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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심는 탈북자 교육이 ‘탈남’ 부추긴다

‘탈북-입북-재탈북-구속’ 김광호 사건의 교훈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환상 심는 탈북자 교육이 ‘탈남’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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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필요악?

환상 심는 탈북자 교육이 ‘탈남’ 부추긴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김광호 씨를 도운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왼쪽)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자진지원·금품수수, 북한 보위부와 접촉하고 기자회견 등을 한 데 따른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한국에서 3년여간 살면서 모은 전 재산만 날리고, 처남과 처제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뒤, 자신과 아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된 것.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은 하나센터 교육이 조금만 더 체계적이었다면 김 씨가 그런 어리석은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남한에 막 들어온 탈북자들에게 하나센터 교육 강사들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앞으로 남한 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강의 내용을 보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게 하지 못하고 환상을 심어주거나 잘못된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김 씨가 남한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브로커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북한으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브로커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브로커에게 당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주기로 한 500만 원 중 100만 원을 갚지 않아 벌어진 소송에서 패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브로커는 판결을 근거로 정부가 김 씨에게 지원한 임대주택 보증금을 가압류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냐’는 불만이 커지던 즈음 다른 탈북자 한 명이 북한에 돌아가 기자회견을 하고 가족과 상봉하면서 환영받는 장면을 TV로 보게 됐다. 항소심에서 이길 가능성도 없고 생활을 비관하던 차에 북한이 탈북자도 용서해주며 환영한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북한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그의 검찰 진술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그를 아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 씨의 한국행을 도왔던 김용화 대표는 “브로커가 김 씨에게 요구한 금액은 1인당 250만 원이었다. 아내 김 씨까지 두 사람 몫으로 500만 원을 요구한 것이다. 솔직히 실제 경비만 해도 그 이상 들어간다. 김 씨가 거친 한국행 루트는 그나마 교회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편이다. 법원에서도 300만 원까지는 브로커 비용을 인정한다”며 답답해했다.

김 씨보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A씨는 “김 씨가 오해를 해서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를 데리고 온 브로커들은 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들도 실적을 보여줘야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김 씨를 교회에 데려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회가 ‘우리가 당신을 구하기 위해 150만 원을 지원했다’는 말을 했을 거고, 그 말을 들은 김 씨는 자신이 주기로 한 돈에서 그 액수를 빼고 줘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교회의 지원 덕에 자신이 한국으로 오는 비용이 250만 원으로 낮아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北으로 간 진짜 이유

A씨는 하나센터에서 탈북자들을 교육할 때 “브로커에게는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통일부 공무원들도 있다며 “그 때문에 브로커와 탈북자 사이에 시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탈북자를 한국에 데려오려면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을 정부가 지급해주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A씨는 “통일부 공무원들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탈북자를 한국에 데리고 오기까지의 실제 비용을 알려주고, 그 이상을 요구하면 거절하라고 알려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충고했다.

김 대표는 “김 씨가 북한에 들어간 진짜 이유는 가족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전부터 “북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그가 중국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브로커 조직에 가족들을 데려와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갓 들어선 상태여서 위험성이 큰 때였다. 10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브로커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였다. 상황도 안 좋은 데다 브로커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에 자신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가족을 데리고 나오다 붙잡힌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B씨는 “하나센터에 들어오면 먹을 게 풍부하다. 그걸 보면 북한에서 굶주리고 있을 가족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탈북자들이 사회에 나가자마자 북한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갓 내려온 탈북자들은 물정을 몰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지난해에도 하나센터를 나오자마자 가족을 데리고 오겠다며 중국에 갔다가 중국 공안에 잡힌 탈북자가 있었다. ‘가족을 살리려면 북한으로 들어오라’는 협박에 못 이겨 결국 재입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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