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25일 김정은이 아내 이설주와 함께 평양 능라인민놀이공원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날 이설주가 김정은의 아내라고 처음 밝혔다.
“외삼촌의 증언에 따르면 려심은 북송 재일교포 3세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이다. 나이는 김정은의 아내 이설주와 동갑인 24세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잘 쳤다. 재능을 인정받아 중학교 다닐 적 평양으로 소환돼 음악교육을 받았다. 농구, 스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피아노 연주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려심을 공연에 불러 연주 듣고 파티 하다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됐다.”
안 소장은 1979년 판문점 인근 부대 북한군 소대장으로 근무하다 탈북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정보원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탈북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북송 재일교포 2세가 석 달 전 려심의 외삼촌을 중국 옌지(延吉)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북송 재일교포들은 그들 나름의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 그런데 외삼촌이 국경을 넘기 직전 실수를 저질러 체포됐다. 탈북을 시도한 일행이 여럿이었는데, 모두 국가안전보위부로 끌려갔다. 려심의 노력 덕분인지 외삼촌만 한 달여 만에 풀려났다.”
고영희는 북송 재일교포 2세
안 소장이 전한 려심 외삼촌의 증언은 이렇다.
“려심은 북한 음악계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어린 시절 피아노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눈에 띄었다. 얼굴이 작고 피부도 고와 백설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김정은과 연애하면서 결혼을 생각했지만, 김정일과 김경희(김정일 동생)가 반대했다고 한다. 결혼하진 못했지만 지금도 김정은과 이따금 만난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는 일본에서 태어나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정착한 재일교포 출신이다. 북한은 이른바 ‘항일(抗日) 혁명전통’을 강조한다. 재일교포 출신을 ‘째포’로 부르며 백안시해왔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고영희의 일본 출생 사실은 ‘최고 기밀’로 지정됐으며, 이를 발설할 경우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소장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김정일은 재일교포 출신을 며느리로 들일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김경희가 특히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려심은 ‘영재교육’을 하는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했을 소지가 커 보인다. 북한 고위층들이 정서적으로 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에게 끌리는 것 같다. 북송 재일교포 2, 3세는 일본 스타일로 교육받아 세련됐다. 옷 입는 맵시도 다르다. 청진에 가장 많이 살고, 원산에 그다음으로 많이 산다. 려심 외삼촌의 증언대로라면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북송 재일교포인 려심의 남다른 면모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는 김정일과 정식 결혼한 사이는 아니다. 김정일은 남한 출신인 성혜림을 만나 장남 김정남을 낳았다. 김정일은 성혜림-김정남 모자를 처형인 성혜랑의 식구들과 함께 유럽에 보냈다. 김정일은 이후 김영숙과 결혼해 설송, 춘송으로 알려진 딸을 얻었다. 김영숙은 현재 존재 자체가 베일 속에 있다.
김정일은 고영희와 사실혼 관계에 들어가 정철-정은-여정 남매를 얻었다. 고영희는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다. 말년의 김정일은 40대의 기술서기(비서) 출신 김옥과 함께 살았다. 김정일은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을 공개석상에 대동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아내가 누구인지 몰랐다. 2008년 뇌중풍으로 쓰러진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때 김옥이 같은 승용차에 타고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이때도 퍼스트레이디라기보다 개인 비서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