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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KARF’ 폐쇄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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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류협회, 세금 피하려 만들었다 지원 끊었다?
  • ● 주류협회 “치료사업보다 예방 홍보 더 중요”
  • ● 국세청, 퇴직자 자리 늘리려다 자충수?
  • ● 노조 “카프병원 공공의료재단으로 전환해야”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9월 25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이곳에서 열린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장에 난입, 점거한 것.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져 세미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 이하 카프) 카프병원 노조원들이었다.

이들은 몇 달째 주류협회와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주류협회는 약속대로 연 50억 원의 출연금을 조속히 지급하라’는 것이다. 카프병원은 알코올중독 연구와 예방 활동에서 치료, 재활까지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이다. 100병상 규모에 입원치료는 물론 5개의 알코올중독 환자 생활훈련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재활훈련도 실시한다. 카프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건강증진기금과 카프재단 설립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카프병원.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10월 1일, 경기 고양시 백석동 일산병원 사거리에 위치한 카프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여기저기 플래카드와 대자보만 어지럽게 흩날릴 뿐 한산했다. 병실도 진료실도 텅 비어 있었다. 1층 로비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만 드문드문 오갈 뿐이었다. 정철 카프병원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병원이 사실상 폐쇄된 지 4개월이 넘었다고 한다. 2010년 중반부터 출연금이 끊겼기 때문이다.

카프병원을 만든 것은 주류협회다. 주류협회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오비맥주 등 전통주와 막걸리 제조사를 제외한 주류생산업체 대부분이 참여한 단체다. 주류협회장과 주류회사 대표 등이 발기인이 되어 2000년 4월 비영리 공익재단법인 카프재단을 설립하고, 2004년엔 카프병원을 개원했다.



카프병원 노조는 “협회가 카프재단을 설립한 목적은 세금 회피였다”며 “목적을 달성하고 나자 재단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국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주류회사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주류 소비자보호사업을 하겠다며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주류협회는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문제는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카프재단 설립과 운영은 협회에서 자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한 것이지 건강증진기금 회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세금으로 처음부터 판매가격에 책정되는 것이지만, 협회가 카프재단에 출연한 돈은 회원사들의 이익금 일부를 소비자보호사업비로 갹출한 것으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주류협회가 보건복지부에 매년 50억 원씩 카프재단 출연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제출한 것이나, 재단 설립 과정에 국세청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또한 당시 국세청장이 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주류협회가 국세청에 보낸 재단 설립 경과 보고서에 ‘당해 연도 사업 진행은 국세청 승인을 득한 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자발적이라는 주류협회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2008년 발간한 ‘카프 10년사’에는 “(필자가) 직접 카프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추진”했다고 자부하는 국세청 직원의 기고문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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