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자리 유성우
개기일식은 한낮에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태양의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일식과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의 감동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태양은 워낙 밝기 때문에 99%가 가려져도 하늘이 어두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름이 지구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이 지구의 109배나 되는 태양을 정확히 가리는 순간, 하늘은 어두워지고 불타오르는 검은 태양이 하늘을 지배한다. 하늘의 조화에 머리 숙이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개기일식은 1, 2년에 한 번쯤 나타나는데, 폭 100km 정도의 좁은 지역에서만 관측되므로 이 현상을 보려면 적절한 위치를 찾아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때는 2035년 9월 2일이다. 올 11월 3일에도 개기일식이 일어나지만, 아프리카 오지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2016년 3월 6일 인도네시아, 2017년 8월 21일 미국에 있다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내년 1월 大유성우 볼 수도
오로라 현상은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우주쇼다. 오로라란 태양에서 분출된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을 따라 자극 근처로 모이면서 대기와 부딪쳐 나타나는 빛의 향연이다. 따라서 오로라 현상은 태양 활동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지만, 남북으로 위도 60도 이상에 위치한 오로라 오발(Aurora Oval) 지역을 찾으면 계절에 상관없이 관측할 수 있다.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활동성이 달라지는데,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 오로라가 역동적으로 나타난다. 올해가 바로 11년 주기 중 태양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따라서 앞으로 최소 1~2년 동안은 격동적인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보기 힘든 현상이 바로 대유성우다. 1시간에 1만 개 이상의 별똥별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이 현상은 평생 한 번 볼까말까 할 정도로 아주 드물다.
유성우는 혜성이 지나간 궤도를 지구가 통과할 때 나타난다. 혜성이 뿌려놓은 부스러기들이 혜성 궤도를 따라 움직이다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대기 속으로 빨려들어와 타는 현상이 유성우다. 일반적으로는 시간당 수십 개의 별똥별이 나타나는데, 혜성이 지나간 직후 지구가 그 혜성 궤도를 관통하면 대유성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2001년 11월 18일 사자자리에서 나타난 유성우는 근래 발생한 가장 큰 유성우였다. 이날 밤 우리나라에서도 시간당 1만 개 가까운 유성이 출현했다. 시골에서 밤을 새운 사람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별똥별 구경을 했을 것이다. 사자자리 유성우를 만드는 혜성은 33년의 주기로 나타나는 템펠-터틀인데, 이 혜성이 지구 근처를 지나간 것은 사실 1999년이었다. 하지만 지구가 혜성 궤도와 가장 가까이 접근한 시기가 2001년이었기 때문에 혜성이 지나고 나서 2년 후에 대유성우가 나타난 것이다.
1999년 세기말을 앞두고 나는 경기도 이천에서 2000명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대유성우를 기대하며 밤새 유성우 맞이 행사를 했지만, 기대했던 우주쇼는 펼쳐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00년 11월 또 한 번 대유성우를 예상했지만, 이 역시 예보로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세 번째 도전이던 2001년, 기대했던 대유성우가 나타나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은 평생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템펠-터틀 혜성이 다시 태양에 접근하는 2032년 이후 사자자리에서는 또 한 번의 대유성우가 기대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예상치 못한 대유성우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서 기쁜 소식 하나. 오는 11월 말에는 금세기 최대로 여겨지는 혜성이 관측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발견된 아이손 혜성이 11월 29일 태양에 매우 가까이 접근하고 이후 새벽 하늘에서 금성 정도의 밝은 모습으로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구가 이 혜성 궤도와 접근하는 내년 1월 중순경 기대 이상의 대유성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왼쪽)와 2012년 11월 14일 호주에서 촬영한 개기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