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 패널 : 염돈재 |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전 국정원 1차장 오시영 | 숭실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 사회·정리 : 조성식 | 신동아 차장 mairso2@donga.com
사회 바쁘신 가운데 토론회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국가정보원에서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고, 곧 국회로 넘어간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국정원 개혁의 쟁점들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개혁 방향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왜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지부터 얘기해볼까요.
오시영 국정원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직입니다. 또 그간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위해 애쓰고 수고한 사실은 국민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해 18대 대통령 선거 때 대북심리전단의 선거 개입 등으로 국민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국정원은 해외정보나 대북정보에 치중해야지, 국내 정치에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입니다.
염돈재 오 교수님 말씀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주변 정세도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정보 수집 활동이 필요해요. 그런데 댓글 사건 여파로 개혁의 초점이 국내 정치 개입 문제에 맞춰진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는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외에 정치 개입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뭔가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보실패에 개혁 초점 맞춰야
오시영 염 교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상당수는 그간 누적된 경험과 교육을 통해 국정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시작해 안전기획부를 거쳐 국가정보원으로 바뀌는 과정에 정치공작 사건과 간첩조작 사건이 많았습니다. 또 그 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 불법연행이나 고문, 가혹행위 등의 범죄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요즘 사법부 재심 절차에 따라 무죄선고가 난 사건들이 이를 입증합니다.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마당에 이런 문제는 고쳐야 하는데 현 국정원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제도 개혁을 하자는 겁니다. 또한 인적 쇄신을 통해 민주주의 신념이 투철한 정보요원들을 확보해야 해요.
염돈재 오 교수님이 지적한 국정원의 병폐는 대부분 20년 전에 끝난 일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4년 정치 개입을 금지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정원법을 개정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1999년 한 번 더 개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권력남용이나 정치 개입 문제는 거의 사라졌어요. 국정원은 지난 정권에서 김정일 사망이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에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이런 정보실패에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오시영 국정원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는 사람들은 국내 정보는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맡기고 국정원은 대외 정보 수집에 치중하라고 합니다. 김정일이 죽었을 때, 리설주가 등장했을 때 국정원은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방대한 인원을 운용하는 국정원이 최소한 이런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 눈높이입니다. 국민은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같은 정보요원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국민 눈에 국정원은 국익에 도움을 주는 대외 정보보다 국내 정보에 치중하는 것으로 비치는 거죠.
염돈재 북한 관련 정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엔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종북세력이나 북한의 테러를 막으려면 국내 정보도 강화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나라들은 국내보안 정보기관을 별도로 두거나 해외정보 기관과 통합형으로 유지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유서 깊은 정보기관들은 다 해외 정보가 아닌 국내보안 정보로 출발했습니다.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