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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미래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이념 vs 이념

“복지는 시장경제 업그레이드 수단” “한국만의 복지국가 유형 만들어야”

6 복지국가

  • 패널| 안상훈 · 강명순 사회| 김형찬 정리| 송홍근

“복지는 시장경제 업그레이드 수단” “한국만의 복지국가 유형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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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한국 사회의 이념과 통일 한반도의 철학을 논의하는 ‘이념 vs 이념’ 여섯 번째 토론 주제는 복지국가다. 복지국가는 탈이념적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념 간에 적절한 협의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복지국가의 조건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까지 복지가 이뤄져야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복지국가의 조건과 범위에 대해 논의해보자.

공민권, 참정권, 복지권

안상훈 복지국가 문제는 탈이념적이면서도 동시에 다분히 이념적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복지국가라는 개념의 범위와 관련해 특히 그렇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제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탈이념적일 수 있다. 복지국가가 자본주의의 수정, 그러니까 업그레이드를 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복지 확대는 고장 난 시장경제를 고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고칠 것이냐를 두고 이념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래서 매우 이념적인 주제이기도 한 것이다.

현대국가가 발전 단계마다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살펴보면서 복지국가의 조건을 얘기해보자. 프랑스 대혁명 이후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결사 등의 자유 개념이 완성된다. ‘공민권’이 형성되는 이 단계가 첫 번째 시민권 단계다.

그런데 법에 의해서만 신체 구속이 가능하고 개인의 자유가 궁극적으로 보장되는 상황인데도 농노 시대와 비교해 먹고사는 문제에는 변화가 없는 모순이 발견됐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보기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따져보니 부르주아 계급이 주도한 혁명인 터라 일방적으로 자본가에게만 유리한, 노동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 룰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게임의 룰을 만드는 정치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러면서 ‘참정권’ 보장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시민권의 두 번째 발전 단계다.



민주적 참정권이 보장되면 다수결의 정치가 작동한다. 노동자를 대변하거나 노동자 계급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정치인이 의회에 들어가 다양한 종류의 사회 입법이 이뤄지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권의 세 번째 단계인 ‘복지권’이 형성된다.

한국은 시민적 권리와 관련한 공민권이 보장돼 있으며 민주화 이후 참정권도 보장됐기에 그 결과로서 복지권, 그러니까 사회권에 대한 권리 신장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의 전제 조건은 성숙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강명순 철학적으로 잘 정리해주셨다. 복지국가는 개인주의나 자유방임주의를 지양하고 국민의 공동복리를 주요한 과제로 채택한다. 고용보장, 의식주 보장, 노인·여성·아동의 사회보장, 국민연금 제도 등을 확립한 나라가 복지국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삶에서 평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최저소득 보장과 최소한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국가 형태가 대두했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었으므로 복지국가로 나아갈 경제적 조건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복지국가 이슈가 선거전에 활용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표를 얻고자 임시방편으로 급조한 복지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정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선거 때 표 얻으려고 복지국가를 내세우지 말라는 얘기를 정치권에 하고 싶다. 복지 전문가들이 편을 갈라 다투는 것도 볼썽사납다. 긴 안목으로 복지국가 이슈에 접근해야 할 때다.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국민이 공동 합의를 이룬 후 보편적 복지든, 차별적 복지든 장단기 계획을 세워 해나가야 한다.

‘복지’와 ‘복지국가’

“복지는 시장경제 업그레이드 수단” “한국만의 복지국가 유형 만들어야”

안상훈

김형찬 복지국가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안상훈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런 점에서 ‘복지’와 ‘복지국가’를 구분해야 한다. ‘복지국가’라는 것은 수정자본주의, 혹은 복지를 통한 자본주의의 수정 전략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지향해야 한다. 하나는 복지 그 자체고, 다른 하나는 성장이다. 다시 말해 복지국가의 첫 번째 지향점은 강명순 이사장 말씀대로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삶에서 평등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제를 업그레이드해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만 시장경제가 계속 굴러갈 수 있지 않나. 그런 이유에서라도 복지는 해야 하는 것이다.

첨단 산업화가 가진 큰 결점이 고용 없는 성장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고용이 그에 따라 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첨단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이 에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많은 현장일수록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가 선진화할수록 일자리 없는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기에 국가가 나서 고용을 증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고용 증진 역시 복지인 것이다.

가부장주의를 없애는 것도 시장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관행 탓에 결혼 보이콧, 출산 보이콧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 기르고 집안일 하는 것이 여성 몫으로 강제되는 문화 탓에 여성의 인적자본이 낭비되고 있다. 국가가 복지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동시에 사회생활을 하는 게 쉬워지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풀린다. 또한 시장경제도 한 단계 향상된다. 보육복지는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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