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KARF’ 폐쇄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3-10-22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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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9월 25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이곳에서 열린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장에 난입, 점거한 것.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들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져 세미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 이하 카프) 카프병원 노조원들이었다.

    이들은 몇 달째 주류협회와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주류협회는 약속대로 연 50억 원의 출연금을 조속히 지급하라’는 것이다. 카프병원은 알코올중독 연구와 예방 활동에서 치료, 재활까지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이다. 100병상 규모에 입원치료는 물론 5개의 알코올중독 환자 생활훈련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재활훈련도 실시한다. 카프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건강증진기금과 카프재단 설립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카프병원.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10월 1일, 경기 고양시 백석동 일산병원 사거리에 위치한 카프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여기저기 플래카드와 대자보만 어지럽게 흩날릴 뿐 한산했다. 병실도 진료실도 텅 비어 있었다. 1층 로비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만 드문드문 오갈 뿐이었다. 정철 카프병원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병원이 사실상 폐쇄된 지 4개월이 넘었다고 한다. 2010년 중반부터 출연금이 끊겼기 때문이다.

    카프병원을 만든 것은 주류협회다. 주류협회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오비맥주 등 전통주와 막걸리 제조사를 제외한 주류생산업체 대부분이 참여한 단체다. 주류협회장과 주류회사 대표 등이 발기인이 되어 2000년 4월 비영리 공익재단법인 카프재단을 설립하고, 2004년엔 카프병원을 개원했다.



    카프병원 노조는 “협회가 카프재단을 설립한 목적은 세금 회피였다”며 “목적을 달성하고 나자 재단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국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주류회사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주류 소비자보호사업을 하겠다며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주류협회는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문제는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카프재단 설립과 운영은 협회에서 자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한 것이지 건강증진기금 회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세금으로 처음부터 판매가격에 책정되는 것이지만, 협회가 카프재단에 출연한 돈은 회원사들의 이익금 일부를 소비자보호사업비로 갹출한 것으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주류협회가 보건복지부에 매년 50억 원씩 카프재단 출연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제출한 것이나, 재단 설립 과정에 국세청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또한 당시 국세청장이 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주류협회가 국세청에 보낸 재단 설립 경과 보고서에 ‘당해 연도 사업 진행은 국세청 승인을 득한 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자발적이라는 주류협회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2008년 발간한 ‘카프 10년사’에는 “(필자가) 직접 카프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추진”했다고 자부하는 국세청 직원의 기고문도 실려 있다.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카프병원 노조가 국세청 앞에서 카프병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주류연구원 파문

    카프병원이 문을 연 지 1년여 만에 주류협회는 “알코올중독자 치료, 재활사업을 포기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출연금 지급을 중단했다. ‘치료, 재활사업’은 재단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이었다. 그럼에도 협회가 출연금 지급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노조는 주류협회와 국세청이 재단을 대신할 다른 기구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카프 직원들은 2006년 ‘음주문화연구센터 혁신 전략’이라는, 국세청 내부 문서로 추정되는 서류를 입수했다. 카프를 한국주류연구원(이하 주류연구원)으로 전면 개편하고, 주무관청도 보건복지부에서 국세청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업 목적도 건전 음주문화 홍보 계몽 등 예방적 사업에 치중하도록 되어 있다. 카프재단을 없애고 치료, 재활사업을 하지 않는 새로운 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문서엔 비록 국세청 도장이 찍혀 있지는 않지만 ‘국세청 산하기관으로서 Think-Tank 역할’‘국세청 위임 사무 집행’과 같은 대목을 보면 어디서 작성한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주류협회는 “주류연구원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카프병원 노조는 “국세청에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이 문서에 대해 자기들이 만든 게 아니라고 부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프병원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3월 노조와 주류협회장, 주류사 대표 사이에 ‘주류연구원은 주류산업 발전만을 연구하고, 카프와 관련된 사업은 추진하지 않으며, 주류협회가 주류연구원을 통해 해마다 50억 원을 카프에 출연하도록 연구원 정관에 명시’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또한 향후 카프재단 출연금을 중단시키는 시도에 대한 재발 방지 사항에도 합의했다. 국세청도 이런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행정지도를 할 것을 약속하는 공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약속은 또 깨졌다. 주류연구원은 2010년 카프재단에 줘야 할 출연금 5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지원하지 않은 채 2011년 2월경 해산해버렸다. 또한 당시 카프재단 이사장은 2010년경부터 이사와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카프병원 건물을 매각하고, 병원 사업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주류연구원이 해산되자 카프병원 노조는 출연금을 주류협회에서 카프재단으로 바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지만 협회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렇게 미지급된 출연금이 벌써 170억 원에 달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2011년과 2012년은 기존 출연금에서 남아 있던 돈으로 버텼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이마저 바닥나 사실상 폐쇄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

    주류협회 측은 “2007년에 카프 출연금 중단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합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언제까지 계속 주겠다는 조항은 없었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지, 영원히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국세청 퇴직자 ‘낙하산’ 인사

    정철 노조위원장은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국세청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주류업계 전반에 대한 면허 허가 취소 등 각종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사실상 주류업계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런 권한 때문에 주류업체엔 국세청 퇴직공무원 낙하산 인사가 많다. 주류협회만 해도 1988년 국세청 퇴직공무원이 전무로 재취업한 이후 1991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장과 전무이사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카프재단 역시 2000년 설립 이후 역대 4명의 이사장과 5명의 사무총장 모두 국세청 퇴직공무원 출신이다. 처음엔 감사 자리도 국세청 퇴직공무원이 맡아오다 3대 때부터 보건복지부 퇴직공무원이 맡고 있다.

    국세청이 보건복지부의 감독을 받는 카프재단을 없애고 국세청 산하 주류연구원을 만들려고 한 것도 국세청 퇴직공무원을 위한 자리를 늘리려는 목적이었다는 게 카프병원 노조의 주장이다. 국세청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문화연구센터 혁신 전략’을 보면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하고, 임원진도 이사장, 감사, 사무총장, 상임이사 5명 등 카프재단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주류연구원은 국세청 퇴직공무원이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한 채 해산됐다.

    카프병원이 폐쇄되면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환자들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환자는 7000여 명.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새로운 환자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끝까지 남아 있던 입원 환자 50여 명마저 5월 말 강제 퇴소당했다. 병원과 연계해서 운영하던 재활시설들도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주류협회 말 바꾸기, 국세청 ‘낙하산’ 논란

    카프병원 노조원들이 주류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장에서 카프병원 폐쇄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강제 퇴소당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해도 안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 바람에 사망한 환자까지 생겼어요. 다시 알코올중독에 빠진 환자도 있고요.”

    카프병원의 입원비 및 치료비는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두 달간의 입원 치료와 10개월가량의 재활치료를 받고 사회에 복귀하는데, 1년간 총 치료비용이 400만 원 안팎이다. 정철 위원장에 따르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민간 병원과는 치료체계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민간병원에서 해줄 수 없는 가족치료 및 상담, 재활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 알코올중독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거주시설을 제공하고 직업재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라고 한다.

    “이곳은 다른 병원과 달리 환자복이 없어요. 환자와 직원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휴게실을 함께 이용해요. 문도 늘 개방돼 있어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일반 병원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도망가는 환자가 없어요. 스스로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겠다고 자원해서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이런 자의(自意) 입원병원은 국내에 여기밖에 없어요.”

    카프병원 1층 커피숍 ‘카프커피’에서 일하는 백모(61) 씨도 카프병원 환자 출신이다. 그는 36세 때 알코올중독 진단을 받았다. 이후 17년 동안 전국의 병원과 기도원, 사이비종교 단체에까지 들어가 술을 끊으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해 구치소에 들어갔다 나오던 날에도 아내가 내민 두부를 보는 순간 술 생각을 이기지 못해 곧장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소주 2병을 마셨을 정도였다. 그는 8년 전 카프병원을 찾으면서 비로소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프병원에서의 치료와 재활 노하우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다른 병원에서도 알코올중독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그게 카프병원의 진정한 설립 목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프병원이 폐쇄됨으로써 더 이상의 임상 축적은 불가능해졌다.

    ‘술 판매 천국’

    우리나라는 ‘술 판매 천국’이라고 할 만큼 술 판매가 자유롭다. 신고만 하면 어디서든 술을 팔 수 있고, 24시간 술 구매가 가능하다. 지상파방송에서도 술 광고가 흘러나오고, 미성년자만 아니면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술을 권유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이 정도로 관대한 국가는 찾기 힘들다.

    그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간 담배로 인한 피해액이 9조 원 규모인 데 비해 알코올은 24조 원에 달하고, 연간 건강보험손실액도 담배는 1조6000억 원, 알코올은 2조4000억 원이라고 한다. 성폭력 등 범죄와 술의 상관관계, 술과 가정폭력, 술과 교통사고, 술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알코올 피해는 중독자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까지 파괴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환자는 218만 명, 입원 및 재활치료가 필요한 만성중독군은 2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윤명숙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 발표에서 “알코올 이용으로 중독 관련 문제를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 111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중독은 재발 위험이 높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불치의 질병이라고 부른다. 최소 5년에서 평균 10년 정도 관리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도박, 마약, 게임과 함께 알코올을 4대 중독으로 지정한 이유다.

    5년 전 알코올중독 진단을 받은 김 씨(33)는 카프병원에서 두 차례 치료와 재활을 받으며 한동안 술을 끊었다. 하지만 카프병원이 폐쇄되면서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정철 노조위원장은 김 씨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알코올중독은 혼자선 못 끊는다. 여기선 치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들끼리 모임을 계속 가지면서 서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준다. 그런데 병원이 사라지면 모임 자체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응원군이 사라지면 다시 알코올에 중독되기 쉽다. 그게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코올중독 치료 인프라 취약

    주류협회는 카프재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술을 파는 업계가 알코올중독자를 치료하는 병원을 설립한 것부터가 병 주고 약 준다는 비판이 높았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주류업계는 예방사업을 위주로 하지 치료사업을 하지는 않는다”며 “치료사업보다는 예방사업에 중점을 두는 게 옳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줄곧 카프재단에 치료사업을 중단하고 예방사업에 주력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병원사업은 처음부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알코올중독 치료 인프라가 없던 때여서 우리가 선진적인 치료시스템 모델을 제시하자는 차원에서 병원을 만든 것이지, 병원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전문 치료기관이 6개가 있고, 알코올중독 치료 클리닉을 운영하는 일반 병원도 수백 곳에 달하는 등 알코올중독 환자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그런 상황에서 출연금 대부분을 치료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 돈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사업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알코올중독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보조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란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10년 카프재단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총 사업비 지출 32억 원 중 치료에 들어간 돈은 7억7700만 원으로 24.2%에 불과했다. 오히려 예방과 연구사업에 46.9%가 지출됐다”며 반박했다. 또한 “주류업계에서는 연간 술 판매를 늘리기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수천억 원을 쓰고 있다. 또한 술 판매를 통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 그런데 술 판매가 야기한 알코올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은 카프재단에 출연하는 50억 원이 전부였다. 이조차 안 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철 위원장은 “주류협회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알코올중독 치료와 재활·예방 인프라는 취약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 기준 알코올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10만433명으로 추정 환자(당시 155만 명) 중 6.5%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정부가 설립한 전국 43개 알코올상담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환자 수는 5000여 명 수준으로 알코올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5% 정도만이 재발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관리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50억으로 ‘퉁’치고 끝내자?

    최근 주류협회가 노조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협회가 카프재단에 운영자금 50억 원을 출연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재단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 대신 재단 경영진과 노조에서 더 이상 협회에 출연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쓰라는 것이었다. 미납한 출연금 170억 원을 50억 원으로 ‘퉁’치고 완전히 끝내자는 의미로 읽힌다.

    노조도 이에 동의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법적으로 협회의 출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주체는 재단 경영진이기 때문에 노조가 받을 수는 없다. 그런데 현재 재단 경영진이 모두 사퇴한 상태다. 주류협회도, 보건복지부도 새로운 경영진을 꾸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사진 대다수가 주류협회 측 인물이므로 협회에서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주류협회는 “노조는 그동안 우리에게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 우리에게 경영진을 구성하라, 이사회를 소집하라고 요구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재단 운영팀이나 관할 부서인 보건복지부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카프병원 문제 해결 대안으로 카프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고, 민간재단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법적 개정 절차를 밟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예산 문제는 당초 국회에서 추진했던 대로 주류 판매가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을 활용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한다. 주류협회도 “차라리 건강증진기금을 세금으로 걷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물론 그만큼 술값이 인상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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