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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아버지 또는 유사 아버지와의 전쟁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아버지 또는 유사 아버지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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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의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보호한다.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에 비해 아버지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거나, 거의 거론되지 않거나, 너무 일찍 죽는다. ‘화이’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여럿 등장하지만 사실 이들은 주인공의 생부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죽게 한 남자들이다. 이들은 화이에게 각자의 특기를 전수했는데, 이는 결국 그를 살인기계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화이는 이들에게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이들을 물리친다.

마침내 화이의 생부일 가능성이 있는 남자는 죽은 임형택과 석태로 좁혀진다. 화이는 자신이 죽인 임형택이 자신의 생부일지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석태에게 왜 자신을 유괴해 키웠는지를 묻는다.

석태는 화이에게 자신도 어릴 때 괴물 환영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이어 자신이 괴물이 됨으로써 괴물 환영이 없어졌다면서 화이에게도 같은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한다. 환영은 현실이 됨으로써 사라진다는 것이다. 석태의 말에 따르면 화이의 생부는 석태일까.

전반적으로 화이와 석태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들에 의해 살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아들을 추방하거나 죽이려 들고 아들이 이에 대항해 아버지를 실제로 죽이는 이야기가 많다. 아들이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아버지를 죽이려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럼으로써 아들은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거나 아버지보다 더 강한 존재가 된다.

한국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런 신화적 인물들 중 오이디푸스가 가장 유명하다. 오이디푸스는 자기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근친상간을 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이 이야기를 가져와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선 근친상간적인 욕망을 지니고 아버지에 대해선 경쟁의식을 가진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만들었다. ‘화이’는 도심 재개발 등 한국 사회의 문화와 유괴 등 범죄행각, 아버지들에 대항해 어머니를 지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융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부자 관계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아들이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와 싸워 아버지를 무너뜨리려는 관계다. 여기서 ‘아버지’를 국가 등 다른 거대한 존재로 대체하면 현대 여러 액션영화의 공통된 설정이 된다.

미국 영화 ‘본(Bourne)’ 시리즈에서 조국(미국)에 의해 살인기계로 양성된 주인공 제이슨 본(매트 데이먼)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조국과 전쟁을 벌인다.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도 조국(북한)에 의해 양성된 남파 간첩들은 조국과 맞서 싸운다. 공상과학영화의 바이블인 ‘스타워즈’(조지 루카스) 시리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은하제국의 집행자 다스베이더와 광선검 결투를 벌인다. 이 장면에서 다스베이더는 “I am your father(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유명한 대사로 관객에게 충격적 반전을 안긴다.

아버지 또는 유사 아버지와의 전쟁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아버지 또는 유사 아버지와의 정상적 관계가 단절된 비운의 존재가 되며, 관객은 액션에 탄성을 지르는 동시에 연민의 감정을 갖는다.

신동아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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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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