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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석기의 혁명 vs ‘부여 간첩’ 김동식의 혁명

같은 목표로 같은 공부(주체사상)한 두 혁명가의 다른 길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국회의원 이석기의 혁명 vs ‘부여 간첩’ 김동식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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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석기의 혁명 vs ‘부여 간첩’ 김동식의 혁명

김동식 씨는 1995년 2차침투 때 검거돼 전향했다. 전향 후 기자회견을 위해 나왔을 때의 사진이다.

이 대학을 마쳤다고 해서 모두가 공작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한으로 잠입할 공작원을 관리하는 조선노동당 연락부(지금은 대외연락부)의 정밀한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면접에서는 성적뿐 아니라 적지(한국)에서 잘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등을 종합 평가한다. 김 씨는 합격했고 조선노동당의 정당원이 됐다.

그 후 초대소에 기숙하며 공작원 교육을 받게 됐는데, 그때부터는 문서에 사회성분을 ‘혁명가’로 적었다. 사회성분은 조선노동당에 입당할 때의 본인 직업을 묻는 것이다. 이로써 직업이 혁명가가 된 김 씨는 남한에서 혁명활동을 할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기간이 매우 길었다.

‘제대’가 무서운 생계형 혁명가

김 씨는 1990년 처음 한국에 침투했으니 5년간 혁명가 교육을 받은 셈이다. 그때껏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에 대한 수업을 반복했기 때문에 혁명가보다는 ‘피교육생’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침투했다가 돌아온 다음에도 이런 교육을 다시 받았으니 더욱 재미가없어진다. 그때부터 유일한 낙은 외박이 된다. 갑자기 외박을 불허하면 혁명가들은 폭발해버린다. 결혼한 혁명가들은 외박 불허에 특히 민감하다.

당은 사고친 혁명가를 해임하는데, 이를 북한에서는 ‘제대시킨다’고 한다. 혁명가들은 대학 입학 때부터 치면 10여 년 외길을 걸어왔기에 제대는 치명타가 된다. 당장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공작원도 제대만은 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혁명가’가 된다. 달리 말하면 ‘봉급쟁이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이석기를 비롯한 주사파들은 김 씨처럼 커리큘럼화한 혁명가 교육을 받지 않았다. 대개는 대학에 입학해 ‘언더’라고 하는 운동권 서클에 들어가면서 그 세계를 처음 접했다. 그때 읽는 것이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같은 운동권 서적이다. 다음 단계에선 ‘북한 원전’이라는 것을 읽고 토론한다. 북한 원전은 선배들이 북한 ‘구국의 소리’ 방송 등을 듣고 정리한 것이라, ‘프린트’의 약칭인 ‘피(P)’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에는 혁명가에게 봉급을 주는 제도가 없다. 혁명가라는 직업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를 떠난 뒤에도 혁명가의 길을 가려면 입에 풀칠하는 문제는 해결해놓아야 한다. RO 구성원들은 수원시, 하남시의 산하기관 책임자나 용역업체 대표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 활동자금을 마련했다.

이러한 조직은 대충 관리만 하고 있어도 돌아가니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몸이 자유로우니 본업인 혁명에 집중할 수가 있다. 이들이 이런 조직을 맡게 된 것은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지자체도 넓은 의미에서는 정부에 속한다. 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부를 뒤집는 ‘전복(顚覆)’인데, 정부기구가 자신을 뒤엎으려는 조직에 자금을 제공해온 꼴이다.

북한 혁명가와 달리 한국의 혁명 조직은 자생력이 있다. 이들은 한국 시스템에 기생(寄生)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렇게 기생하는 좌파 단체를 공안기관이 다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체는 파악했지만 불법을 했다는 증거를 잡지 못해 방관하는 경우가 더 많다.

RO도 국가정보원 경기지부가 증거를 잡기 위해 오랫동안 지켜봐오던 조직이다. 그러다 지난 5월 모임에서야 그들이 내란 음모에 해당하는 논의를 하는 것을 포착해, 이석기 등을 검거할 수 있었다.

정부, 재벌이 좌파 자금원?

좌파 단체 조직원들은 공안기관이 추적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증거로 잡힐 만한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다. 한국의 체제는 이를 뒤집으려는 혁명가들을 보호하게 된 셈이다.

현재 안전행정부와 지자체는 각각 연간 150억 원 정도를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공안기관은 이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 가운데 좌파 단체가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이 법을 어긴 구체적인 증거를 잡지 못해 지원을 중단시키지 못한다.

기업도 만만찮게 좌파운동원을 지원한다.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이 있다. 재벌이 운영하는 재단을 통한 지원이 직접 지원이다. 재벌 재단은 왜 좌파 단체를 지원할까. 첫째 이유로는 좌파 단체가 문화예술단체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 꼽힌다. 재벌 재단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예술 발전을 명분으로 지원한다. 이 때문에 ‘재벌들이 보험을 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재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민주화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정신적 부채를 갖고 있어 쉽게 지원을 결정한다”는 시각도 있다.

간접적인 지원으로는 노동조합비가 꼽힌다. 주사파가 노조의 상근자가 되면 그는 일터에서 일할 때와 같은 급료를 받을 수 있다. 생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달 노조원 급료에서 갹출하는 노조비를 노조 차원에서 집행한다. 시위를 준비할 때는 노조원들을 동원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조는 좌파가 웅거할 수 있는 최고의 요지가 된다. 노조 상근요원의 급료와 노조비 갹출액도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니, 기업은 좌파의 돈줄인 셈이다.

주사파는 시민단체에도 다수 들어가 있다. 이 단체들은 명분 있는 모금을 해 상당액을 주사파 조직에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유력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B씨가 만든 재단이다. 이 재단은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선남선녀들의 기부가 끊이지 않는다. 운동권은 예술단체에도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들은 예술단체에 지원되는 문예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김 씨처럼 북한이 키워낸 혁명가들은 이러한 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적구화(敵區化·한국화) 교육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그들은 한국에서의 삶에 서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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