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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농촌

가축분뇨 재활용해 흙 살리고 물 살리고

자원순환농업 ‘모델’ 충남 당진낙농축협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가축분뇨 재활용해 흙 살리고 물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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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의 ‘효자’

가축분뇨 재활용해 흙 살리고 물 살리고

송산·석문 간척지 일원에 조성된 조사료 재배단지.

“축산농가의 심각한 난제 두 가지가 가축분뇨 처리와 조사료 확보입니다. 한편 주로 밭에서 특수·과수·원예작물을 키우는 경종(耕種)농가엔 과다한 화학비료 사용이 그렇죠.”

당진낙협 이종수 전무이사는 “양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자원화시설과 조사료 재배단지, TMR 공장을 연계하는 자원순환농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원화시설에서 생산, 공급되는 퇴·액비에 대해선 경종농가가, TMR 공장에서 만드는 TMR엔 축산농가가 반색하는 분위기다. 둘 다 품질이 좋아서다.

10월 11일 오전 11시, 송산면 삼월리에 자리한 ‘이화목장’. 대표 이재만(65) 씨는 고향인 이곳에서 30년 넘게 젖소를 사육하고 있다. 월평균 소득이 2000만 원을 웃돈다. 갖은 잡일이 많은 게 목장 운영. 그럼에도 최근엔 일손을 크게 덜었다고 했다. 젖소 분뇨를 자원화시설에서 수거해가기 때문이다.

“가축분뇨를 개별 농가가 직접 퇴비로 만들려면 악취가 심하고 관련 시설을 갖추는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어려움이 큽니다. 그런데 자원화시설 건립 이후론 관내 축산농가의 분뇨 처리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어요.”



이 씨는 “당진낙협 TMR 공장에서 만든 TMR을 사료로 쓰는데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품질이 낮은 TMR은 건초보다 배합사료 함유량이 많아 1년 이상 먹이면 젖소가 대사성 질환에 걸려 비대해지고 산유량도 줄고 새끼를 제때 낳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당진낙협 TMR을 먹인 이후론 산유량이 늘고 체중과다로 인한 젖소 수명 단축 등의 문제점이 사라졌다”고 만족해했다.

이 씨가 330㎡(100평), 165㎡(50평)짜리 축사 2곳에서 기르는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많은 홀스타인종(種) 45두. 그중 상당수는 바로 옆 방목 초지로 ‘마실’을 나간 상태. 기자는 600~700 kg의 체중에도 ‘조신하게’ 축사를 지키고 있는 ‘젖소부인’들이 먹기 좋도록 조사료를 쇠스랑으로 그들 앞에 밀어줬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 씨가 “폼 안 나네” 한다. 불쑥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려 한다. ‘아, 글씨~ 첨이니 그러쥬.’ 이날따라 유난히 거센 바람에 건초 부스러기와 흙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축산농가와 경종농가에 모두 ‘효자’로 통하는 자원화시설과 TMR 공장. 대체 그곳에서 생산하는 퇴·액비와 TMR의 품질이 어느 정도기에 찬사를 연발할까.

조사료도 자급자족

20분 남짓 석문방조제 길을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그야말로 ‘가을날의 동화’다. 높고 짙푸른 하늘, 두둥실 떠가는 구름, 그 아래 펼쳐진 푸르거나 누런 들녘, 논둑길을 지나는 차량 소음에 놀라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다시 논에 살포시 내려앉는 수천 마리 철새….

이곳이 바로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당진낙협 조사료 재배단지다. 2010년 정부로부터 임차한 송산·석문 간척지 일원 256ha의 너른 들판에서 옥수수, 호밀, 수단그라스(Sudan grass) 등 다양한 사료작물을 2모작으로 연간 8000t 을 생산한다. 물론 그 밑거름은 자원화시설에서 만들어낸 고품질 퇴·액비다.

이 재배단지는 외국산 조사료 수입대체 효과도 내고 있다. 해마다 전국 축산농가에 필요한 사료를 충당하기 위해 그 원료로 수입되는 조사료는 무려 100만t. 국내 수요 증가는 물론 중국에서의 수입량 증가로 인해 조사료 수입 가격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이는 곧 축산농가의 생산비 상승으로 직결돼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조사료 자급 비중을 늘리는 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는 올해 5월 사료가격 안정대책 등을 내용으로 한 ‘축산농가 경영안정 지원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재배된 사료작물은 축산농가에 직접 공급되거나, TMR 공장의 가공을 거쳐 양질의 TMR로 거듭나 축산농가로 팔려나간다. 지난여름 키 3m에 달하는 옥수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을 그 자리를 지금은 가을 연맥(귀리)이 빼곡이 차지하고 있다. 연맥 역시 11월 말이면 수확돼 TMR 원료로 사용된다. 내년 5월 초면 다시 옥수수가 그 자리를 교대하리라. 쌀 증산을 위해 바다를 메워 조성됐던 간척농지가 다시 가축먹이 원료의 재배지로 탈바꿈했으니 ‘벽해상전(碧海桑田)’이 두 번 이뤄진 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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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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