박근혜 정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도와주고 지켜보자’ ‘기다려보자’는 것으로 이해해요.”
▼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잘 하는지에 대한 견제….
“그게 개혁인 줄 알았어요. 그런 개혁을 외치는 사람이 필요해요. 당의 건강성을 위해. 하지만 선수(選數)가 쌓이다보니 ‘내가 할 일은 그게 아니다’ 하게 된 거죠. 혹시 경기지사 선거 출마 질문하실 건지?”
▼ 지금 하죠.
“나는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어요. 똑같은 연장선상이에요. 한때 나도 개혁과 관련해선 현상 치유, 정치적 미래와 관련해선 도지사, 대권 도전 이런 걸 생각했어요. 개인적 플랜을 갖고 있었어요. 이제는 버렸어요.”
▼ 그럼 뭘 할 겁니까.
“하나로 귀결돼요. ‘정치구조를 바꾸는 일’로. 보통 의사는 감기 환자에게 약을 주지만 명의는 체력의 문제, 체질의 문제를 개선시켜 고쳐줍니다. 내가 할 일은 그거라고 봅니다. 정치구조와 관련해선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젠 국가의 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고 봐요. 내가 독일을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독일은 정치가 안정되어 있고 통일을 이뤄냈으며 ‘유럽 최고의 경제강국’(성장)과 ‘국민의 높은 삶의 질’(복지)이라는 두 목표를 모두 성취하고 있어요.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게 무엇인가’를 공부했어요. 얻은 결론이 ‘정치구조의 변화’였습니다.”
개헌론 다시 불붙나
남 의원은 4월, 52명의 의원과 함께 새로운 국가 모델을 연구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을 발족했다. 이어 독일 기민당의 미하엘 푹스 부대표를 초청해 ‘독일 어떻게 성공했나? 통일·경제위기 극복·정치안정·사회통합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고, 독일을 방문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 체제를 겪은 뒤 오늘날의 권력구조를 만들었다. 우리도 극한 정쟁으로만 치닫는 지금의 정치를 바꾸려면 권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대통령이 임기 초반이고 국민적 지지가 높은 편이므로 정권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실제로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긴 하다. 남 의원은 “박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야당도 모두 동의할 만한 접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여야는 국가정보원 논란 등으로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국회도 국정감사, 대정부질의, 예산안 처리 같은 현안이 산적해 개헌을 논할 분위기가 아니다. 남 의원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여야 원내지도부가 바뀌는 내년 중순이 개헌의 적기”라고 했다. “내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데, 그쪽 시즌제로 치면 우리 국회의 2014년 8월~2015년 7월 시즌에 국가의 미래를 바꿀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기 전에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개헌에 관한 공감대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나는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차기 원내대표에 나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