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굶어 데꾼한 얼굴의 사람들은 숨을 곳을 먼저 찾아야 했습니다 마을을 잃어버린 사람들 한데 모여 마을을 이뤘습니다 눈 내리면 눈밥을 먹으며 솔개그늘 아래 몸을 움츠렸습니다 하룻밤 죽지 않고 버티면 대신 누군가 죽는 밤 찬바람머리에 숨어들어온 사람들 봄 지나도 나가지 못하고 동백꽃 각혈하며 쓰러져간 사람들 사람들 꽃물 한 그릇 진설합니다
누굴까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를 비꽃이라고 처음 말한 사람은
현택훈
● 1974년 제주 출생
● 2007년 ‘시와정신’ 신인상 당선
●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출간
● 제1회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