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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지취재

연방정부·주정부·시민단체 3각 공조의 푸른 결실

DMZ평화공원 롤모델 그뤼네스반트

  • 베를린·에어푸르트·렌첸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연방정부·주정부·시민단체 3각 공조의 푸른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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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메우기 프로젝트’

연방정부·주정부·시민단체 3각 공조의 푸른 결실

렌첸 베우엔데 방문자센터 책임자 디터 로위폴트 씨가 그뤼네스반트의 변화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뤼네스반트를 영어로는 ‘Green Belt’로 표기한다. 하지만 도시 팽창을 막기 위해 설치한 그린벨트와 달리 생태가 잘 보존된 분단·접경지역을 뜻하기 때문에 독일어 ‘그뤼네스반트’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그뤼네스반트는 독일 북쪽 발트 해에서부터 작센, 바이에른, 튀링겐, 체코와 접한 폭트란트 지역까지 1393km에 걸쳐 있다. 폭은 좁은 곳은 50m에서 넓은 곳은 수백m에 달한다. 수십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에는 현재 1000여 종의 멸종 위기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뤼네스반트 보존 활동은 시민단체가 시동을 걸었다. 동·서독 접경지역 보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한 베우엔데는 통일 이전인 1980년부터 접경지역 식생과 생태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통일 직전인 1989년 12월에는 동·서독의 자연보호주의자들이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그뤼네스반트’라는 이름과 여러 보존 방안이 나왔다. 통일이 가시권에 들어온 뒤 베우엔데는 접경지역이 관통하는 여러 주정부와 함께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통일 이후 그뤼네스반트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토지 소유주들이 마구잡이로 농사를 짓거나 각종 개발을 무분별하게 진행한 탓에 크게 훼손된 것. 주정부와 시민단체 차원의 보존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연방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며 그뤼네스반트를 생태서식지로 복구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연방자연보호청의 우베 리켄 박사는 “그뤼네스반트를 과거 독일과 유럽의 분단을 상기시키는, 살아 있는 기념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생태가 가장 잘 보존된 접경지역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면 최대한의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 소유의 부지를 가능한 한 많이 매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정부는 재정을 지원하고, 그뤼네스반트가 속한 각 주정부는 행정·관리업무를 맡았다. 베우엔데 등 시민단체는 사유지 입수 작업과 함께 다각도의 연구를 수행했다. 베우엔데는 훼손된 그뤼네스반트 지역을 생태서식지로 복구하기 위한 ‘빈틈 메우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뜻있는 시민의 후원을 받아 그뤼네스반트에 접한 지역의 토지를 직접 사들이거나 토지이용 전환을 유도하고, 경작주나 목축업자들을 설득해 토지에 적합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가장 넓은 면적의 그뤼네스반트가 포함된 튀링겐 주는 그뤼네스반트의 보존과 자연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위르겐 라인홀츠 튀링겐 주 농림환경자연보호부 장관에 따르면 그뤼네스반트를 떠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대체 토지를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곧 바뀐다고 한다.

시민단체와 주정부의 주도로 그뤼네스반트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시설도 크게 확충했다. 분단으로 끊겼던 일부 도로와 철로를 다시 연결했고, 그뤼네스반트를 따라 저전거도로도 새로 놓았다. 수많은 산책로와 전망대, 관찰탑, 안내판 등도 설치했다. 연방정부, 주정부,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지금도 그뤼네스반트의 약 30%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국립공원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리켄 박사는 “그뤼네스반트 전체를 국립 자연유적지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우엔데 활동가 다니엘라 라이츠바흐 씨는 “그뤼네스반트 양쪽에 놓인 지역과 상호 연결성을 높여 보존가치를 높이는 것이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라며 “그뤼네스반트는 생명 공간들의 연계망을 구축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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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어푸르트·렌첸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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