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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판 마타하리? 딱 한 남자만 사랑했다”

첫 탈북 위장 남파 女간첩 원정화

“내가 한국판 마타하리? 딱 한 남자만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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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이중간첩…국정원은 알면서 날 이용했다”
  • ● 국정원, 밤마다 검찰청 찾아와 “속았다”며 난동
  • ● 원 씨가 북송한 한국인 7명 생사 확인 안 돼
  • ● “청춘 바쳐 충성한 조국(北)이 날 배신했다”
  • ● “이석기 같은 종북세력 이해 안 된다”
“내가 한국판 마타하리? 딱 한 남자만 사랑했다”

2008년 9월 10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 때의 여간첩 원정화.

2008년 7월 15일, 한 탈북여성이 간첩혐의로 검거됐다. 이름 원정화, 나이 35세,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원 씨를 ‘최초의 탈북 위장 남파간첩’이라고 소개했다.

검찰의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 소속으로 2001년 남파된 원 씨는 탈북자로 위장해 중국, 북한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간첩활동을 벌였다. 재중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이하 보위부)의 도움을 받아 대북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공작금을 마련했고, 성(性)을 매개로 다수의 군인 등을 포섭, 군사정보를 빼내 북한으로 보냈다.

언론은 원 씨를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불렀다. 원 씨는 간첩죄 등이 인정돼 5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7월 만기 출소했다.

‘신동아’는 지난 9월부터 원 씨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직접 만나서 장시간 대화를 나눴고, 수시로 전화 인터뷰도 했다. 출소 이후 원 씨는 경찰과 검찰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9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그의 전화번호는 3번이나 바뀌었다.

원 씨는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신동아’ 기사(2008년 10월호 ‘여간첩 원정화 2007년 미공개 인터뷰’) 등 자신과 관계된 많은 언론보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원 씨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바로잡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죗값 받아야죠”

▼ 출소 이후 어떻게 지냈습니까.

“정부의 도움을 받아 지내고 있어요. 며칠에 한 번씩 경찰에 가서 보호관찰 조사를 받아요. 누굴 만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모두 보고해요. 귀찮지만 다 저를 위한 일이니까 감수해야죠. 혹시 모를 테러 가능성 때문에 경찰 관계자들이 고생하고 있어요.”

▼ 딸이 있는 걸로 아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 배 속에 있던 아이예요. 구속돼 있는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도움을 줘서 건강하게 잘 컸어요, 고맙죠.”

▼ 교도소 생활은 힘들지 않았나요.

“독방에 있다보니 외로웠어요. 그래도 편안하게 잘 지냈어요. 책, 특히 역사책을 많이 읽었어요.”

▼ 5년형을 받은 뒤 항소를 포기했는데.

“대한민국 정부에 죄를 많이 지었잖아요. 죗값을 받아야죠.”

2008년 재판 당시 원 씨는 법원에 전향서를 냈다. 이런 내용이었다.

‘북한에서 태어나 우상화와 주체사상만을 배우고 수령님과 장군님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강한 훈련도 참고 견디었습니다. 당의 방침, 장군님의 방침이 하늘인 줄 알고, 조국에 돌아가면 명예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 한국에 살면서 제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김일성 김정일 체제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 저에게는 7살 된 딸밖에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다면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바지하겠습니다.’

▼ 이제 완전히 전향한 건가요.

“그럼요. 체포 직후 북한이 내놓은 입장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청춘을 다 바쳐 조국을 위해 일했는데, 조국은 저를 버렸어요. 당시 북한이 내놓은 입장은 입에 담기도 싫어요.”

원 씨 사건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이런 내용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원정화는 나라와 인민의 반역자이며 돈과 재물을 탐내고 협잡에 미친 인간추물이다. 남조선이 이런 여인한테 간첩 모자를 씌우는 것은 완전히 음모이며 이런 거짓말을 꾸며내고 또 이를 조선 국가안전보위부와 연결시키는 것은 조선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모독이다. 조선은 이를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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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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