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이화목장’에서 젖소에게 조사료를 먹이고 있다.
쾌청한 가을날 오후 전원 풍경에 절로 평안한 기분에 젖는다.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모름지기 세상사엔 종종 반전(反轉)이 있는 법. 자원화시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분위기가 수상쩍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무당당하게 정면으로 마주하고 다가가는 자원화시설 건물 외관은 무척 깔끔하다.
그런데 건물 한켠에 설치된 3개의 대형 세정탑(탈취시설)에서 정체 모를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와 동시에 뭔가 강한 자극이 콧속을 강타한다. 강하다. 아주 강하다. 그것도 쉴 새 없는 연타다. ‘냄새가 왜 이래?’ 22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불과 이틀 전이다. 그래도 영어 섞인 유행어 한 마디쯤 해야 못 맡아본 이들에게 냄새의 강도를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을 듯싶다. 헐! 서라운드 분뇨 스멜(smell)~.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에요. 요즘 분뇨 냄새 제거 공법을 수산이온(OH-라디칼)수 처리 공법으로 바꾸려 시운전 중인데 어제부터 농도 체크 과정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그럽니다. 보통은 냄새를 80%까지 잡아요.”
이종수 전무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면 매월 5000만~6000만 원 드는 악취 제거 비용의 90%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자원화시설은 대지 1만8316㎡(5540평)에 건축면적 1만2038㎡(3648평) 규모로, 퇴비화시설·액비저장조·관리동 등을 갖췄다. 건립엔 자부담 74억 원을 포함, 총사업비 134억 원이 투입됐다.
이곳에선 하루(8시간 가동 기준) 200t의 가축분뇨(분 100t, 요 100t)를 처리해 퇴비 100t과 액비 100t을 생산한다. 올해 2월부터 생산된 퇴비(1등급)는 인근 경종농가에 공급돼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농산물 생산에 사용된다. 액비는 현재 원하는 경종농가의 논밭에 무상으로 살포된다. 살포 작업을 체험하고 싶었지만, 이날은 심한 바람 탓에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의 퇴·액비는 유기물 함량이 높고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한 데다, 그 효과가 지속적이어서 화학비료 대신 찾는 농가가 계속 늘고 있다. 토양에 ‘종합비타민제’ 구실을 한단다.
이 전무를 따라 자원화시설 건물 2층으로 이동해 유리벽 너머 1층 발효장에서 분뇨가 고온숙성으로 발효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축산농가에서 수거한 우분(牛糞), 돈분(豚糞), 계분(鷄糞)엔 고온호기성 미생물이 투입돼 60일의 발효기간을 거친다. 이후 선별기로 덩어리를 걸러낸 고형분 퇴비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20kg들이 포대에 담겨져 퇴비 제품으로 거듭난다. 액비는 별도의 액비발효조에서 나흘을 보낸 뒤 생산된다.
그런데 유리벽을 통해 보니 좀체 실감이 나지 않는다. 1층의 포장동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좀 성급했나? 포장동 문을 들어서는 순간, 비교적 고등한 동물만이 갖춘 감각이라는 후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단언컨대, 태어나서 맡아본 온갖 냄새 중 가장 강렬하다. 그냥 구린 게 아니다. 마치 홍어 수백 마리를 삭혀 모아놓은 것같이 코 점막을 톡톡 쏘기까지 한다. 머리도 띵하다. 눈도 따끔따끔하다.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와 달리 후각은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다.
기자가 지금껏 맡아본 최악의 냄새는 독수리 냄새다. 2002년 12월 경기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에서 힘겹게 겨울을 나던 수백 마리 독수리떼의 냄새, 죽은 동물만 먹는 그들의 월동용 먹이로 놓아둔 소·돼지 사체의 냄새가 섞여 풍긴 독특한 냄새는 수십m 떨어진 곳까지 바람결에 훅 끼쳐왔다. 그런데 필설로 형언키 어려웠던 그 유난한 냄새도 이젠 선두자리를 빼앗길 판이다.
포장동은 바닥도 미끌미끌하다. 곳곳에 분(糞)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다. 그러나 어쩌랴, 피할 수 없다면 밟아라! 동행한 사진기자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기획부 경제전략팀 이용하 과장의 표정이 묘하다. 몇 분 더 지난 뒤 보니 둘 다 거의 울 듯한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