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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入社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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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인상적으로

하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경험이 없다면 포장이라도 잘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자기소개서부터 잘 써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월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5%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가장 공을 들인다”고 답했다.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 통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종면접 때까지 따라다닌다.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지원자가 활용하는 고전적인 형식은 성장과정, 학업과정, 사회생활, 취미생활, 인생관, 성격, 지원 동기를 담는 것이다. 써야 할 항목을 지정해 채용공고에 공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 최우선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나만의 셀링 포인트’다. 항목을 지정한 경우엔 최대한 이 형식을 따르면서도 셀링 포인트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구직자가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여도, 정작 채용 담당자들이 이를 읽는 시간은 사람당 15초 내외라고 한다.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 등 입사 서류 작성에 들이는 공에 비하면 무성의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천 명, 수만 명의 입사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그들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눈에 ‘걸릴’ 만한 내용이 있어야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초에 다 걸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구직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15초에 다 걸기를 해야 한다. 15초짜리 텔레비전 광고를 만든다고 생각하라. 방송이든 채용이든 시간이 비용이다. 기업들은 텔레비전 광고에서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셀링 포인트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당연히 군더더기는 최대한 생략하고 가장 중요한 것만 짧고 굵게 알리고 끝낸다. 구직자도 그래야만 한다.

선거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캐치프레이즈’ 또는 ‘슬로건’을 정하는 일이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다. 후보자의 가장 큰 강점을 알리는 것이 이 슬로건이라고 전제할 때, 구직자는 입사 전쟁에서 어떤 슬로건을 내걸어야 할까.

그 중요하다는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종이 한 장에 한번 써보기 바란다. 맨 위에 슬로건 한 줄, 그다음에 그 슬로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나만의 강점 세 가지, 그리고 각각의 강점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사례 세 가지씩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것을 뼈대로 자기소개서도 쓰고 면접에도 임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선거전에 돌입하면 후보자도 그렇고 참모도 그렇고 자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초심을 잃곤 하는데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 붕괴되기도 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현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지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중간에 바꾸면 자멸한다

바로 이런 때 저지르는 실수가 슬로건을 중간에 바꾸거나 공약을 번복하는 것이다. 더 잘해보려고 하는 행동이겠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선거 도중 무엇이건 바꾸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은 설익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한참 엇나가다가 초심 운운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고도 하지만 이미 실기한 경우도 많다.

입사 전쟁에서도 초기에 공을 들여 셀링 포인트를 정하고 슬로건을 정하고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초지일관 그것으로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한번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나면 마음이 약해지고, 내용을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 테지만,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기업의 선발 기준과 경향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공고를 내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선발 기준을 정하게 마련이다. 이때 실력이나 인성 같은 보편적인 기준도 당연히 포함시키지만, 그 시즌에 집중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기준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변화도 종종 보이곤 하는데, 입사 지원자들은 이 점도 고려해서 셀링 포인트를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때의 조정은 전면 조정은 아니다. 내가 가진 강점 가운데 무엇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강조할 것인지를 조정하라는 의미다. 일종의 전술적 조정에 해당한다. 가끔 이 전술적 조정을 과도하게 실행한 나머지 전략적 기조가 흔들리기도 하는데, 절대로 피할 일이다. 내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면접에서 당혹스러워지지 않으려면 그리 해야 한다.

선거에서도 사회적 트렌드 변화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는 ‘힐링’을 원하는데 싸우자고 덤비기만 하면 표를 얻지 못한다. 유권자는 ‘경제 성장’을 원하는데 ‘소득 분배’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가 유행을 타면 ‘나도 스마트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SNS 소통이 대세가 되면 ‘나도 SNS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나를 ‘살’ 사람들의 입맛 변화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어차피 저들의 입맛을 고려해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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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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