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몇 달째 주류협회와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주류협회는 약속대로 연 50억 원의 출연금을 조속히 지급하라’는 것이다. 카프병원은 알코올중독 연구와 예방 활동에서 치료, 재활까지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이다. 100병상 규모에 입원치료는 물론 5개의 알코올중독 환자 생활훈련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재활훈련도 실시한다. 카프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건강증진기금과 카프재단 설립

경기도 일산에 있는 카프병원.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카프병원을 만든 것은 주류협회다. 주류협회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오비맥주 등 전통주와 막걸리 제조사를 제외한 주류생산업체 대부분이 참여한 단체다. 주류협회장과 주류회사 대표 등이 발기인이 되어 2000년 4월 비영리 공익재단법인 카프재단을 설립하고, 2004년엔 카프병원을 개원했다.
카프병원 노조는 “협회가 카프재단을 설립한 목적은 세금 회피였다”며 “목적을 달성하고 나자 재단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국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주류회사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주류 소비자보호사업을 하겠다며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주류협회는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문제는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카프재단 설립과 운영은 협회에서 자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한 것이지 건강증진기금 회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세금으로 처음부터 판매가격에 책정되는 것이지만, 협회가 카프재단에 출연한 돈은 회원사들의 이익금 일부를 소비자보호사업비로 갹출한 것으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주류협회가 보건복지부에 매년 50억 원씩 카프재단 출연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제출한 것이나, 재단 설립 과정에 국세청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또한 당시 국세청장이 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주류협회가 국세청에 보낸 재단 설립 경과 보고서에 ‘당해 연도 사업 진행은 국세청 승인을 득한 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자발적이라는 주류협회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2008년 발간한 ‘카프 10년사’에는 “(필자가) 직접 카프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추진”했다고 자부하는 국세청 직원의 기고문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