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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대선공약 축소라지만 정부案조차 감당해낼까?

기초연금

  •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대선공약 축소라지만 정부案조차 감당해낼까?

대선공약 축소라지만 정부案조차 감당해낼까?

기초연금 문제로 사퇴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정부는 9월 말 대통령 선거공약 중 최대 예산이 소요되는 기초연금제도의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기초연금안(案)은 1차적으로 소득 및 재산 기준으로 하위 70%의 노인을 지급대상자로 선정한다. 이 중 공적연금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적은 노인에게는 20만 원의 기초연금 전액을 지급한다(대상노인의 90%). 그러나 국민연금이 일정액 이상인 사람에게는 감액해 10만 원에서 20만 원 미만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정부가 2014년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전체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던 대선공약을 어겼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노인 눈치 보랴, 국민 눈치 보랴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면 가장 좋겠지만 재정 문제가 암초다. 정부안대로 하위 70% 노인에게만 2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연평균 1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20만 원씩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규모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면 국민 한 사람당 30만 원씩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사실상의 증세를 추진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민 한 사람당 20만 원 증세도 부담스러워한 듯하다. 결국 마른 행주 짜는 식으로 다른 예산을 줄이고 줄여 노인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대선공약 불이행 논란은 대통령과 정부가 정치적으로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의 대선공약도 80%의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이었다. 정부안과 비교하면 대상자 수는 10%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야가 재원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합의해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인 것 같다.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자를 역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무장관이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가입자 다수가 탈퇴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에게 기초연금이 덜 지급될 수 있기에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논란이다.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과 별도로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기초연금 도입의 진정한 쟁점은 재원조달 및 지속가능성에 있다. 기초연금이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2014년에서 2017년까지 무려 39조6000억 원이 든다. 2020년에는 한 해에만 17조2000억 원, 2030년에는 49조3000억 원, 2040년에는 99조80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런데 야권이 대선공약 축소라고 반발하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초연금 재원이 이번 정부안보다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대선공약 축소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정부의 재정상태로 볼 때, 현재의 정부안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필요한 39조6000억 원에 대해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통해 “증세 없이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하느라 정부의 다른 기능이 현저하게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노인 인구가 현재보다 3배 정도 늘어나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이때는 증세 없이 시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중기재정 5개년 계획에 의하면, 2013년 국민의 조세 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9.9%, 사회보장부담률은 6.8%로 이 둘을 합한 국민 부담률은 26.7%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 국민 부담률 36%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즉, 증세의 여력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세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정부는 박 대통령 임기 내 세율의 대폭적인 인상과 같은 증세는 없을 것으로 공언했다. 임기 말인 2017년의 국민 부담률을 27.5%로 묶어둘 방침이다. 국가채무도 2013년 GDP 대비 36.2%에서 임기 말인 2017년 35.7%로 오히려 낮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초연금도 주고, 세금도 안 올리고, 국가 채무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이런 ‘세 마리 토끼 잡기’ 계획에 회의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할 수 있다’고 워낙 강하게 주장하므로 일단 믿어보자”고 한다.

한국의 조세구조와 OECD 국가의 그것을 비교해보면, 다양한 세목에서 증세 여지가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이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조세 항목은 개인소득세, 사회보장기여금, 일반소비세다. 개인소득세는 한국이 GDP 대비 4.1%인 데 비해 OECD 국가 평균은 8.9%다. 사회보장기여금은 한국이 5.6%인 데 비해 OECD 평균은 9.1%고, 일반소비세는 한국이 4.5%인 데 비해 OECD 평균은 6.8%다.

이는 우리 국민의 선입관과는 크게 다른 수치다. 일반 국민은 고소득층에 주로 해당되는 법인소득세와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산세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의 평균보다 이미 높고, 법인소득세는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부자 증세의 대상이 되는 법인소득세와 재산세는 올린다 하더라도 인상 폭이 제한적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세목을 중심으로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보험료가 현재의 9%에서 15%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건강보험료도 노인인구 증가에 비례해 현재의 6%에서 10% 이상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하면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소득세도 복지재정지출이 증가하는 데 비례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기초연금 재원 충당 목적으로 인상될 여지가 있는 항목은 부가가치세로 통칭되는 일반소비세 항목밖에 없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예상 세입액은 60조8000억 원 정도다.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에 소요될 GDP 2% 규모의 재원을 부가가치세로 조달하자면 부가가치세율을 현재의 10%에서 15%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이 규모는 현재의 OECD 평균 수준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연금, 보험, 소득세, 소비세 오를 듯

소비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풀면, 노인들의 추가적 구매력이 커지기 때문에 경기위축이 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인상의 경우 소득세에 비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적고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연구결과는 부가가치세가 세금 중에서 경제왜곡을 가장 적게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결국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완전히 정립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 20만 원 수준 자체가 2013년 1인 최저생계비 기준 56만 원에 비하면 미흡하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노인 빈곤율 45%’ 문제도 획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도 역할 부담이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통합’인지 ‘연계’인지 여전히 많은 사람이 헷갈려 한다. 더욱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공적소득보장체계의 재정립을 위한 포괄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체 노인 70%에게 20만 원 상당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것 자체는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온 많은 노인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신동아 2013년 11월 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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