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4‧15투시경

“손혜원 자랑스럽다” vs “유권자,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 vs “도둑맞은 4년”

‘불출마’ 손혜원 두고 각 세운 서울 마포을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4-10 16: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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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7시 50분, 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정청래 후보(왼쪽)가 유세차량에 탄 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김성동 후보(가운데)가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전 8시 40분 인천국제공항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9번 출구로 향하는 개찰구 앞에서 오현주 정의당 후보(오른쪽)가 선거 유세에 나섰다.

    10일 오전 7시 50분, 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정청래 후보(왼쪽)가 유세차량에 탄 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김성동 후보(가운데)가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전 8시 40분 인천국제공항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9번 출구로 향하는 개찰구 앞에서 오현주 정의당 후보(오른쪽)가 선거 유세에 나섰다.

    서울 마포을(망원·상암·서강·서교·성산·연남·합정동)은 여권이 강세인 지역구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 지역에서 두 차례(17·19대)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손혜원 당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성동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이번 총선은 ‘3수’다. 김 후보는 2010년 비례대표직 승계로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다. 마포을에서 19~20대 총선에 연이어 출마했으나 모두 패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마포을에서 첫 출사표를 던졌다.

    ‘터줏대감’ 정청래

    10일 오전 7시 50분, 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운동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홍익대 인근 ‘홍대클럽거리’와 서울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주변 오피스타운이 맞닿은 ‘핫플레이스’다. 독막로와 와우산로가 교차하는 상수역 사거리 대로변에 카페·식당이 즐비하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역 근처 서강동 일대에는 골목길을 따라 연립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다. 출근길에 나선 주택가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 후보는 도로변에 세운 선거 유세차량에 올라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과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정 후보 측 선거운동원은 “사사건건 발목 잡는 미래통합당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가 마이크를 건네받고는 “마포는 정청래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현장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 후보는 “모든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했다. 

    높은 인지도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시민이 정 후보를 알고 있었다. 신수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28) 씨는 “정 후보가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도 지냈고 평소 언론 노출도 잦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사이다 발언’으로 적폐를 꼬집는 모습이 속 시원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세그웨이(segway·두 발로 서서 타는 전동 이동수단)에 올라탄 채 “정청래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갔다.



    “마포을이 ‘주머니 속 공깃돌’인가”

    오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김성동 통합당 후보의 길거리 유세가 시작됐다. 양화로 건너 ‘홍대거리’로 불리는 번화가에는 아직 오가는 이가 많지 않았으나 이내 신촌과 반대편 양화대교 방면을 오가는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로 거리가 붐비기 시작한다. 2번 출구는 연남동·서교동 주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몰리는 곳이다. 

    김 후보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기호 2번 김성동입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아침 유세는 조용히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도를 지나던 삼륜 오토바이가 멈춰서더니 운전자가 김 후보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지지한다”고 외쳤다. 서강동에 산다는 이 60대 시민은 “나라꼴이 엉망이다. 손혜원은 지역구에 신경도 안 썼다. 그래놓고 정청래가 다시 나선 게 뻔뻔하지 않으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손 의원이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 ‘정치적 보증인’을 자처하던 정 후보가 다시 출마한 것에 분개한 유권자들이 적잖다”며 “유권자를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여기는 민주당 일당독주를 막아달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마포을은 서강대·홍익대 등 대학가를 끼고 있어 젊은 유권자가 많다. 진보세가 강해 보수정당에는 험지다. 그는 “연령과 정치 성향을 떠나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암동 롯데쇼핑몰 조기착공, 서부광역철도 성산역 유치 등 지역밀착형 공약으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목포의 손혜원’에 민심 불만”

    오전 8시 40분 인천국제공항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9번 출구로 향하는 개찰구 앞. 오현주 정의당 후보가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막바지 ‘아침인사’에 한창이었다. 인천국제공항선과 경의·중앙선, 서울지하철 6호선 등 3개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인근에는 IT(정보기술) 업체와 언론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등이 입주한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있다.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 후보는 시민들에게 “마포에는 정치꾼이 아닌 일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손혜원 의원의 지난 임기를 ‘도둑맞은 4년’으로 규정했다. “마포 민심은 지역 현안을 챙기지 않는 손혜원 의원이 ‘목포의 손 의원’ 아니냐며 불만이 많다”는 것. 

    오 후보는 6일 방송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서울 마포을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 후보에게 손 의원을 추천한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손 의원이 자랑스럽다”며 “손 의원의 부족한 부분마저 책임을 감당하겠다”고 답했다. 

    상암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서민들에게 필요한 구체적 공약을 낸 정의당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청년 1인 가구가 많은 마포에 필요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 망원우체국 폐국 철회 등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살뜰히 챙기는 의원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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