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 문화 전도사’로 불리던데요.
“그런 타이틀에 어울릴 만큼 제가 한 일이 별로 없는 걸요. 단지 ‘대장금’에 출연하면서 한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됐고, 결혼해 쌍둥이를 낳고 엄마가 되니 가족을 위한 건강 식단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됐죠. 요리를 하면서 선조들께서 물려주신 우리 음식이 얼마나 건강하고 지혜로운지 새삼 깨달았고 자랑스러웠어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훌륭한 한국 음식이 아직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10월 7일 그는 MBC가 드라마 ‘대장금’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다큐 스페셜 ‘대장금 루트를 가다’에 출연했다. 그의 대표작 ‘대장금’은 세계 91개국에 수출된 한류 드라마의 대장주다. 국내 최고 시청률이 57.8%에 달했는데 해외에서는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대장금’을 못 보게 한다는 이유로 자살소동이 벌어졌고, 최근 이 드라마를 방영한 스리랑카에서는 9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 ‘대장금’ 방송 10주년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10년 전 제작 발표회 때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김치 같은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장금’을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 스리랑카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종영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신동아’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역경을 딛고 최고의 궁중 요리사이자 어의(御醫)가 되는 ‘장금이’ 이영애는 지금 스리랑카의 ‘국민 요정’이다. 달리는 택시는 물론 영어학원 간판과 재봉사 모집 광고에도 그의 사진이 붙어 있다. ‘대장금’ 주제곡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한복과 비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영애는 이런 사랑에 보답하고자 스리랑카에 ‘이영애 장학재단’을 설립해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주부 대장금
▼ ‘대장금’ 찍을 때의 기억이 새롭겠네요.
“전국을 다니며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던 추억, 곳곳의 그림 같은 풍광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겨울 맹추위와 졸음, 많은 대사량으로 힘들었지만 어디를 가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반갑게 맞아줘서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 방송 전부터 ‘대장금’의 인기를 예감했습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고문헌에 몇 줄밖에 안 나오는 수백 년 전 인물을 세상에 처음 알린다는 희열도 있었고 내용도 훌륭했어요. 인기를 떠나 연기하는 보람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아하는 요리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어요. 아기아빠도 ‘드라마가 안 되더라도 궁중요리를 배울 수 있지 않으냐’면서 출연을 적극 권했죠(웃음).”
▼ 드라마를 하면서 요리 자격증을 땄다면서요.
“한복려 선생님께 궁중요리를 단기코스로 배웠는데 그게 와전된 것 같아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재미있어요.”
▼ 평소 자주 하는 요리는.
“우리 쌍둥이가 불고기와 잡채를 좋아해서 자주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영양소를 골고루 안배해 채소, 생선, 고기, 된장국 같은 제철음식 위주로 요리를 해줘요. 아기아빠는 특별히 가리는 건 없는데 생선을 좋아해서 생선요리를 자주 해주고요.”
▼ 정부 차원의 한식세계화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글쎄요…훌륭한 전문가가 많으니 그분들의 의견과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의 경험을 반영해 추진한다면 좋은 성과를 내지 않을까요.”
▼ 피렌체에서 유창한 영어로 한식을 소개했다죠?
“유창하지는 않고, 대화를 좀 할 수 있는 정도예요.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요.”
▼ 독일어도 잘하겠네요, 한양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인데….
“전공은 했지만 남의 나라 말이라 그런지 잘하진 못해요.”
▼ 주부가 되면 자기계발에 소홀해지던데.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 이상이에요. 쌍둥이는 키우기가 배로 힘들어요. 이렇게 가사와 육아로 바쁜 중에 자기계발을 하려니 쉽지 않아요. 남편과 가족의 이해와 도움, 사회제도적인 많은 뒷받침이 있어야 해요. 저는 일에만 전념하다 늦게 결혼하고 출산해서 그런지 가족이 제 마음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어요. 행복한 가정을 위해 건강한 환경과 먹을거리, 육아에 관심을 갖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즐겁게 배우고 있죠.”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사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해요. 제 생각이기도 하고 아기아빠 생각이기도 하죠. 이 근처를 함께 산책하고 드라이브를 자주 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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