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단독입수

“해외 비자금 2300억 업무 무관 지급 460억…”

국세청 2009년 동양그룹 세무조사 보고서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해외 비자금 2300억 업무 무관 지급 460억…”

2/3
“해외 비자금 2300억 업무 무관 지급 460억…”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그런데 국세청은 동양그룹이 실제로 해외투자 과정에서 손실을 봤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해외 자본투자를 빌미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국세청은 2006년 동양시멘트 지분 49.9%를 취득한 미국계 펀드 (주)PK2가 국내보다 높은 이자율(5.08%)로 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236억 원의 이자를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와 무관한 해외 자회사(동양홍콩)의 이자비용으로 468억 원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동양홍콩은 이후 청산됐고,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동양그룹으로 전가됐다. 동양메이저가 자기 소유 부동산을 유동화 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한 뒤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임차료를 지급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조사 당시 국세청이 현재현 회장의 개인 비리를 확인한 부분이다. ‘보고내용’에 따르면 현 회장은 1999년부터 한 불교 사찰에 62억 원 가량을 기부한 뒤 그중 60억 원을 국세청에서 부당공제 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현 회장이 실제 기부를 했는지, 자금의 출처는 어디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찰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고 한다.

‘이상한 합병’ 꼬리 물어

동양그룹이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동양그룹은 1997년 필리핀에서 조성한 비자금 260만 달러를 이용해 미국에 주택을 구입했다. 주택의 용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주식 스왑거래 등을 통해 해외에서 24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2005년 11월 청산된 동양홍콩이 보유하던 동양메이저 주식예탁증서 180만 주를 팔아 조성한 매각차익 10억여 원이 동양메이저로 들어오지 않고 대표이사의 카드사용대금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도 적발됐다. 동양메이저는 이 주식증서를 몇몇 개인과 법인에 처분하면서 ‘매각차익이 발생하면 동양메이저와 주식 매수자가 35:65의 비율로 수익을 분배한다’는 내용의 이면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동양메이저는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가공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동양메이저 경영진은 그룹 계열사인 세운레미콘을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합병 대상인 세운레미콘이 보유한 동양메이저 자산을 빼돌려 13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 이 자금 중 일부는 직원들의 명절 선물, 회식비 등으로 사용됐다. 동양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처리한 과정은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동양그룹이 국내외에서 차입한 자금에 대해 이자비용을 상습적으로 부풀려온 사실도 확인했다. 그렇게 사라진 돈만 650억 원이 넘는다고 ‘보고내용’에서 밝히고 있다. 사라진 돈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세청은 동양그룹이 여러 차례의 계열사 합병과정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한 혐의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부분은 최근 동양그룹 사태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동양캐피탈(현 동양인터내셔널)과 관련된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끈다.

2002년 동양캐피탈은 기업구조조정조합인 ‘코레트1호’에 920억 원을 출자했다. 코레트1호는 이 출자금으로 그해 3월부터 9월까지 신동양레미콘과 대호레미콘(이하 신동양·대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873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신동양·대호는 동양캐피탈의 특수관계법인으로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양·대호는 이렇게 조성한 자금으로 동양캐피탈 차입금 600억 원 이상을 상환했다. 결국 동양캐피탈의 돈으로 동양캐피탈의 빚을 갚는 식으로 신동양·대호가 부실을 털어낸 것이다.

2년 뒤인 2004년, 신동양·대호는 동양그룹 계열사인 세운레미콘에 합병된다. 합병비율은 1(세운레미콘) : 0(신동양·대호). 사실상 신동양·대호의 청산이었다. 신동양·대호가 청산되면서 조합자금 대부분을 이들 회사에 투자했던 코레트1호도 자연스레 해산됐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동양·대호의 부실은 고스란히 동양캐피탈로 이전됐다.

동양그룹의 ‘이상한 합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5년 1월 동양메이저는 세운레미콘을 합병한다고 발표한다. 합병비율은 또 1:0. 앞서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세운레미콘은 청산됐다. 그런데 합병 직전 동양메이저는 세운레미콘에 1900억 원을 빌려줬다. 세운레미콘은 이 돈으로 동양그룹 금융계열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았다. 자금대여와 합병을 거치며 세운레미콘의 부실이 고스란히 동양그룹(동양메이저)으로 이전된 것이다. 국세청은 이 모든 과정을 금융계열사들의 손실을 동양메이저가 우회적으로 부당지원한 것이라 판단하고 에에 해당하는 법인세 부과를 결정했다.

2/3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목록 닫기

“해외 비자금 2300억 업무 무관 지급 460억…”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