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제3의 산업혁명 불러올 맞춤생산 도구

3D 프린터

  •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Perspective Designer)

    입력2013-10-24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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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의 산업혁명 불러올 맞춤생산 도구

    개인이 컴퓨터에 도형을 넣으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3D 프린터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초기 형태의 3D 프린터로, 지금은 가격이 1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7월 27일 미국에선 한 캐나다 청년이 3D 프린터(3D Printer)로 사흘 만에 만든 22구경 소총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 민간 무기개발 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트(Defense Distributed)는 올 3월 600발 연사가 가능한 총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3D 프린터란 3차원 물체를 공작기계처럼 절삭 가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쌓아올리는 적층 방식으로 실물 제품처럼 찍어내는 프린터를 말한다. 보통 주위에서 사용하는 프린터는 평면으로 종이에 인쇄하지만 3D 프린터는 3D, 즉 입체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물처럼 입체 조형을 인쇄한다.

    3D 프린터는 해외에선 이미 핫(hot) 아이템이다. 세계미래학회는 “3D 프린터가 생산혁명을 일으킬 것”이라 예견했고, 세계경제포럼(WEF)도 미래 10대 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터를 주저 없이 꼽았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터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 규모도 매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컨설팅기업 홀러스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는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연평균 18%씩 꾸준히 성장해 2019년엔 6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3D 프린터 시장 성장을 이끄는 건 개인용이다. 홀러스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산업용 3D 프린터 시스템 판매량은 6500대 수준이었지만 개인용은 2만3000대가 팔렸다. 1988년 3D 프린터 보급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5만 대가량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지만 저가형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물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때 3D 프린터 평균 가격은 1만 달러 이상, 산업용은 높게는 100만 달러를 호가했지만 최근 들어 3000달러 이하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12년 마켓봇은 2199달러짜리 리플리케이터2(Replicator2)를, 3D시스템스는 1299달러 모델인 큐브(Cube)를 내놨다. 솔리두들이 내놓은 동명 제품은 4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기도 했다.

    3D 프린터는 내연기관과 컴퓨터에 이어 제3의 산업혁명을 불러올 도구로 꼽힌다. 3D 프린터 보급에 따라 대량생산 시대에서 맞춤생산 시대로 이행하며, 온라인을 통한 설계 데이터 공유는 물론 관련 상거래가 발생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MIT테크놀로지리뷰 역시 올해 세상을 바꿀 10가지 기술 중 새로운 생산방법(Additive Manufacturing)으로 3D 프린터를 들었다.

    개인 욕구 100% 충족하는 제품 생산

    제3의 산업혁명 불러올 맞춤생산 도구

    7월 16일 중국 톈진시의 3D프린팅 체험 상점에 진열된 3D프린팅 제품들.

    미래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대다. 산업사회뿐 아니라 정보화 시대에도 제품이라고 하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하락 공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마트에 가서 제품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근접한 걸 고르던 시대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아예 만들 수 있는 시대로 바뀐다는 얘기다.

    원하는 게 있다면 3D 콘텐츠 데이터만 전송하면 맞춤형으로 만들어주는 식이다. 개인의 욕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욕구를 100%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이제껏 소비와 제조가 따로 나뉘어 있던 시대에서 소비와 제조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린다. 3D 프린터는 디지털화된 3D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인터넷을 통해 3D 인쇄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유하면 여기에 개인의 아이디어를 더해 이를 다시 공유하는 소비자 커뮤니티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에선 한 업체가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소비자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3D 프린팅으로 맞춤형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3D 프린터로 뽑을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도 지금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처럼 편해질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3D 데이터로 스캔해 저장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 중 스컵티오 디자인 메이커는 사진을 고르면 이를 바탕으로 3D로 디자인한 꽃병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김미래 씨는 “우리 쇼핑이나 할까?”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엔 “우리 그냥 만들어버릴까”라는 말이 쇼핑 행위 가운데 일부가 될 수도 있다.

    ◎ 김미래 씨 노트

    “우리 쇼핑이나 할까?” 김미래 씨가 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틀에 박힌 제품만 가득한 마트에 가는 대신 김 씨는 ‘3D 콘텐츠 공유 사이트’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3D 프린팅 콘텐츠를 찾고 있다. 마음에 드는 걸 하나 내려받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손질한 뒤 이 데이터를 3D 프린팅 숍에 보낸다. 3D 프린팅 숍에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김미래 씨만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관점 디자인 토크 ● 맞춤생산 시대가 온다. 당신의 상상력이 곧 제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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