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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케냐 쇼핑몰 테러의 진실

  • 김영미 │프리랜서 PD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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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케냐 쇼핑몰 테러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프리카 이슬람 무장단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사건을 벌인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전투원만 7000명에 달하고 대담하게도 미국 본토에서 전사를 모집한다. 미국의 테러 억제 능력은 한계에 이른 것일까.
영국의 의대생 줄리아(23)는 케냐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9월 21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가장 크다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들렀다. 2층에서 물건을 사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던 그녀의 눈에 낯선 복장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줄리아는 “그들을 보는 순간, 나를 공격할 것이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곧 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쇼핑객들 사이로 뛰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을 못 찾아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다. 밖은 총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으로 아비규환이 됐다. 그러던 중 평생 잊지 못할 소리를 듣게 된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심하게 우는데 총소리가 났어요. 그러더니 울음소리가 멈췄어요. 아마 아이를 죽인 것 같아요.”

줄리아는 화장실 옆으로 난 창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탈출했다. 줄리아는 귀국한 지금도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더니 필자에게 “케냐가 그런 테러가 일어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나”라고 새삼스럽게 물었다.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은 케냐의 부유층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주로 찾는 쇼핑 명소다. 쇼핑객으로 붐비던 이곳에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들어와 총격을 시작했다. 쇼핑객을 한 명씩 처형하듯 사살했다. 한국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적어도 63명이 숨지고 170명 이상이 다쳤다. 아직도 40여 명이 실종 상태다.

사건을 벌인 주범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al-Shabaab)’ 조직원들이었다. 알샤바브는 아랍어로 ‘젊은이’라는 뜻이다. 소말리아 젊은이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만들어보겠다고 조직한 단체다. 알샤바브는 최근 2년간 아프간, 파키스탄, 이라크 등에서 전투 경험을 갖춘 외국 출신 전사(戰士) 인력을 충원하며 전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샤바브의 전투인력이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들은 왜 본거지 소말리아가 아닌 케냐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을 벌인 것일까.

빈 라덴만 죽이면 끝? 알카에다는 더 진화했다!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한 미군 특수부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블랙호크 다운’.

블랙호크 다운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앞서 줄리아가 필자에게 던진 질문의 답과 같다. ‘케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웃나라 소말리아가 위험해져 케냐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케냐는 소말리아와 붙어 있기 때문에 싫든 좋든 소말리아 치안 상황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91년. 인구 1000만 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밖에 안 되던 가난한 나라 소말리아에 설상가상 대기근이 덮쳤다.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20만 명이 기아 상태에 놓였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정권을 잡기 위한 세력 다툼이 벌어졌다.

소말리아 밀림지대에서 활동하던 부족들이 너나없이 쏟아져 나와 정권을 잡겠다고 아우성쳤다. 서로 죽고 죽이는 부족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무장 군벌이 우후죽순처럼 불거졌고 이들 사이에 국지전이 이어지면서 소말리아는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국제사회는 미군 주도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소말리아 사태에 개입했다.

1993년 미국인 18명이 죽고 80명이 부상한 이른바 ‘블랙호크 다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소말리아 반군에 격추당했는데, 반군 병사들은 수도 모가디슈 거리에서 미군 병사들의 시신을 질질 끌고 다녔다. 이 장면은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고 아직도 많은 미국인에게 그 장면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당시 미군은 충분한 준비 없이 소말리아 군벌 지도자를 체포하겠다고 성급하게 군사작전을 펼쳤다가 병사들만 희생시켰다. 이 이야기는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건 후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소말리아 개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 소말리아는 그 후 오랜 기간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이들을 모두 평정한 세력이 나왔는데,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인 이슬람 법정연대(ICU)였다. ICU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을 두고 다툼을 중재하는 이슬람 법정을 통해 소말리아 무슬림들에게 영향력을 키우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2006년 6월, 그들은 군벌들을 모두 몰아내고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모가디슈 중심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15년 만에 새 정권으로 출범한 ICU를 환영했다. 필자는 당시 현장을 취재했다. ICU 대변인 아흐무드 파라가 “너희들에게 소말리아는 이슬람 국가임을 선포하니 이제 15년간의 혼란은 사라졌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ICU 대표 하산 아위드는 “이제 소말리아는 하나가 되어 재건 체제로 간다. 소말리아인 스스로 이 길을 갈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말리아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강경 이슬람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ICU를 지지하지 않았다. 불과 몇 달 후 ICU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군, 케냐군 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의 공격을 받게 됐다. ICU는 쫓기다시피 모가디슈를 버리고 소말리아 북부 엘부르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ICU에 소속돼 있던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ICU를 버리고 자신들만의 무장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알샤바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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