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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괴물에 쫓겨 하늘로 달아난 神들

염소자리&물고기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괴물에 쫓겨 하늘로 달아난 神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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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 쫓겨 하늘로 달아난 神들
물론 올 11월 18일 새벽에도 사자자리 유성우는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비록 시간당 20개 이내의 적은 유성이 예상되지만,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싶은 독자라면 11월 17일 밤, 두꺼운 방한복을 챙기고 야외에서 별 맞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 이제는 밤하늘로 고개를 돌려 11월의 별자리를 관찰해보자. 늦가을의 남쪽 하늘은 대부분 물과 관련된 별자리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중 오늘 소개할 별자리는 염소(바다염소)자리와 물고기자리, 그리고 남쪽물고기자리다. 철 지난 가을 바다처럼 밝은 별이 거의 없어 쓸쓸한 느낌이지만,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만큼은 어느 계절 못지않게 흥미롭다.

쓸쓸한 가을 밤하늘

저녁 바람에 선선한 기운이 감돌 즈음, 은하수는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지나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 준비를 한다. 그리고 동쪽 하늘에는 가을철 별자리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밤 독수리자리 남동쪽 아래에는 커다란 역삼각의 별무리가 보이는데, 바로 목동의 수호신인 판(Pan)이 변한 염소자리다. 이 별자리의 본래 이름은 바다염소(Sea Goat)인데,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 상반신은 염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소자리는 크기에 비해 밝은 별이 별로 없는 평범한 별자리지만, 황도 12궁에 속해 이름만큼은 잘 알려져 있다. 밝진 않아도 주변에 눈에 띄는 다른 별이 없어서 찾는 데 큰 무리도 없다. 주의할 점은 역삼각형 크기가 궁수자리 중심에 있는 주전자 모양보다 훨씬 커서 시야를 넓게 하고 찾아야 한다는 것.



거문고자리의 직녀(Vega)와 독수리자리의 견우(Altair)를 이어 같은 길이만큼 나아가면 역삼각형의 서쪽 끝에 해당하는 염소자리의 알파(α)별 알게디(Algedi·4등성)와 베타(β)별 다비흐(Dabih·3등성)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역삼각형의 동쪽(왼쪽) 끝에 있는 3등성 데네브 알게디(Deneb Algedi)를 확인하면, 염소자리의 다른 별들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염소자리 별들은 서로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열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견우로 불리는 별이 2개다. 하나는 민담 속에 등장하는 견우, 또 하나는 고대 별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등장하는 견우다.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는 이 지도에서 ‘견우(牽牛)’라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별은 3등성으로 결코 직녀의 배필이 될 수 있을 만한 밝기가 아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견우가 직녀에 비해 신분이 낮아서 귀족들이 이 어두운 별에 견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상반신은 염소인데 하반신은 물고기인 신화 속의 바다염소. 이런 이상한 모습의 괴물(?)은 어떻게 생겨나 별자리가 되었을까. 신화에서는 이 바다염소를 목동의 수호신인 판이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먼저 판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제우스 살린 판의 풀피리

괴물에 쫓겨 하늘로 달아난 神들
옛날 아르카디아(Arcadia)의 계곡에 목동들의 수호신인 판이 살았다. 판은 산의 요정 시링크스(Syrinx)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녀는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순결을 맹세한 처녀로 모든 남자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달아나버렸다. 판은 시링크스를 쫓아가며 애원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광야를 가로질러 계속 도망쳤다. 얼마 후 커다란 강이 나타났고, 시링크스는 더는 달아날 수가 없었다. 판이 그녀를 붙잡으려는 순간, 그녀의 자매인 강의 요정들이 그녀를 강가에 돋아난 갈대 덤불로 변하게 해주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놓쳤지만 판은 결코 사랑을 버릴 수가 없었다. 강가를 떠나지 못한 채 며칠을 방황하던 그는 서글프게 울부짖으며 그녀가 변한 갈대를 꺾어 아름다운 음을 내는 풀피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풀피리에 그녀 이름을 붙여 언제까지나 그녀를 기억하고자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판은 다른 신들과 어울려 나일 강가에서 연회를 벌였다. 연회가 끝나고 판이 풀피리를 불려는 순간, 갑자기 무서운 거인족인 티폰(Typhon)이 나타나 그들을 공격했다. 깜짝 놀란 신들은 짐승의 모습으로 변해 달아났다.

판도 주문을 외우며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주문이 섞여버렸다. 그래서 그의 상반신은 뿔과 수염이 달린 염소로,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하고 말았다. 판이 주문을 바꾸려는 순간, 멀리서 티폰에게 붙잡힌 제우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에 판은 주문을 바꿀 새도 없이 풀피리를 불어 처절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우둔한 티폰은 겁을 먹고 제우스를 놓아둔 채 달아나버렸다.

판의 재치 있는 도움으로 살아난 제우스는 그 보답으로 하늘에 반양반어(半羊半魚)의 바다염소를 별자리로 만들어줬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를 ‘판의 별자리’라고도 부른다.

밝은 별을 찾아볼 수 없는 가을철 밤하늘은 왠지 공허하다.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은 지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고 있고, 동쪽 하늘에는 아직 화려한 겨울의 1등성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 무렵 눈을 돌려 남쪽 산등성이를 보면 밝은 별 하나가 연한 붉은색을 띠며 외롭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남쪽물고기자리의 물고기 입에 해당하는 이 별은 아마 가을철 도시의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별일 것이다. 이 별은 남쪽물고기자리의 알파별인 포말하우트(Formalhaut·1등성)로 ‘외로운 별(Lonely One)’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별의 주인공은 열대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에 사는 화려한 무늬의 물고기다. 중세에 그려진 성도에 의하면 이 별자리는 바로 위에 있는 물병자리의 물을 받아 마시는 모습이다. 매우 그럴듯한 배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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