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총선 격전지 | 서울 종로

코로나19 ‘안정적 수습’ 이낙연 vs ‘종로發 정권심판’ 황교안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0-03-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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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 총리들의 ‘빅매치’, 총선·대선 바로미터

    • 앞서가는 李, 역전 꿈꾸는 黃…‘건곤일척’ 승부

    • 안정적 수습 vs 文 책임론…‘코로나 民心’은?

    4·15 총선 전국 지역구 253곳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다. 지금까지 노무현, 이명박, 정세균, 오세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물들이 승부수를 던진 곳. 3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 노무현, 이명박)도 종로에서 금배지를 달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제2공화국 총리 장면, 전 국정원장 이종찬 등이 이곳을 발판 삼아 정치 인생의 꽃을 피웠다. 

    이번 선거에는 전직 국무총리들이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선 국회의원과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고, 미래통합당에선 박근혜 정권 마지막 총리 출신의 황교안 대표가 추격전에 나섰다. 여야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만큼 ‘종로 대전’은 ‘미리 보는 대선’이자 4·15 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됐다. 또한 종로의 민심은 전국 민심으로 인식돼 차기 대선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총리’(2년 7개월 13일)가 주는 안정감과 4선(選) 관록에서 묻어나오는 정무 감각, 온화한 이미지가 강점.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만큼 종로에서 불을 지펴 수도권에서 크게 이긴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탄탄해진다. 이 전 총리는 정부·여당이 지원하는 유력주자라는 점을 활용해 종로의 비전을 제시하며 우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4선 관록 vs 보수 대표

    황 대표는 2019년 2월 정치권에 뛰어든 ‘신인’이지만, 법무부 장관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최단기간에 당권을 접수하면서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에는 대규모 거리 집회를 주도하며 보수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연초에 ‘보수통합’ 승부수를 띄운 것도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는 촘촘한 현장 행보와 종로발(發) 정권심판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각오다. 황 대표 역시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흔들리기 마련. 두 후보가 대망(大望)을 향한 건곤일척(乾坤一擲)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이 위원장이 앞서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빅매치’가 성사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2월 7~8일 종로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8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포인트)에서는 이 위원장 54.7%, 황 대표 34.0% 지지를 받았지만, 리얼미터 조사(2월 19~20일 서울 종로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1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에서는 이 위원장 50.3%, 황 대표는 39.2%로 격차를 줄였다. 그러나 한국리서치 조사(3월 1∼2일 종로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는 다시 이 위원장(49.6%)이 황 대표(27.7%)를 여유 있게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 초반인 데다, 황 대표가 늦게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황 대표에게 초반 선거 판세가 유리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종로와의 추억’을 강조하는 이유

    종로구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만큼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 또한 높은 곳. 서울 잠원동 이웃 주민이던 두 후보 모두 총선을 앞두고 종로로 이사 오면서 ‘종로와의 추억’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가 종로구 연건캠퍼스에 있을 당시 대학을 다녔고, 기자 시절 효자동에서 하숙한 ‘인연’을 강조한다. 총리 퇴임 직후인 1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효자동, 부암동, 평창동, 신문로의 사설 독서실, 삼청동의 큰 독서실에 청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며 종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맞서 경기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황 대표는 학창 시절을 종로에서 보낸 인연을 강조한다. “종로는 고교 시절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청년의 꿈을 키워온 희망의 땅입니다.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제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추억이 배어 있습니다.” 

    개인 승패도 중요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당의 ‘간판’으로 총선을 이끄는 만큼 ‘프레임 전쟁’도 주요 관전 포인트. 이 위원장은 당 선대위원장이자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으로 전국 선거를 지휘하고 코로나19 수습도 지원한다. 황 대표 역시 보수통합을 주도하고 거대 야당을 이끌며 전국 선거를 지휘한다.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는 ‘공중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2월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선거는 개인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닌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권과 미래 세력의 결전”이라고 정권 심판을 천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총선 성적표도 달라질 수 있다.

    ‘방역 봉사’에 담긴 다른 뜻

    당장 통합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이를 정권심판론으로 연결하는 모습이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25일부터 종로에서 소독장비를 메고 방역 봉사활동에 나선 것도, 2월 27일 대구 동산병원과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늘 와서 보니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그런 도시로 바뀌어버렸다. 누가 이렇게 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도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심판론을 꺼내 든 셈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정부 대책과 추경예산을 챙기는 한편, 방역봉사단을 꾸려 구기동 일대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야당의 공세를 막으면서 ‘코로나 해결사’로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과 의지를 알린다는 전략으로 읽히는 대목. 

    한편 서울 종로는 60, 70대 토박이뿐 아니라 대학가의 젊은 유권자도 많아 개표 마지막까지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곳이다. 20대 총선에서도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지만 정작 투표함을 열어보니 오 전 시장 39.7%, 민주당 정세균 후보 52.6%로 큰 차이가 났다. 또한 종로 서·북쪽인 평창동·삼청동·사직동 등은 보수세가, 동·남쪽인 혜화동·창신동·숭인동 등은 진보세가 대체로 우위를 보이지만 최근 종로의 서남쪽 교남동이 뉴타운으로 조성되면서 이곳 표심을 누가 얻느냐도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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