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구루의 투자법

18년 전 워런 버핏이 대한제분 산 까닭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2-04-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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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저민 그레이엄이 유일하게 A+ 준 학생

    • 1950~60년대 저평가 기업 집중 투자 큰 수익

    • 2004년 한국 低PER 20곳 투자 수천억 원 벌어

    • 당시 대한제분 PER 2, 시가총액 보유 현금보다 적어

    • 버핏 전략 따랐다면 14년간 복리 24.7%



    워런 버핏. [뉴시스]

    워런 버핏. [뉴시스]

    구루의 투자법 첫 회에서 ‘투자 대천재’로 꼽히는 벤저민 그레이엄을 다뤘다. 이번에는 그레이엄의 최우수 학생인 워런 버핏(92)의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버핏이 2004년 한국 주식에 꽤 크게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것. 당시 그는 어떻게 투자했는지 공개했다. 따라서 우리도 버핏과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해 볼 수 있겠다.

    그레이엄과 버핏의 인연은 버핏의 학창 시절부터 이어졌다. 버핏은 10대 때부터 투자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1950년경 도서관에서 그레이엄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읽게 되는데, 수학적·체계적 투자 방법에 매료됐다.

    이후 버핏은 그레이엄이 가르치던 컬럼비아대에 입학하고,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결국 버핏은 그레이엄이 유일하게 A+를 준 학생이 되기에 이른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그레이엄은 졸업한 버핏을 채용할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버핏이 계속 졸라 같이 일하게 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버핏은 1950~60년대 그레이엄에게 배운 대로 투자했다. 그레이엄은 매우 저평가된 기업을 사는 것을 즐겼다. 그의 ‘청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을 사는 전략’은 지난달 이미 소개했으므로 생략하겠다.

    低PER, 低PBR 전략

    그레이엄은 또 순이익과 순자산 대비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현명한 투자자’들에게 “PER가 15 이하이고 PBR가 1.5 이하인 기업을 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서 PER와 PBR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PER는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순이익 대비 기업의 가격(시가총액)이 얼마나 저평가 또는 고평가돼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39조 원 정도인데, 시가총액은 444조 원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PER는 444÷39 = 11.4 정도다. 11.4는 높을까 아니면 낮을까.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444조 원을 투입해서 삼성전자를 사면 39조 원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는 39÷444 = 8.8% 정도의 수익률이다. 요즘 예금 수익률이 2%도 안 나오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2.7% 정도밖에 안 되는 걸 보면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그레이엄은 PER가 15 미만이면 주식 수익률 6.67% 정도가 보장되니까 그런 주식만 사라고 했다. 참고로 한국 시장의 평균 PER는 현재 11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PER는 11.4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ER는 127이고, 포스코는 4도 안 된다. 왜 이런 것일까.

    조금 전에 우리는 ‘기업의 순이익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건 당연히 틀린 가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투자자들이 현재 순이익은 낮은 편이지만 미래에 순이익이 많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4000억 원 정도 버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50조 원(이익의 127배 수준)이나 되는 것이다. 반대로 포스코의 경우 순이익은 높지만, 성장에 대한 기대가 적어 6조 원 이상을 버는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24조 원밖에 안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PER가 높은 기업’은 순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기업. ‘PER가 낮은 기업’은 순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레이엄은 대부분 큰 기대는 현실이 되지 못하고, 결국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PER가 높은 주식의 가격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기대치가 별로 없는 PER가 낮은 기업의 주식을 선호했다.

    PBR는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총자산이 417조 원 정도인데, 이 중 부채는 114조 원 정도라 순자산은 303조 원 정도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PBR는 444÷303 = 1.48이다.

    기업별 PBR는 천차만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BR는 10이 넘고, 현대차의 PBR는 0.5에 불과하다. 이유는 PER와 같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자들은 순자산은 현재 적지만 조만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해 자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정확히 반대다.

    요약하자면 ‘PBR가 높은 기업’은 순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기업, ‘PBR가 낮은 기업’은 순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기업이다. 당연히 그레이엄은 PBR가 낮은 기업을 높은 기업보다 더 선호했다.

    버핏은 1950~60년대 스승에게 배운 ‘저PER, 저PBR 주식(청산가치보다 낮은 주식)’을 많이 사 30대에 엄청나게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이런 주식에 더 투자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당시 미국 주식의 시가총액이 올라 터무니없이 싼 주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저평가된 기업은 주로 소형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버핏은 너무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바람에 돈을 상당히 많이 벌었고, 더는 소형주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후 버핏은 파트너인 찰리 멍거의 도움을 받아 많이 저평가된 기업보다는 ‘우량주’를 사는 데 집중하게 됐다. 우량주란 ‘수십 년 동안 지속해서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대형 우량주일 경우 상당히 큰 금액을 장기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기업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분석해야 할 정보가 많다.

    2004년 버핏 투자 종목, 1~3년 만에 5배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레이엄의 간단한 전략을 버리고 난이도가 높은 우량주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버핏은 현재 애플,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하인츠 등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다.

    버핏의 자서전 ‘스노볼’에는 버핏이 2004년 우연히 한국 상장기업이 실린 매뉴얼을 받고 매우 흥분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의 PER와 PBR가 매우 낮아서 저평가된 기업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회계를 공부하고, 한국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분석해서 “PER가 2~3 정도 되고, 부채가 거의 없는” 기업 20여 개를 찾아냈다. 그는 “대한제분이라는 회사는 PER가 2밖에 안 되고, 시가총액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보다도 적더라”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20개를 산 이유는 “일부 기업들의 경영진이 도둑놈들일 수도 있어서”라고 밝혔다.

    그리고 개인 자산의 거의 전부인 약 1억 달러를 그 기업들에 투자했다.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지만 자산 대부분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고, 연봉이 10만 달러에 불과하다. 1억 달러는 그가 가용할 수 있는 전 재산이었다.

    2004년 4만 원 정도에 거래되던 대한제분은 2년 만에 22만 원으로 치솟았으며, 버핏이 산 초저평가 주식들은 2005~2007년 재평가를 받아 대부분 5배가량 상승했다. 버핏은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핏대로 했다면 14년 만에 원금 22배

    이 스토리를 보고 ‘버핏 할아버지는 참 운이 좋아! 내가 한국 기업이 이렇게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았다면…’ 하고 아쉬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2005~2007년 재평가 후에도 ‘저PER/저PBR 전략’이 먹혔을까. 가설에 따라 백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렇게 하면 PER와 PBR가 동시에 낮은 기업을 보유할 수 있다. 또한 부채비율 100%를 도입해 부채가 거의 없는 기업에만 투자하게 된다. 부채비율이란 부채를 순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100% 미만인 기업은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만약 이런 기업에만 투자했다면 최근 14년간 복리 24.7%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PER/저PBR 주식에만 꾸준히 투자했으면 14년 만에 원금을 22배 정도 불릴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복리 24.7%란 예금처럼 매년 24.7%를 안전하게 벌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2008년에는 금융위기 때문에 큰 손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3월부터 11월까지 손실이 자그만치 43%로 증가했으며, 2008년 10월 한 달 사이 저PER/저PBR 주식들은 26%나 빠졌다. 다행히 금융위기 극복 후 다시 상승해서 2009년 4월 최고점에 다시 도달했다.

    이러한 큰 낙폭은 계속 나온다. 최근에도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저PER/저PBR 주식은 44% 빠졌다. 이런 때일수록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식들은 코로나 후 유동성이 공급된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다시 157% 상승했다.(물론 그 후 다시 16% 빠졌다.)

    버핏의 저PER/PBR 전략 백테스트에 따른 연별 수익률은 표와 같다. 대부분의 해에 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22년 2월 22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 버핏의 저PER/PBR 전략에 따른 20개의 종목을 제시한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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