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사바나

86세대는 텃밭, 청년은 험지…국회에서 2030 ‘멸종’될 판

낙동강 오리알 총선 청년 영입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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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주간동아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3-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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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명 넘는 예비후보 중 2030은 36명뿐

    • 청년은 일단 수도권 아니면 험지行

    • 50대 신인이 30대 ‘정치 꿈나무’보다 유리

    • 국회에서 ‘청년 멸종’ 먼일 아냐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2016년 20대 국회의원총선거 때부터 청년은 정치권의 화두였다. 40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지만, 이들을 대변할 또래 정치인은 드물었다. 30대 국회의원이 가장 많았던 19대 국회도 총 9명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는 승승장구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년 문제를 입에 올렸고, 각 정당은 청년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청년들은 국회 입성이라는 최후의 전투에서 완전히 패배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청년들이 받아 든 결과는 참담했다. 지역구에서 1명, 비례대표에서 2명의 40세 미만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점입가경이라고나 할까. 21대 총선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30세대는 아예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 공천을 받기는커녕 예비후보자로 나선 사람 중 40세 미만 청년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40대를 포함해도 그 비율은 15%에 미달한다. 각 당이 발표하는 공천 결과를 보면, 역대 총선 중 청년 후보가 가장 적은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00명 넘는 예비후보 중 2030은 36명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예비후보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예비후보자 2488명 중 20대 21명, 30대 89명이다(3월 10일 기준). 전체 예비후보자 중 20~30대 연령의 후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4.4%. 20대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약간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당시 당선자 300명 중 40세 미만 당선자는 총 3명, 비율로 따지면 딱 1%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자 중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세 곳만 추리면 2030세대 후보자 비율은 크게 줄어든다. 3당의 예비후보는 총 1195명. 이 중 40세 미만의 후보자는 36명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하다. 미래통합당의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지역구 예비후보자를 내지 않아 예비후보자 집계에서 제외했다. 국민의당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다. 

    2030 예비후보자 비율이 4.4%인데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40대 미만 예비후보자가 전체의 3%에 그치는 것은 거대 정당보다 더 많은 예비후보를 배출한 신생 정당이 있어서다. 허경영 씨가 창당한 국가혁명배당금당이 1017명의 예비후보자를 등록했다. 예비후보자는 소속 정당이 있다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고, 한 정당에서 여러 명이 나설 수도 있다. 꼭 예비후보자로 등록해야만 선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보자 등록기간 전까지 예비후보자 자격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출마자는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일찍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험지는 청년, 옥답은 86세대

    천하람, 김재섭 후보와 함께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조성은 전 브랜드뉴파티 대표. [홍태식 객원기자]

    천하람, 김재섭 후보와 함께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조성은 전 브랜드뉴파티 대표. [홍태식 객원기자]

    국가혁명당을 빼고 예비후보자가 가장 많은 곳은 미래통합당이다. 총 65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여당인 민주당이 뒤를 이었다. 예비후보자로 467명이 등록했다. 정의당은 72명의 예비후보자가 총선 예선전에 나섰다. 민주당의 20~30대 예비후보자는 총 11명으로 전체 예비후보자 중 2030 비율이 2%로 가장 낮았다. 미래통합당의 해당 연령대 예비후보자는 17명, 전제 후보자 중 비율은 2.5%로 민주당에 비해 소폭 높았다. 정의당은 청년 후보자의 수가 9명으로 가장 적었으나 예비후보자 중 청년층의 비율은 36%로 가장 높았다. 

    청년 예비후보자는 이렇듯 적지만 정당마다 특별히 2030 후보자가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 있다. 민주당은 경기 지역에서 청년 후보자가 4명으로 가장 많다. 이 지역에 나선 민주당 예비후보자가 총 124명이니, 3%가량이 청년이다. 미래통합당은 경기 지역에 도전하겠다는 후보가 147명. 그중 청년 후보는 3명에 그쳤다. 한편 정의당은 경기 지역 16명의 예비후보 중 3명이 2030세대였다.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이 가장 많은 수의 청년 예비후보자를 배출한 지역은 서울이다. 미래통합당의 서울 지역 예비후보자는 총 130명, 이 중 8명(6%)이 20~30대다. 정의당은 13명 중 청년 후보자가 5명(38%)이었다. 정의당은 총 9명의 청년 후보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서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에서도 서울 지역에 청년 후보자가 많았다. 서울에 나선 청년 후보자는 총 3명, 비율은 3.4%다. 수도권으로 합산해도 미래통합당(3.9%)이 민주당(3.3%)에 비해 청년 후보자의 비율이 근소하게 높았다. 

    각 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경상, 전라 지역에서는 청년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광주·전라 지역에 67명의 예비후보자가 있었지만, 이 중 1980년대 출생 후보는 광주의 1명(1.4%)뿐이었다. 나머지 후보들은 대부분 1980년대 대학에 입학한 이들이다. 미래통합당도 대동소이하다. 부산, 울산, 대구, 경상 지역에서 총 251명의 예비후보자를 냈지만 30대 후보는 총 5명(1.9%)이다. 부산과 울산에서는 총 77명의 예비후보자 중 20~30대가 아예 없다. 대구도 54명 중 1명의 후보만 30대다. 

    각 당의 텃밭에 청년 예비후보자가 없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2월 16일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조성은(32) 전 브랜드뉴파티 대표는 “청년들은 당에서 지원을 해주더라도 주요 선거구에 도전하기가 어렵다. 지역 사람들의 눈에 익지 않고 경력이 부족하니, 경선 과정에서 승산을 찾으려면 지역구민에게 공격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 지형도 문제지만 이번 총선에는 코로나19로 청년들의 예비후보 도전이 더 어려워졌다.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청년도 수도권이나 험지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86세대 신인이 30대 ‘정치 꿈나무’보다 유리

    [동아DB]

    [동아DB]

    각 당의 우세 지역이 아니더라도 청년 후보자의 수는 지난 선거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20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는 총 934명, 이 중 2030세대는 70명으로 전체의 약 7%. 19대 총선에서는 902명의 후보자 중 약 3%(33명)의 후보가 이 연령대였다. 두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103명의 젊은 후보가 나왔지만, 국회에 입성한 사람은 이 중 4명에 불과했다. 이 결과로 미뤄보면 21대 국회에는 청년을 위한 자리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청년을 우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우세한 지역구에 공천을 해준다는 등의 직접적 지원을 하는 건 아니다. 경선 과정에서 득표율 가산점을 준다고는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나이에 따라 10~25% 득표율 우대를 받는데, 정치 신인 가산점이 득표율의 25%다. 50대 나이로 청와대나 공직에서 일한 사람이 처음 정치에 도전하면, 청년보다 더 높은 가산점을 받을 확률이 높다. 결국 청년은 경선 경쟁이 덜한 지역구에 도전해 ‘의미 있는 패배’ 정도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보다 가산점이 더 낮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청년 후보 경선 가산점은 10~20%다. 대신 중장년 정치 신인 가산점도 7%로 비교적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전장을 내는 청년도 크게 줄었다. 민주당이 2월 28일 공개한 지역구 공천 신청자 486명 가운데 30대 청년은 10명(2%)이다. 첫 공모에는 8명에 불과했지만, 추가 공모로 그 수가 약간 늘었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신청자가 비교적 많았다. 813명 중 49명으로 전체의 5% 정도였다. 

    예비후보자 중 청년 후보자가 이렇듯 적은 상황에서 경선을 통해 지역구 후보자가 되는 청년은 손에 꼽을 숫자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민주당은 3월 5일 청년 우선 공천 지역구를 발표했다. 2018년 3월 미투 의혹이 불거진 민병두 의원을 공천 배제한 동대문구을과 서울 강남구병, 경기 안산 단원을 세 곳이다. 안산 단원을에는 조국백서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 김남국(37) 변호사가 출마한다. 강남병에는 청년이라고 할 수 없는 45세의 김한규 김앤장 변호사가 청년 우선 공천 명목으로 3월 11일 전략공천을 받았다. 여기에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였던 의정부갑 지역구에서는 소방관 출신의 영입 인재 오영환(31) 후보가 나선다. 

    3월 11일 현재 전략공천이 아니라 지역구 경선을 통과한 2030 민주당 후보는 대전 동구의 장철민(38) 후보 1명뿐이다. 3월 11일 현재 민주당에서는 지역구 총 4곳의 청년 후보 자리가 확정된 셈이다.

    국회에서 ‘청년 멸종’ 먼일 아냐

    의정부갑을 제외하면 이들 지역 대부분은 민주당 청년 후보의 당선이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구병은 단 한 번도 좌파 정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그야말로 험지. 안산 단원을과 서울 동대문구을, 대전 동구도 민주당의 승리를 쉽게 점칠 수 없다. 단원을은 17대 총선부터 양당의 후보가 번갈아 당선됐다. 

    동대문구을은 민병두 의원이 19대와 20대 연이어 당선된 지역구라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원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텃밭이었다. 홍 전 대표는 16대 재보궐 선거부터 18대 총선까지 동대문구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미래통합당은 3월 11일 현재 확정된 2030후보가 총 8명이다. 이 중 경기 파주갑과 충북 청주 청원 지역구에 출마하는 신보라(37), 김수민(33) 의원은 현역. 각각 서울 송파을과 노원갑에 도전하는 배현진(36), 이준석(34) 후보는 이미 잘 알려진 정치권 인사다. 이들을 제외하면 새로운 인물은 서울 광진갑에 출마하는 김병민(37) 후보, 도봉갑의 김재섭(32) 후보, 경기 김포갑 박진호(30), 전남 순천의 천하람(34) 후보 등 4명, 이들이 나선 지역구는 전부 역대 선거 이력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한 곳이다. 

    청년들은 기성 정치권의 전폭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청년당과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청년 문제에서 정치가 청년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됐다”며 청년 공천 비율 대폭 증가와 비례대표·전략 공천 지역에 2030세대 30% 할당을 지도부에 요구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 도전한 장경태 위원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이 비용 지원, 가산점 등 청년에게 다양한 배려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이 본선 이전에 경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력과 조직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도 여성공천할당제 수준의 확실한 우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바나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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