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入社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3-10-18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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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실업 100만 시대, 취업, 곧 입사는 전쟁이다. 대학 입시보다도 더 힘들다는 대기업 입사시험엔 재수와 삼수가 다반사다. 면접관들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1년쯤 뒤 “신입사원들 별로던데” “뭘 보고 뽑은 거야?”라는 말이 나올까 두렵다. 그래서 구직자들의 허장성세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입사 과정은 뽑는 사람과 뽑히는 사람 사이의 고도의 정치 게임이다.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다룬 인기 만화 ‘미생’

    구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사 의지’다. 그 회사에 반드시 입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관들은 공통적으로 ‘왜 면접에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입사 의지가 없어 보이는 면접자를 볼 때’가 가장 당혹스러웠다고 답했다. 반면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꼭 입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히는 지원자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입사 의지’ vs ‘권력 의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 전문가들이 출마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보자에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권력 의지’다. 대선 주자급도 매한가지다. 정치권 책사들은 ‘이 대선 주자는 권력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손을 놓아버린다.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입사가 이미 전쟁이 된 상황에서, 최종 승리인 합격에 이르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도전 욕구도 점차 옅어지기 마련이다. 강한 권력 의지, 아니 입사 의지가 필요한 까닭이다.

    올해 삼성그룹 채용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20만 명에 달한다. 글로벌 1등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무장한 이들 청년 예비군단, 정말 든든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린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입사 의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입사 동기다. 그 회사에 취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그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선거 전문가들이 출마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보자에게 하는 또 다른 질문은 이것이다. ‘왜 출마하려고 합니까?’ 3분에 걸쳐 대답하라고 하면, 명쾌하게 설명해내는 후보자가 그리 많지 않다. 연이어 묻는 사항은 이것이다. ‘유권자가 당신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후보자들이 길바닥에 널려 있는 선거판에서 자신만의 치명적 매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명확한 입사 동기를 분명히 하지 않고 지원한다. 일단 실업 상태를 면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묻지마 지원’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십 곳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아무 곳에나 합격하면 일단 다니면서 정말 원하는 곳에 다시 지원하려는 반수생도 흔하다. 안전을 희구하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는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

    7월, 부산상공회의소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최근 3년간 고용 실적이 있는 부산지역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인데, 1년 이내 퇴사하는 비율이 무려 35.2%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조사한 전국 평균 신입사원 조기 퇴사 비율도 19.9%에 달한다. 힘겹게 입사했지만 허무하게 그만두고 마는 것이다.

    이런 조기 퇴사의 결정적 원인이 바로 입사 동기 결여다. 왜 그 회사에 입사하려고 했는지, 입사 후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합격해 다녀보지만 유체이탈, 허송세월을 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으로 옮기거나 다시 취업시장으로 나가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입사 동기를 분명하게 하고, 그것에 합당한 기업군을 찾아서 집중 지원하는 편이 ‘묻지마 지원’보다 생산적이다. 물론, 입사 가능성도 훨씬 더 높다.

    나를 파는 과정

    입사 동기와 관련해서는, 무엇을 팔 것인지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판다’는 말이 조금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입사는 곧 취업 시장에 나가 ‘나를 파는’ 과정이다. 그래서 판매 소구점, 곧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명확할수록 유리하다. 기업 앞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양질의 상품, 포장이 잘된 상품이 많다. 무엇으로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

    취업을 대충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무엇을 팔아야 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차별화된 강점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다보니, 자기소개서를 적당히 베껴서 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나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살아온 과정을 되짚어보면 틀림없이 보인다. 회피하지 말고 내 속의 나와 마주 앉아, 정말 내가 누군지 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출마한 후보자를 ‘물건’으로 만들어갈 때 선거 전문가들이 전략기획 초반기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이 가진 강점이 무엇일까’ ‘유권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 또는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분석도 하고 FGI(Focus Group Interview·집단심층면접)를 하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스스로 나만의 강점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족과 친지, 친구를 대상으로 약식 FGI를 실시해볼 것을 추천한다.

    나의 강점을 명확하게 인지한 뒤에는 그것을 잘 ‘포장’해야 한다. 이때 이 말을 유념하기 바란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좋은 콘텐츠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갖는다. 표현이 어눌하더라도 돌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감동 실화가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하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경험이 없다면 포장이라도 잘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자기소개서부터 잘 써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월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5%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가장 공을 들인다”고 답했다.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 통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종면접 때까지 따라다닌다.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지원자가 활용하는 고전적인 형식은 성장과정, 학업과정, 사회생활, 취미생활, 인생관, 성격, 지원 동기를 담는 것이다. 써야 할 항목을 지정해 채용공고에 공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 최우선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나만의 셀링 포인트’다. 항목을 지정한 경우엔 최대한 이 형식을 따르면서도 셀링 포인트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구직자가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여도, 정작 채용 담당자들이 이를 읽는 시간은 사람당 15초 내외라고 한다.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 등 입사 서류 작성에 들이는 공에 비하면 무성의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천 명, 수만 명의 입사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그들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눈에 ‘걸릴’ 만한 내용이 있어야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초에 다 걸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구직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15초에 다 걸기를 해야 한다. 15초짜리 텔레비전 광고를 만든다고 생각하라. 방송이든 채용이든 시간이 비용이다. 기업들은 텔레비전 광고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셀링 포인트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당연히 군더더기는 최대한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것만 짧고 굵게 알리고 끝낸다. 구직자도 그래야만 한다.

    선거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캐치프레이즈’ 또는 ‘슬로건’을 정하는 일이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다. 후보자의 가장 큰 강점을 알리는 것이 이 슬로건이라고 전제할 때, 구직자는 입사 전쟁에서 어떤 슬로건을 내걸어야 할까.

    그 중요하다는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종이 한 장에 한번 써보기 바란다. 맨 위에 슬로건 한 줄, 그다음에 그 슬로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나만의 강점 세 가지, 그리고 각각의 강점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사례 세 가지씩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것을 뼈대로 자기소개서도 쓰고 면접에도 임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선거전에 돌입하면 후보자도 그렇고 참모도 그렇고 자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초심을 잃곤 하는데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 붕괴되기도 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현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지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중간에 바꾸면 자멸한다

    바로 이런 때 저지르는 실수가 슬로건을 중간에 바꾸거나 공약을 번복하는 것이다. 더 잘해보려고 하는 행동이겠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선거 도중 무엇이건 바꾸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은 설익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한참 엇나가다가 초심 운운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고도 하지만 이미 실기한 경우도 많다.

    입사 전쟁에서도 초기에 공을 들여 셀링 포인트를 정하고 슬로건을 정하고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초지일관 그것으로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한번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나면 마음이 약해지고, 내용을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 테지만,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기업의 선발 기준과 경향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공고를 내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선발 기준을 정하게 마련이다. 이때 실력이나 인성 같은 보편적인 기준도 당연히 포함시키지만, 그 시즌에 집중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기준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변화도 종종 보이곤 하는데, 입사 지원자들은 이 점도 고려해서 셀링 포인트를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때의 조정은 전면 조정은 아니다. 내가 가진 강점 가운데 무엇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강조할 것인지를 조정하라는 의미다. 일종의 전술적 조정에 해당한다. 가끔 이 전술적 조정을 과도하게 실행한 나머지 전략적 기조가 흔들리기도 하는데, 절대로 피할 일이다. 내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면접에서 당혹스러워지지 않으려면 그리 해야 한다.

    선거에서도 사회적 트렌드 변화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는 ‘힐링’을 원하는데 싸우자고 덤비기만 하면 표를 얻지 못한다. 유권자는 ‘경제 성장’을 원하는데 ‘소득 분배’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가 유행을 타면 ‘나도 스마트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SNS 소통이 대세가 되면 ‘나도 SNS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나를 ‘살’ 사람들의 입맛 변화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어차피 저들의 입맛을 고려해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과포’라는 불편한 진실

    서류전형과 관련해, 공공기관에 입사하려는 경우에는 직무수행계획서도 작성해야 한다. 아직 입사도 안 했는데 입사 후에 할 일까지 적어서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신의 직장’에 취업하길 원하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정부는 당초엔 고위직에 한정해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입 하위직까지 모두 작성하도록 제도화한 상태다. 공공기관 입사서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직무수행계획서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또 어떻게 남과 차별화할 것인가?

    자기소개서와 마찬가지로 직무수행계획서도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이 이미 써먹은 직무수행계획서를 베끼는 식으로는 채용 담당자의 15초 감별에서 간택받기 어렵다. 이 경우에도 업무와 관련한 나만의 강점을 강조해야 호소력을 지닐 수 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내가 입사 후 담당할 ‘업무’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기관에 관한 연구를 전제로 한다.

    여기엔 당연히 노고가 필요하다. 해당 기관의 해당 부서에 친지가 있거나 연줄이 닿는다면 좀 수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를 뒤지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업무 관련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집한 자료로는 누구나 만드는 직무수행계획서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만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쓰려면 자기소개서에서 강조한 내 강점과 그동안의 경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과거 다니던 직장에서 회계 업무를 수행했다면 재무관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재무관리 방식과 관련한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다. 주어진 일을 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업무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부각돼 보일 것이다.

    서류전형에서는 불가피하게 자기 포장 기술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일단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포장 기술을 어느 정도 부릴 것인지는 고민 사항이다. 과도하게 포장했다가는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 허위사실 기재로 탈락의 쓴맛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취업포털 사람인에이치알이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위 기재는 주로 자기소개서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처리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탈락’이 26.9%, ‘다른 능력, 조건에 따라 유보’가 23.5%, ‘거짓말 수위에 따라 유보’가 20.2%, ‘채용평가 등에서 감점 처리’가 19.3%, ‘그냥 넘어감’이 6.7%로 나타났다.

    이것은 허위 기재를 발견했더라도 인사 담당자들이 무조건 탈락시키는 데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군가의 운명을 재단하는 데에는 누구나 부담을 느낀다. 다시 말해 취업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소소한 과대포장은 비교적 관대하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선거전에서도 과대포장은 거의 상시적이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따위는 물론, 실제 역량 이상으로 부풀려 미화하는 일은 오히려 권장사항이기도 하다. 당선이라는 목표 달성에 합목적적이라면 무엇이건 용인하는 선거 논리로만 입사에 임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합격이라는 목표 달성에 합목적적이라면 많은 부분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집안 배경, 적잖게 작용

    입사와 관련한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집안 배경이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도 명망가 집안이나 엘리트 집안 출신이 평범한 집안 출신보다 공천을 받거나 진로를 개척하는 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배경을 뛰어넘을 만한 특출한 개인적 자질이나 업적이 없는 한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있는 집안의 자녀’가 입사에서도 유리한 것이 우리 사회의 여전한 현실이다. 과거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기업 입사에서도 낙하산이 다반사였다. 요즘엔 특히 공채와 관련해선 노골적인 인사 청탁이 먹혀들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지원서류에 가족관계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고 부모 배경을 변수로 고려한다.

    기업으로서는 권력을 가진 쪽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나름대로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계층화가 심해지고 기회균등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사회적으로도 곤란하지만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는 있다. 요즘에는 정규직 채용 이전 인턴 채용이 일반적인데, 사실 이때도 연줄 채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과 실제 모습 너무 다르면…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입사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

    구직자가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은 면접이다. 특히 최종면접에 임할 때의 두근거림은 상상을 초월한다. 면접에서도 포장 기술은 중요하다. 먼저 인물 포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포장 방법은 물론 외모 가꾸기와 의상 연출이다. 외모 가꾸기는 사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여의치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입사원서의 사진과 면접 당일 모습의 괴리가 너무 크면 면접관이 황당해한다. 이는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 문제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입사원서에 붙이는 사진부터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의 경우 해당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이미지 콘셉트를 정하고 나면 그것에 합치하는 메이크업과 의상을 갖춰 입고 사진을 새로 찍는다. 입사서류에 붙이는 사진도 대충 찍어서 붙여선 안 된다. 조금 신경을 써서 특히 면접에 들어갈 때의 이미지 콘셉트를 상정해 그것에 최대한 맞게 메이크업과 의상을 갖춰 입은 상태에서 새로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사진 따로, 실제 인물 따로’라는 어이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면접에서 사실상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원자는 포장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지원자가 면접용 성형을 고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성형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부 관리와 간단한 주사시술 정도는 이제 흔한 일이다. 포장 단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할 것으로 보인다.

    면접장에선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인사 담당자의 37.2%는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지원자’를 가장 좋게 평가한다고 했다. 또 64.1%는 ‘먼저 답변을 하거나 발표를 자청하는 지원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정치는 말이다

    정치는 말이다. 입사 정치에서도 말이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능력은 입사 이후의 성공을 보증한다. 회사 내에서도 소통을 잘한다는 의미이고 회사 밖에서도 특히 갑을 설득해 사업을 따오는 일도 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요령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과 동일하다. 슬로건, 즉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설명하는 방식이다. 면접관에게 15초짜리 영상광고를 틀어주는 기분으로 나만의 강점, 그 셀링 포인트를 전달하라는 이야기다. 입사전쟁의 백미인 최종면접 관문에서 구직자는 말이라는 창으로 면접관의 방패를 뚫어내야만 한다. 실패하면 또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

    채용 담당자들도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서류전형을 할 때는 지옥을 경험한다. 산더미 같은 입사서류를 소수의 인원이 주어진 시간 내에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 부서 직원들은 채용 시즌이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될 것이다. 채용 방식,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말이 나오는 데에는 무엇보다 이들의 고충이 작용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본다.

    채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포장 거품을 걷어내는 데 있을 것이다. 유권자가 후보자들을 평가하듯이 지원자들의 역량과 약속을 냉정하게 평가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을 떨쳐내기 어렵다. 막판에는 어느 정도 기준을 넘어서면 아무나 뽑아버리자는 자포자기 심정까지 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도 채용공고를 내기에 앞서 채용 동기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확한 채용 동기를 기반으로 채용 기준과 방향을 설정하고 그 초심을 끝까지 지켜나간다면 필요한 인력을 뽑을 수 있다. 해당 인력이 조기 퇴직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채용 동기를 분명하게 설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관례적으로 채용공고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는 채용 담당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채용 동기를 나름대로 설정했더라도 그것을 경영진과 면접관들, 채용 담당자들이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대충 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이 집으로 배달된 후보자 홍보물도 안 보고 투표소에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 무조건 ‘기호 몇 번이냐’만 보고 찍는다. 같은 이유로 면접관들도 별 고민 없이 학벌 좋고 스펙 좋은 사람을 우선 뽑고 본다.

    “10명 중 8명 잘못 뽑은 듯”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의 심정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해야 한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그 여파는 길게 간다. 잘 뽑은 직원 하나가 회사를 살릴 수도 있다. 결국, 혁신도 성장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재를 확보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나서 1년쯤 지켜보면 10명 중 8명은 잘못 뽑은 것 같아요. 이런 실수를 채용할 때마다 반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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