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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효시이자 성공 모델

섬세하고 친절한 ‘빅브라운’ ups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택배사 효시이자 성공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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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물류운송업체 UPS는 인간적인 서비스를 강조하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직원과 고객의 편의를 도모한다. 이미 100년 전부터 직원 오너십이 뿌리내린 UPS는 기업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을 실천으로 보여준다.
택배사 효시이자 성공 모델

세계 최대 운송업체 ups 택배차량

유치원 아이들이 ‘택배놀이’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엄마 아빠가 집 안 어디서 무얼 하든 상관 않고 등에 바짝 붙어서 “딩동” 소리를 낸 다음 “택배 왔습니다”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장난감에서부터 그림, 옷가지까지 눈에 띄는 대로 집어다 나른다. 갖고 싶은 장난감, 읽고 싶은 책, 때로는 먹고 싶은 것까지 ‘택배아저씨’(간혹 아줌마)가 가져다주니 아이들 눈엔 그들이 더없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격 경쟁에 내몰린 업체들이 수수료를 계속 낮춤에 따라 택배기사들은 수입이 줄지 않게 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물품 집하 및 배송만 하는 게 아니라 영업소에서 직접 물품을 분류해 차에 싣고 종일 운전하면서 배송날짜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아이들이 그리는 산타클로스 같은 여유로운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열악한 처우 탓에 고급인력이 외면하다보니 상당수의 신용불량자가 택배업계로 유입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을 요하지 않으니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점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패자부활전의 장이 되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투자하기보다 택배기사들의 발품에만 기대어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는 업계 경향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관련 업계는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주기적으로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며 “차별화한 서비스 덕분에 택배 운임을 인상해도 이탈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국내 택배산업 발전 방향을 이야기할 때 자주 본보기로 드는 업체가 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UPS)다. 세계 최대 물류운송업체인 UPS는 2011년 연매출 531억 달러(약 57조 원)를 기록했다. 3조5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택배 시장 전체의 16배가 넘는 규모다. 세계 220개 나라에서 직원 40여만 명이 연평균 40억 개의 물품을 처리하는 이 회사는 ‘최초의 사랑받는 기업’ ‘블루칼라가 꿈꾸는 평생직장’ 등으로 불린다.



UPS는 지난 2월, 25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기록한 직원이 모두 6486명이라고 밝혔다. 올 초 1283명이 새로 추가된 결과다. 그중 364명은 35년 이상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며, 40년 이상인 직원도 40명이나 된다. 50년 동안 사고 없이 물품 500만 개를 배송한 택배차량 운전사 톰 캠프는 “UPS의 안전교육은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정말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 직장에서 40, 50년. 그것도 노동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택배업계에서 그런 장기 근무가 가능하다는 건 UPS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UPS엔 정해진 퇴직 연령이 없다. 채용 공고가 나면 늘 지원자가 몰리고, 70대는 물론 80대 운전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던 일을 계속한다. 1968년부터 영업소와 영업소를 오가는 간선차량(feeder)을 운전해온 한 직원은 11월 5일 입사 45주년을 앞두고 “여느 날처럼 아침에 출근해 늘 하던 일 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으로 자축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거대 기업의 세심 서비스

택배사 효시이자 성공 모델
2011년 말 기준 UPS의 직원은 39만8300명. 경영 및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7만1000명을 제외한 32만7000명은 시급을 받는 현장 근로자다. 전 세계를 거점으로 쉼 없이 화물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그중 상당수가 파트타이머다. 그러나 UPS 정규직원 대부분이 파트타이머 출신이며, UPS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파트타이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UPS는 “차량기사 6명 중 5명이 훈련된 파트타이머인 덕분에 사고 발생 위험이 낮다”고 말한다. UPS 차량운전자의 경우 시간당 30달러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과근무수당 등을 포함하면 연 소득이 8만∼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직원 수가 이렇게 많으면서 이 정도로 높은 급여를 주는 기업은 드물다.

덕분에 갈색 유니폼에서 유래한 ‘빅브라운’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UPS 직원들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UPS를 자주 이용하는 미국의 한 경제전문 저널리스트는 “도착 시간이 정확하고, 내가 찾기 편리하고 안전한 곳에 물건을 가져다주며, 나를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세심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UPS 창업자인 짐 케이시는 이미 100년 전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직원들을 잘 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07년 친구와 함께 미국 시애틀에 ‘아메리칸 메신저’를 설립했을 때 그의 나이 19세였다. 대부분의 가정에 전화기나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라 이웃에 소식을 전하거나 물건 전달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전령 혹은 배달사환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자전거 2대와 전화기 1대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10년도 안 되어 자동차 4대와 오토바이 5대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11세 때부터 생계를 위해 배달사환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그는 고객들이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공손하고 신속한 서비스. 그래서 그는 자전거 6대로만 영업할 때도 사환들에게 똑같은 모자를 맞춰 쓰도록 했다. 지금의 갈색 유니폼은 1919년 회사 이름을 UPS로 바꾼 다음부터 입기 시작했다. 더러움이 잘 타지 않고 겸손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갈색 제복을 통해 모든 직원이 군인이나 간호사처럼 고객의 신뢰를 얻기 바랐다.

또한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신속하게 고객의 요구를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고객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다. 사무실에 대기하는 직원이 없으면 절대 ‘지금 당장(right now)’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로 고객을 붙잡아놓고 실망감을 주는 대신 정직하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고객이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한 건 공손함이다. 그러나 강요된 공손함과 저절로 우러나오는 공손함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 점을 잘 아는 그는 초창기 자신이 익히 알고 있거나,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소개받아 품성을 믿을 수 있는 청년들만 채용했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니 부려먹기보다 다 같이 잘사는 방향으로 사업을 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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