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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96% ‘소진’ 경험 리더도 힐링이 필요해!

고위직 96% ‘소진’ 경험 리더도 힐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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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심리·정서·육체적 고갈 상태 ‘burnout’
  • ● 피로 누적되면 위험부담 회피 결정 여지
  • ● 미국 CEO 40% “코칭 받으며 고민 털어놔”
  • ● 버핏 “50주 쉬고 2주 일한다” 의미 새겨야
지난 여름, 스위스에서는 두 명의 고위 경영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럽 재계에 충격을 안겼다. 7월에는 스위스 최대 이동통신사 스위스컴의 CEO 카르스텐 슐로터가 49세의 나이에, 8월에는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취리히보험그룹의 CFO 피에르 워시어가 53세로 생을 마감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이들의 공통적 주요 사인은 업무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슐로터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근무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기업 문화에 대해 경고하며 “가장 위험한 건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 또한 삶에서 여유를 갖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리더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리더로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그에 비례해 가중되기 마련이다.

리더가 일상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 하나하나는 향후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소진(消盡·burnout)을 경험한 고위 관리자가 96%에 달했으며, 그중 3분의 1은 정도가 극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진이 되는 것은 ‘별을 달았다’라고 표현될 만큼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경영진이라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일반인 이상의 역량을 갖췄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람의 에너지는 끊임없이 샘솟지 않는다.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정신의학과 교수 스리니 필레이는 “고위 경영진에 오를 정도의 기량을 가진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도 파탄에 이를 수 있다”며 과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더가 에너지가 소진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리더의 소진, 그 원인과 대응 방안을 찾아보자.

/ ‘리더 소진’의 후폭풍 /

소진은 심리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말하며 탈진, 피로, 우울 등의 증상과 함께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및 행동이 나타나 업무 수행과 효율이 저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영국 랭커스터대 조직심리학 교수 캐리 쿠퍼는 소진 상태에 빠지면 일상적인 활동을 평소처럼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수면장애, 섭식장애, 우울증 등의 병리적인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작은 일에도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일시적인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과격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으며, 투입한 시간에 비해 결과물의 질이나 양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 집중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드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등 전반적으로 정신적인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이루기가 어려워진다거나 식욕이 감퇴하는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소진은 일반 구성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악화됐을 때, 애플의 주가는 ‘스티브 잡스 주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잡스의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받았다. 육체적인 건강의 악화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소진의 경우에도 리더로서의 업무 수행이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마찬가지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일반 구성원에 비해 리더는 소진에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 조직의 위계가 높아질수록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 강도가 강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외에도 리더가 소진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 의사결정 피로 /

리더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사소한 것부터 기업의 향방에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하루에도 다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하는 일은 리더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의사결정이란 개인이 가진 심리적 자원을 크게 소모하는 일이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리더 본인뿐만 아니라 구성원 및 기업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 부담감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조지 뢰빈스타인은 고위 경영진의 경우 매일 매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받는 부담감으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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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kjeon@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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