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신세돈 “코로나19발 세계 금융시장 불안, 한국도 위험”

  • 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seshin@sookmyung.ac.kr

    입력2020-03-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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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치료제 없는 감염병에 증시 ‘연쇄 대폭락’

    • 사스·신종플루·메르스, 거시경제 영향 미미

    • 당국 통제에도 중국 증시 하락…이례적 현상

    •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에 대비

    • 정부, 외환보유고 점검, 주가 안정 힘써야

    • 서비스·유통업 등 실물경제 국지 타격 우려도

    세계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맹위 앞에 폭락하고 있다. 3월 13일 코스피 시장에 2001년 9·11테러 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주가 급락에 대응하기 위한 매매 일시 중지 조치)가 발동됐다. 코스피가 장중 한때 전날보다 8% 이상 급락했기 때문이다(-3.43% 마감).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3월 12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3월 16일부터 6개월 동안 코스닥 등 전체 상장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코로나19발(發) 경기 한파도 만만찮다. 아직 신뢰할 만한 종합 통계는 없으나, 소비심리 위축과 공장 가동률 저하 탓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세계 주요 증시 폭락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146개국에서 확진자 15만3648명, 사망자 5746명이 발생했다. 국내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8162명, 75명이다(이상 3월 15일 기준). 코로나19는 발원지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로 확산하고 있다. WHO도 3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국지적 감염병 유행)을 넘어 팬데믹(pandemic·세계적 감염병 유행) 국면에 들어섰다고 인정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20년만 따져도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 국내 확진자·사망자 숫자는 사스(감염 의심 3명·0명)와 메르스(186명·38명)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가 과연 신종플루(약 10만 명·263명)의 피해 규모마저 능가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확산 중인 코로나19발 경제 악재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와 한국의 경제·금융에 끼칠 영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효과적 대응도 긴요하다. 과거 감염병 사례를 통해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사스 의심 사례는 2003년 4월 25일 처음 발생해 같은 해 5월 10일까지 총 3건이 보고됐다. 다만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조사 결과, 3건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실제 국내에서 사스가 발병했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실제 확진자 발생 여부와 별개로 감염병 공포는 민간소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4분기 6.2%이던 민간소비 실질증가율은 1.4%(2003년 1분기), -0.7%(2003년 2분기), -1.1%(2003년3분기)로 떨어졌다(표1 참조). 다만 이는 사스가 아닌 다른 요인 탓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쟁·北核에 묻힌 사스發 경제 악재

    2002년 세계경제에는 외부 악재가 여럿 겹쳤다. 3월 20일 미국·이라크 전쟁, 10월에는 제2차 북핵위기(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인정)가 발생했다. 2002~2003년, 한국에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신용카드 대란’도 있었다. 신용카드 대란은 대대적인 가계신용 축소로 이어졌다. 2003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4.6%포인트 떨어진 3.1%를 기록했으나 이를 사스 탓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 밖에 주요 거시 경제지표도 사스 전후로 유의미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작 발원지 중국(사망자 648명)은 사스와 관계없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간 점도 주목해야 한다(그림1 참조). 


    월별 내수 경기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사스 사태 이전인 2003년 2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했다(표2 참조). 소매 유형별로 살펴보면 백화점과 무점포소매, 슈퍼·잡화점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사스 때문에 소매판매액지수가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메르스 첫 확진자는 2015년 5월 20일 발생했다. 이후 7월 5일까지 47일 동안 확진자 186명, 사망자는 38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거시경제지표를 살펴보자. 2015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낮아진 2.0%를 기록했으나 바로 다음 3분기 3.3%로 반등했다(표3 참조). 메르스로 인한 거시경제 성장률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민간소비 지수는 2015년 2분기 1.8%에서 다음 분기 2.0%, 그리고 다시 3.4%로 꾸준히 상승했다. 소매판매액 총지수도 2015년 5월이후 약 3개월 동안 백화점·대형마트·전문소매점을 중심으로 둔화됐으나 곧장 회복됐다(표4 참조).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서비스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도매업·소매업과 숙박업·음식주점업은 2015년 4월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2015년 8월까지 도매업·소매업·운수창고업·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등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거시경제는 감염병에 ‘내성’?

    2009년 신종플루에 따른 경제 여파는 어땠을까. 신종플루는 국내에서 확진자 74만여 명, 사망자 263명을 내는 등 피해가 컸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실물경제에 끼친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시 세계경제는 여전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자장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오히려 꾸준한 경제성장률 회복세가 관찰됐다(그림2 참조).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감염병의 발생 시점 이후에도 국내 거시경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사스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지만 여기에는 이라크전쟁과 북핵위기 등 부정적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는 오히려 국내 경제성장률의 꾸준한 상승세마저 보인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성장률은 소폭(0.5%포인트) 하락한 후 곧장 다시 상승했다. 

    다만 감염병 사태는 국내 서비스업과 유통업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감소세였던 백화점·대형마트·전문소매점의 소매판매액을 크게 둔화시켰다. 또한 도매업·소매업·운수창고업·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생산에도 타격을 입혔다. 


    문제는 감염병 유행에 가장 취약한 금융시장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세계 주식시장에 준 충격은 과거 어떤 감염병보다 크다(표5 참조). 코스피(-10.7%)는 물론, 미국의 다우지수(-16.1%)와 나스닥(-10.4%),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1.8%), 일본 니케이(-16%)뿐 아니라 독일 주식시장(-21%)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백신 및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감염병 사태에도 세계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금융시장은 실물경제보다 예측불가능성에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코스피는 14.6% 떨어졌다. 같은 시기 미국의 다우지수도 4.2% 하락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도 세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다만 여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코스피(-7.9%)와 나스닥(-5.1%), 다우지수(-2.5%)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제껏 중국 증시는 여러 감염병의 발원지였음을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 금융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증시는 금융 당국이나 거대 국책기업에 좌우된다. 따라서 경제 안정성의 지표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이런 중국 증시조차 코로나19 사태로 상해종합주가지수가 1.8% 하락한 점이 이례적이다.

    감염병 공포에 경제 불안까지 겹쳐서야…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세계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미국 경제는 부진한 실물 투자 대신 민간소비가 지탱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부진의 여파를 줄일 각국의 금융통화정책 수단도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경제 불황은 곧 금융시장 둔화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처럼 불안하던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지속되면 기업에 대한 디레버리징(deleve raging·부채축소) 압력이 높아진다. 외국인 개인·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로 외자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가의 추가 폭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다. 

    정부의 코로나19 경제대책은 타격을 입은 지역과 업종, 기업에 대한 ‘핀셋식’ 지원이 돼야 한다. 상황이 긴급한 만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한지 점검하는 한편, 주가 안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국민이 감염병의 공포에 시달리는 가운데, 경제에 대한 불안까지 겪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계, 언론계가 장기적 안목으로 코로나19발 금융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신세돈
    ● 1953년 출생
    ● 미국 UCLA 경제학과 학·석·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금융보험실장, 국가미래연구원 이사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경상대학 학장
    ● 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 저서 : ‘Current Economic and Social Issues in Korea’ ‘국제경제정책론’ ‘외환정책론’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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