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붉고 노란 단풍잎마다
비밀번호를 적고 사인을 했다.
허허한 겨울을 위해 마음의 지갑을 채운다.

일러스트·박용인
귀뚜라미의 사설
그 벽에 붙어서 북을 친다.
장단 추임새에 만가(輓歌)도 들썩인다.
아궁이에 다비가 끝나자
솥에서 건져 올라오는 사리 같은 콩알들
주렁주렁 매달려 뜨는 메주 냄새에
낡은 어머니의 옷자락이 젖는데
나 홀로 휑한 마당에 앉아
절인 배추같이 순한 햇볕을 받는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홍시 하나,
화들짝 놀라 길 재촉하는 낮달 참 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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