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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前 서독 심리전 총책임자의 충고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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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6~1991년 서독 국방부의 심리전 총책임자로 활약하며 독일 통일 과정을 목격한 오트뷘 K 부크벤더 (Ortwin K. Buchbender, 오른쪽 사진) 박사가 10월 7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최종건 교수가 주관하는 ‘International Security(국제안보)’ 수업에서 특강을 했다. 서독군이 어떠한 심리전과 정보전을 펼쳐 통일의 실마리를 마련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나는 1986~1991년 서독의 수도 본에 위치한 국방부에서 심리전을 총괄하는 국장직을 수행했다. 1959년 창설된 이 부서는 2개의 심리전 대대를 거느렸다. 그중 한 대대는 대형 풍선을 이용해 동독에 전단을 살포하는 일을 하다 1972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으로 전단 살포 등을 (일시) 중단했다. 서독 특임장관 에곤 바와 서독 주재 동독 특명전권대사 콜이 ‘동서독 기본조약’에 서명한 것이 계기였다.

동방정책은 ‘접근에 의한 변화(Change by Approach)’를 추진하는 화해정책이었다. 그러나 1974년 브란트 총리의 최측근 권터 기욤이 동독 간첩인 것이 드러나 브란트 총리가 사임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동방정책 때문에 블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심리전인 전단 살포는 중단됐지만 보다 교묘한 심리전은 계속됐다. 정보나 영향력을 가진 특정인을 겨냥해 은밀하고 수준 높은 심리전이 추진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사이 서독으로 탈출해온 동독군은 장교 63명, 부사관 532명, 병사 1469명 등 모두 2064명이었다.

“對北 심리전 최대 무기는 신뢰와 돈”

지금 베를린 장벽은 거의 뜯겨나가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 독일 통일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군부 수뇌의 상호 방문

나는 동독에 주둔한 소련군과 바르샤바조약기구군을 상대로 한 심리전에도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동독의 극비정보를 수집하게 됐다. 방법은 최고위층을 매수하는 것이었다. 돈은 유용한 심리전 수단이었다. 그들이 우리 정보원 노릇을 하게 된 동기는 80%가 돈. 매수한 고급 정보원 중에는 장군도 있었다. 그들은 통일 후에도 신분이 보호돼 편안히 살고 있다.

그 시기 서독에서 동독을 위해 활동한 간첩은 4만 명 정도였다. 그 숫자를 파악하게 된 것은 통일 후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자료를 입수한 덕분이다.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 정권이 들어선 1989년, 동독에서는 많은 자료가 파기됐다. 그해 말 동독의 비밀 문서가 대거 소련으로 보내졌지만, 서독은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여 적잖은 양의 자료를 확보했다.



나는 국방부 차관에게 매달 정세보고를 했고, 장관에게는 연 4~5차례 보고를 했다. 그러나 그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독일이 통일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1990년 발간된 회고록에서 “독일 통일은 제2공화국(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들어선 서독을 가리킴)의 특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에 대한 그때의 여론은 그러했다.

그런데 1989년 10월 동독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공산당에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을 향해서는 “동독에 간섭하지 말라”고 외쳤다. 그래서 동독에 주둔하던 소련군 전차부대는 부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1953년의 동독 시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그리고 정치적인 기적이 일어났다. 1년 만인 1990년 10월 3일, 어떤 전문가도 믿지 않던 독일 통일이 이뤄진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통일 독일이 나토 회원국으로 남는 안을 수용했는데, 이것은 1990년의 최대 사건이었다. 1991년 12월 25일엔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서 붉은 깃발이 내려지고 새로운 깃발이 올라갔다. 그것으로 냉전은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거대한 소련 제국이 총 한 방 안 쏘고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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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계동혁 한국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nicek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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