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길거리에 소독약 뿌려도 코로나바이러스 안 죽는다!

코로나19 궁금증 팩트 체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3-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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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지의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스스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과학적 사실을 정리해 봤다.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 쓸 필요 없다?

    “건강한 분들이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야 필요한 다른 분이 쓸 수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3월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는 메시지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도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의료진, 간병인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진 상당수는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낸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대책본부)도 3월 12일 “지역사회 감염이 유행하는 상황에는 질병 없는 사람도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공식 권고했다. 염호기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인제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구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본격화할 수 있다.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건강한 일반인도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가 잘 안 되는 곳,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이다. 그러나 평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 한 사무실에서 여러 동료와 같이 일하는 사람 등은 건강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KF94 이상 마스크가 가장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KF99, KF94, KF80)만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로 인정한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로,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필터 성능이 우수하다. KF80은 평균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한다.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걸러낸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KF99를 쓰는 게 가장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일반인이 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KF80 마스크라고 입을 모은다. 



    KF80은 마스크 착용 시 틈새로 공기가 새는 비율, 이른바 ‘안면부 누설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KF94, KF99로 갈수록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이를 해결하고자 마스크를 벗거나 고쳐 쓰다 보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진다.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방울(비말)이 마스크 표면에 닿으면 바이러스가 튕겨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달라붙어 있다. 따라서 손을 깨끗이 닦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 표면을 만지고 다시 얼굴을 만지면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방어력과 편리성,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반인은 KF80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외과용 마스크 또는 치과용 마스크 등도 감염 예방 및 전파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마스크를 착용하든 쓰고 벗을 때는 손을 깨끗이 닦고 안팎을 만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비돈 요오드 성분 가글액 쓰면 감염 예방된다?

    포비돈 요오드는 ‘빨간 약’으로 불리는 소독제의 주성분이다. 오랜 기간 사용돼 온 만큼 항균 및 항바이러스 효과가 널리 입증됐다. 아데노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비롯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대한 억제 효과가 논문으로 출판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후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포비돈 요오드 성분이 들어간 가글액으로 입을 헹구면 구강 내 바이러스를 제거해 코로나19가 폐렴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정보가 확산하기도 했다. 관련 가글 제품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탓에 해외 직구에 뛰어드는 소비자가 생겼고, 포비돈 요오드 성분이 들어간 인후스프레이가 품절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포비돈 요오드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석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관련 제품을 쓰는 것은 개인이 선택할 일이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포비돈 요오드 가글액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감염자 비말에 노출된 즉시 포비돈 요오드 가글액으로 씻어낸다면 모를까, 아침에 가글하고 나간 효과가 하루 종일 유지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보통 바이러스가 언제 구강에 침투하는지 모르는 환경에서 산다. 하루 종일 가글을 할 게 아니라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게 감염병 예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길거리 소독하면 코로나19 전파 차단된다?

    3월 1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한 아파트에서 방역 차량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3월 1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한 아파트에서 방역 차량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거리 소독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이 방역 장비를 메고 도로에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도 대중 매체에 자주 노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이 코로나19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에는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 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바닥 및 표면 소독에 적용해서는 안 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질본이 권장하는 방식은 ‘소독제가 묻은 걸레나 천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닦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간접접촉을 통한 코로나19 차단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비말전파로,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는 침방울 속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의 눈, 코, 입 점막에 붙어 전파될 수 있다. 둘째는 접촉전파다. 환자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 재채기를 한 후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접접촉전파가 가능하다. 코로나19 환자가 일한 사무실 책상, 키보드, 전화기 등에는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만지고 다시 자기 눈 코 입을 만지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간접접촉전파는 보통 이런 방식으로, 확진자가 다녀간 실내 공간에서 이뤄진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와 접촉해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이 탁 트인 공간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고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전문가들은 분사형 길거리 소독에 대해 ‘보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실효성은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실내 바닥 및 물품 표면을 꼼꼼히 문질러 닦는 게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승국 의협 공보이사(내과 전문의)는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코로나19 확산기에 소중한 인력과 약품을 좀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걸리면 폐 기능 영구 손상?

    코로나19는 증상 스펙트럼이 다양하며 중증으로 진행하면 폐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는 증상 스펙트럼이 다양하며 중증으로 진행하면 폐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 코로나19가 폐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그렇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 질병에 대해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감기 수준의 기침 발열 증세를 보이다 회복되는 사람이 적잖다. 이들은 폐 조직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면역력이 약한 노인 중에는 예후가 좋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코로나19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등으로 이어져 폐에 큰 손상을 남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든 폐렴은 중증으로 진행할 경우 폐 조직을 파괴한다. 이는 코로나19만의 특이 증상이 아니다. 코로나19 예방에 힘쓰고 감염됐을 경우 적기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막는 게 중요하다.

    모기가 코로나19 전파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확인된 게 없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코로나19는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모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확인된 게 없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기온이 높아지면서 모기가 유행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물었던 모기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WHO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코로나19 미신 깨기’라는 글에서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이며, 감염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모기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어떠한 정보나 증거도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WHO는 이외에도 폐렴 예방백신 접종, 주기적인 코 세척, 마늘 섭취, 자외선 램프 소독 등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여러 ‘미신’을 소개하며 이 또한 어떤 정보나 증거도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적인 손 씻기라는 게 WHO의 권고다. 국내 전문가들도 “코로나19를 예방하려면 세면대가 보일 때마다 수시로 손을 씻으라”고 강조한다. 

    손을 물에 적시고 비누를 골고루 묻힌 뒤 손등, 손바닥, 손가락, 손톱 등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문지르는 게 중요하다. 이후 흐르는 물에 비누를 충분히 씻어내면 바이러스도 같이 씻겨 내려간다. 알코올이 60% 이상 함유된 손 세정제로 손을 닦는 것도 좋다. 손 세정제를 사용할 때는 손을 씻을 때와 마찬가지로 손등, 손바닥, 손가락, 손톱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문질러야 한다. 바이러스는 알코올과 열에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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