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는 저장장치 대용량화의 문제를 풀어낼 ‘해결사’로 귀환할 수도 있다.
실제로 후지필름과 IBM 등은 2010년 테이프에 특정 자성체를 채택해 현재 쓰이는 테이프용량의 44배나 되는 35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대용량 카트리지 개발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다. 이 테이프는 2016년 건조를 시작할 세계 최대 망원경인 ‘Square Kilometre Array(SKA)’에 쓰일 예정이다. SKA가 본격 가동하는 건 2024년 예정인데 이때가 되면 하루 1PB(페타바이트)에 이르는 압축 데이터를 토해낸다고 한다.
같은 상황에서 하드디스크를 쓰면 테이프보다 200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플래터를 돌려야 하는 탓이다. 반면 테이프에 필요한 에너지라고는 읽고 쓸 때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액세스 속도가 느리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계적 도구가 읽어들이려는 부분을 리더에 정확히 가져다놔야 한다.
그럼에도 테이프의 귀환을 점치는 이유는 저장장치 대용량화가 너무 빨라 하드디스크가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개인용 데이터 용량은 329EB(엑사바이트)에 이른다. EB는 GB(기가바이트)보다 10억 배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용량은 2016년엔 1000배나 늘어난 4.1ZB(제타바이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인 상승세다. 개인 데이터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데이터 저장공간, 용량 확대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먼 미래엔 말할 것도 없다. 테이프가 되돌아온다면 꽤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6년만 되어도 전 세계 개인 데이터 중 3분의 1이 클라우드에 저장될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으로 따지면 개인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2016년엔 이 비율이 36%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예측이다.
가트너가 이렇게 클라우드 비중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 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개인용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업로드 용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하드디스크나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된다면 테이프에 특정 자성체를 채택해 지금보다 기록 밀도가 44배 높은 대용량 카트리지가 쓰인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을 듯싶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대용량 데이터나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 김미래 씨 노트
“내 안에 클라우드 있다.” 김미래 씨는 자신의 모든 데이터를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클라우드 공간에 올린다. 얼마 전 구입한 라이프로그 기기는 분 단위로 자신의 일상사를 기록해 알아서 클라우드에 올려준다. 이렇게 올려놓은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 같은 개인 데이터는 스마트TV나 태블릿PC, PC 어디에서나 곧바로 꺼내볼 수 있다. “맞죠? 내 안에 클라우드 있는 거. 모든 건 기록되는 시대니까요.”
관점 디자인 토크 ● 오래된 기술을 무시하지 마라. 인생은 돌고 돈다.