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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돈줄 막혀 뒷걸음질 형평성·안정성·공론화 절실

‘박근혜표 복지공약’ 중간점검

  • 이상이 │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돈줄 막혀 뒷걸음질 형평성·안정성·공론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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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혀 뒷걸음질 형평성·안정성·공론화 절실

동남권 지역주민을 위한 ‘울산지역 암센터’가 지난해 말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준공식을 갖고 본격 의료서비스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1월 31일 전국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무상보육과 같은 전국단위의 사업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 따라 영·유아 보육사업의 국고 보조율을 20%p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예산당국의 반대에 막혀 지금까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지방정부는 보육에 필요한 추가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2014년 예산안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은 3조7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고, 가정양육수당 지원 예산도 1조12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2% 늘었다. 이는 주로 지방정부에 대한 국고 보조율을 10%p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복지사업에서 중앙정부의 보조율은 서울이 50%, 지방이 70~80%인데 보육에서는 중앙정부 보조율이 서울 20%, 지방 50%다. 이에 지방정부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대로 중앙정부 보조율을 20%p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수용하는 게 합당하다. 보육 지원은 여야 합의를 거친 국가사업이거니와 지방정부가 추가 재원을 스스로 마련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의료

의료도 사회서비스로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인적 자본을 확충하는 창조경제의 원천이다. 그런데 한국은 의료의 공공성이 크게 부족해 OECD 30개 국가 중 건강보험 보장률이 27위다. 실제 발생한 의료비 중 건강보험의 보장이 63%에 그쳐 주요 복지국가들보다 20~30%p 낮다. 공공병원 비중도 7% 정도로, 복지국가들의 50~90%는 물론 미국의 2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노인요양 분야도 공공성이 희박하다. 이에 따라 의료 불안이 커져 우리 국민의 70%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 경쟁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의료 분야의 첫째 공약은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75%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2월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야권은 “복지공약의 후퇴”라며 반발했고, 이 갈등은 지금껏 잠복해 있다.

먼저 ‘100% 보장’이라고 한 것이 잘못이다. 최근 암 사망 2주 전에 앰풀당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항암제를 무의미하게 사용하는 사례를 개탄한 서울대병원 암 전문의의 문제 제기는 행정적 통제에 실패한 100% 보장의 허점을 잘 드러냈다. 4대 중증질환을 경제적 부담이 큰 다른 질환들과 차별한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은 주원인인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항목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선택진료비는 낮은 의료수가의 보전책인데,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26.1%, 대학병원 총 진료비의 6.5%를 차지하는 ‘알짜 수익’이므로 폐지는 하되 대학병원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빅딜’이 필요하다. 상급병실비와 간병비도 우선 낮은 수준에서라도 단계적으로 급여화해가야 한다.

둘째 공약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 경감’ 공약이다. 현재 1년간 총 본인부담 급여진료비가 건강보험료 하위 50% 계층은 200만 원, 중위 30% 계층은 300만 원, 상위 20% 계층은 4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한 본인부담 금액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데, 이것을 소득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구분해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도록 본인부담 상한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약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7단계로 세분해 저소득층의 상한액을 낮추고(200만 원→120만 원), 고소득자의 상한액을 높이는(400만 원→500만 원) 쪽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상한선을 정할 때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정책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힘들고,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도 어렵다. 이를 개선하려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드는 비용을 감안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본인부담 상한제를 기획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이것이 의료정책의 본령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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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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